퓰리처상 수상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손톤 와일더의 연극 <우리읍내> 수원
11월 24일(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2024-11-18 10:44:46최종 업데이트 : 2024-11-18 10:44:44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
단풍이 물든 가을은 공연 한 편 관람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거리의 낙엽을 볼 때마다 왜 이리도 아까운지 모르겠다. 이 좋은 계절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안타까워서일까? 가을을 즐길 거리가 뭐가 더 있을까를 찾게 되는 요즘, 스테디셀러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올려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손톤 와일더의 <우리읍내>라는 작품이다. 이 연극은 1938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되었고 연극 분야 퓰리처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는 1957년 무렵부터 상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와 뮤지컬,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다. 미국 작가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여러 나라 많은 사람들에 의해 매년 무대에 올려지는 까닭이 궁금했다. 상을 받아서 이제껏 공연되는 걸까, 작품이 좋아서 생명력을 가진 걸까? 그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무대를 직접 마주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설명되고 이해되는 아름다운 드라마가 펼쳐졌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봐야 하는 걸작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우리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의 평범함이 무대에서 꽃 피어나는 시간을 숨죽여 바라보았다. 오는 11월 24일(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월요일 공연 없음) 11월 16일에 막이 오른 따끈한 작품은 이번 주 일요일(11/24)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 이틀 차인 17일, 일요일 오후 3시 공연으로 관람했다. 문화생활을 즐길 땐 시간도 참 중요하다. 8세 이상 관람가인지라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경기아트센터를 찾았다. 다른 공연보다 조용한 연극 무대인데다가 작가의 메시지를 다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모님 세대가 보시면 좋을 텐데 그러려면 너무 늦은 시간보다는 낮 공연 3시가 가족 모두와 함께 보기에 딱 알맞은 시간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 객석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졌달까. 티켓 창구에서 프로그램북과 공연의 기념품이 될 만한 md 배지를 선물로 받았다.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사진도 담아두었다. 출연진 얼굴이 담긴 캐스팅 보드가 없는 점이 잠시 아쉬웠지만, 받은 책을 펼쳐보니 그 안에 배우의 이름이며 사진, 작품 활동 프로필까지 담겨 있다. 연극 <우리읍내>는 고전이다. 1938년에 쓴 이야기는 뉴햄프셔의 '그로버즈 코너즈(Grover's Corners)'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시대 배경은 19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너무 멀리 있는 이야기인데 작품 해설이 될 만한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 밖에도 연출가와 드라마터그의 인터뷰, 윤색의 글, 연출가의 작품 소개 등 읽을거리가 많았다. '다 알고 보면 재미없지.' 끝나고 읽으려고 덮어두었는데 몇몇 관객들은 재미난 책을 읽듯 푹 빠져서 읽는 모습이다. 나중에 읽어보니 해설집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른 공연장에 가면 다 돈을 받고 판매하는 건데… 관객의 작품 이해를 위해 무료 배부용으로 만든 기획 의도에 감동하게 된다. 작품 소개, 인터뷰, 무대디자인 등 볼거리 많은 프로그램북을 읽으며 기다리는 시간. 시작 전 무대를 살펴보는 일이란, 추리물을 보듯 흥미진진한 일이다. 그동안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은 몇 번 가봤으나 소극장은 처음이다. 무대는 넓고 객석의 크기는 알맞아서 어디에 앉아도 시야가 좋을 듯하다. 무대 위에는 사각형의 무대가 하나 더 있다. 우리읍내 연극 속에 '무대감독'이란 캐릭터가 따로 있듯이 말이다. 무대감독의 역할은 시작 전, 관객인 우리들에게 경기도극단의 공연에 대해 알린다. 그러고는 사각형 무대 위로 올라가 의자며 탁자 등 소품을 세팅한다. 곧바로 극이 시작된 것이다. 미리 해두면 될 것을 다들 보는 앞에서 하는 이유는 뭘까? 그의 캐릭터가 바로 '무대감독'이기 때문이리라. 무대 준비를 마치면 그다음으로, 뉴햄프셔의 그로버즈 코너즈 마을 위치를 알려준다. 주인공인 '깁스 가족'과 ' 웹 가족',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그가 독백을 하는 동안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마치 내레이션을 하듯 보이는 그대로를 설명해 준다. 이제 그는 그냥 배우가 아닌 무대감독이다. 그의 말에 따라 사람들은 등장하기도 하고, "자, 이제 거기까지만 보여달라"고 주문하면 자연스레 배우들은 퇴장한다. 사진 촬영이 가능한 커튼콜! '무대감독' 역할을 맡은 황성연 배우의 모습. 이런 방식의 극은 다른 무대에서도 본 바 있지만 1938년, 그 시대에는 얼마나 새롭고 신선한 방식이었을까? 무대감독의 설명이 어찌나 세세한지 눈앞에 작은 마을이 그려진다. 오늘 처음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인데 1막과 2막이 진행되는 동안 마치 그 옛날에 즐겨보던 드라마 <전원일기>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게 바로 긴 세월 동안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게 된 힘! 잘 쓰인 원작의 힘인가 보다. 90분의 연극은 총 3막으로 이뤄져 있다. 무대감독의 말에 따라 ▲1막(1901년) ▲2막(3년이 흐른 뒤 1904년) ▲3막(그로부터 9년이 더 흐른 1913년)으로 나눴을 뿐 따로 인터미션 쉬는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1막과 2막의 시간을 합치면 한 시간 정도 됐을 법한데… 3막이 시작되자,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가족이나 친지의 얘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동안 정이 흠뻑 들었나 보다. 3막은 다시 빈 무대로 돌아가서 끝나게 되지만 22개의 의자가 남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 위 22개의 의자가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출연진은 총 21명인데 의자는 22개라니! 그 하나는 관객의 몫으로 비워두었는지 객석과 가장 가까운 의자를 남겨두었다. 연극 <우리읍내>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카르페디엠 (carpe diem)'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생각하는 의자'라도 내어준 것 같다. 1913년 여름에서 끝난 연극 무대에는 배우들이 보여준 이웃들, 스물한 명의 다양한 삶이 남았다. 사실 90분 만에 이렇게 감동받고 눈물을 쏟아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읍내>는 오랜 시간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연출자에 따라 조금은 다른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드라마를 아낌없이 보여준 배우들의 커튼콜마저 감동으로 다가왔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프로그램북을 펼쳐보았다. 김광보 연출가가 해석한 우리읍내가 전하는 메시지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영원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그저 덧없다고 생각했다면 이 작품을 쓰지도 않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대사이자 작품 전체를 함축하는 메시지로는 "제가 결혼을 믿냐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작은 집을 사고, 보행기를 끌고, 일요일 오후에 드라이브를 하고, 첫 번째 류머티즘에 걸리고, 손주들이 생기고, 두 번째 류머티즘에 걸리고, 임종을 맞고, 유언장을 낭독하고… 흥미로운 일은 정말 어쩌다 한 번 생기는 법이죠."라는 대사를 뽑았다. 이번 공연은 2024년 경기도극단 레퍼토리 시즌의 마지막 작품으로 선정됐다. 올해의 마지막 무대를 골랐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했을 터. 다 보고 난 소감은 가장 먼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연극 우리읍내는 지난해 서울에서 공연됐으나 미처 보지 못하고 놓친 작품이다. 올해는 다른 지방에서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가볼 순 없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데 첫 번째 걸림돌은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들 수밖에. 이번 기회에 우리 동네에서 <우리읍내>를 만나 더욱더 진한 감동을 느낀 듯하다. 현대 고전이 왜 이 시대에도 이야기되고 있는지, 소소한 일상이 주는 감사함을 비로소 깨달았다. 경기아트센터 건너편 '인계예술공원'까지! 문화생활로 즐기기 좋은 데이트 코스다. 연극 <우리읍내>는 그 옛날에 썼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다. 장면 장면마다 애정이 가고, 나와 다른 시대를 살았음에도 공감이 간다. 올해 수원에서 명품 연극을 볼 수 있는 기간은 11월 24일(일)까지다. 경기도극단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선택한 연극 한 편을 감상하며, 늦가을의 정취를 맘껏 느껴보면 어떨까? 연극 <우리읍내> - 수원 기본 정보 공연장소: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수원시청역 10번 출구 도보 1분 거리) 공연기간: 2024.11.16.~2024.11.24.(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시간: 90분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 가능 예매: 인터파크 단독 예매 특이사항 : 만 원의 행복석 판매(70세 이상 노인(1955년 포함), 등록 장애인, 임산부(산모수첩 소지자), 다자녀 가족(다둥이 카드 소지자, 18세 미만 미성년자 포함 2자녀 이상 가족))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