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기억과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
수원시립미술관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전시회
2024-11-20 14:07:02최종 업데이트 : 2024-11-20 14:07:0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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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개막일에 언론 공개 설명회가 진행됐다. 참여작가들이 자신의 창작 과정과 작품을 설명했다. 사진은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전시회 관련 안내를 하는 장면.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준비한 전시가 열린다.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는 지난 5월에 신진 작가 주제 공모전을 통해서 선정된 5팀의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전시다. '수원, 장소·기억·사람'을 공모 주제로 지역에 담긴 이야기를 새롭게 발굴하는 시도였다. 1980~1994년생 밀레니얼 세대 작가를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김소라(사진, 설치), 신교명(회화, 설치), 유다영(사진, 영상), 정은별(회화, 조작, 설치), ×××(윤이도, 김태희)(회화, 조각, 설치)가 선정됐다. 19일(화) 오후 2시에 전시 관련 언론 공개 설명회가 진행됐다.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조은 씨 주도로 전시회 취지 및 안내가 있었고, 참여작가들도 자신의 창작 과정과 작품을 설명했다. 조 학예연구사는 전시 제목에 관해 "수원이라는 도시에 작가들이 숨겨 놓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행이다."라고 말하며, "참여작가들은 이스터에그를 숨기는 토끼다. 관람객은 이 토끼를 따라가며 달걀을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스터에그는 부활절 달걀이라는 뜻으로, 프로그래머가 몰래 프로그램 안에 숨겨 놓은 여러 가지 재미있는 기능이다. 김태희 작가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시장에 인접한 사찰들과 민간 신앙 그리고 상인 문화가 절묘하게 뒤섞여 있는 수원의 특징을 그렸다. 윤이도와 김태희 팀이 구상한 작품은 '첩첩시상'이다. 팔달문 시장, 지동시장, 못골시장, 영동시장 풍경이다. 자세히 보면 작품 속에는 시장의 모습이 조각조각 배치됐다. 그런데 한발 물러서서 보면 사찰에 걸려 있는 탱화처럼 보인다. 작품 앞에 서면 시장의 소란스러운 소리도 들려온다. 그 소리는 어수선한 소리지만 질기게 살아온 사람들의 웅성거림처럼 들린다. 김태희 작가는 "시장에 인접한 사찰들과 민간 신앙 그리고 상인 문화가 절묘하게 뒤섞여 있는 수원의 특징을 그렸다."라며 "시장을 지키는 상인들이나 기물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켜내면서 생명력을 보인다. 오래도록 생명력을 지켜온 상인들에 대한 존경심의 의미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가운데 벽은 관람객이 낙서하는 공간이다. 수집된 낙서는 신교명 작가가 전시를 위해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으로 학습을 해서 2025년 2월에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신교명 작가는 인공지능과 협업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나 다른 기계들이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해야 할지 우리의 영향력과 그들의 영향력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존재들이랑 우리 자신들의 위계와 상호 관계에 대해서 집중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수원의 관광지, 식당, 카페 등에서 낙서를 수집했다. 방문자가 남긴 낙서는 장소와 관련 있는 추억이다.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 '두들러'로 수집한 낙서 속에 이미지와 글자를 학습하게 했다. 이렇게 학습한 것을 '두들러'는 캔버스에 '기원_수원'이라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유다영 작가 사진 작품. 수원의 정체를 선명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관람객은 이런 사진 앞에서 자기만의 수원을 떠올리게 된다. 낙서를 인공지능 로봇이 다시 그려냈다. 낙서일까, 아니면 이미지일까. 구분이 안 된다. 이는 우리가 현재 고민하는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낙서를 선명하게 재현했지만, 그때 우리의 추억까지 끌어왔을까. 작가는 이를 "기억의 원천을 줄인 말"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람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유다영 작가 사진은 관람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N과 P의 기억 충동 지점' 작품 설명을 하면서 "이것들은 이제 픽션의 형태로 있었던 사람과 없었던 사람의 기억을 방치한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피사체를 그대로 담아내는 예술이다. 즉, 사진은 대상의 본질에 다가서는 작업이다. 하지만 유 작가 사진은 이런 것을 거부한다. '있었던'을 온전히 찾을 수 없다. '없었던 것'까지 담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픽션이다. 김소라 작가 작품. 영상 작업 '수원화성을 찾아서'와 지금 수원화성 이미지를 전시한다. 디지털 편집 기술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만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수원의 정체를 선명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관람객은 이런 사진 앞에서 자기만의 수원을 떠올리게 된다. 사진을 보면서 관람객은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게 작가의 의도다. 이에 대해 조 학예연구사는 "수원에 꼭 정답만 있을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숨겨진 게 있을 것 같으면서도 있지 않은 인물 또는 있었지만 없어진 인물 이런 지점들을 탐색하면서 관람할 것을 권한다."라고 보충 설명했다. 김소라 작가 작업도 낯섦이 관람객을 몰입하게 한다. 영상 작업 '수원화성을 찾아서' 앞에서 "아버지가 수원 관광 때 찍은 유품 사진을 보고, 장소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며 SNS에 올렸고, 그걸 보고 지인이 어딘지 알려주는 대화를 했다."라며 "알려준 장소를 온라인 지도와 거리 보기를 통해 아버지의 발걸음을 좇아가는 여정이다."라고 창작 과정을 설명했다. 정은별 작가는 작품 '모퉁이 이야기'에서 짐작하듯 존재하지만 잊히는 도시 틈새들에 시선을 두고 있다. 작가는 "모퉁이라는 지점을 중심으로 드로잉을 했고 우리가 놓치는 지점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면서 유행에 따라서 밀려나는 장소들을 중점으로 나타냈다."라고 했다. 정은별 작가가 '모퉁이 이야기' 작품 앞에서 창작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모퉁이처럼 설정된 공간을 돌아가야 작품의 정면을 만난다. 이런 점은 전시 공간에도 숨어있다. 흔히 전시장에서 작품은 전면만 보이는데 여기서는 뒷면을 먼저 배치했다. 모퉁이처럼 설정된 공간을 돌아가야 작품의 정면을 만난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아서 놓치는 것이 많다. 작가는 이런 세태에 주목했고,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전시실 작품들은 다소 혼란스럽다. 직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다행히 작품 창작 과정에 의미가 서술되어 있다. 젊은 작가들이 고민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은 작가의 것이 아니다. 관람객이 주인이다. 사실 완벽이란 없다. 작가도 관람객도 완벽하지 않기에 아름다움에 몰입한다.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앞에서 일상의 의미를 더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시장에 가는 발길도 가볍다. 2024 신진 작가 동행 ʻ얍-프로젝트ʼ 전시 개최 ○ 전시 명: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 전시 기간: 2024. 11. 19.(화) ~ 2025. 3. 3.(월) ○ 장소: 수원시립미술관 2, 3전시실(팔달구 정조로 833) ○ 관람료: 4,000원 ○ 전시 부문: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 참여작가: 김소라, 신교명, 유다영, 정은별, XXX(윤이도, 김태희) ○ 주요 내용: 수원이 가진 장소, 기억, 사람을 주제로 도시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는 전시 수원시립미술관, 전시회, 수원, 도시, 인공지능, 낯섦, 사진, 수원화성, 윤재열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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