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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애란의 ‘소설의 음계 삶의 사계’
‘두근두근 내인생’ 김애란의 삶과 소설의 노래를 듣다
2024-12-02 08:33:56최종 업데이트 : 2024-12-02 08:33:40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사회자 김재민님이 작가소개를 하고 있다

사회자 김재민 님이 작가 소개를 하고 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와 난데없는 우박까지 흩뿌리던 11월 26일 저녁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에서 우리 사회의 큰 소설가 김애란의 특강이 열렸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이 더욱 조명받고 있는 요즘, 문학을 사랑하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 들어 문학의 열기와 응원으로 강당이 훈훈해졌다.
 

1980년생 소설가 김애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2년 대산대학문학상(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데뷔하였고, 2013년 「침묵의 미래」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생뚱발랄한 첫 장편 '두근두근 내인생'이라는 작품으로 문학 애호인들에게 명징한 인상을 남긴다. 청소년 때 기억을 살려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썼는데, 설익은 과일처럼 서투르고 익살맞은 생(生)의 씩씩한 고군분투를 명랑한 문체에 실어 대중에게 어필하였다.

 

작가의 작품집들

등단 22년차 김애란 소설가의 작품집들강연에 열심인 김애란 소설가강연에 열심인 김애란 소설가


그 후 '달려라 아비' 같은 수많은 단편에서 삶의 결핍을 향해 날리는 유쾌한 농담과 환상으로 신선하면서도 누선(淚腺)을 자극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어머니는 농담으로 나를 키웠다.
어머니는 우울에 빠진 내 뒷덜미를,
재치의 두 손가락을 이용해 가뿐히 잡아올리곤 했다.'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 소설집 달려라 아비 中

젊은 세대들의 삶의 어려움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이 아닌, 삶을 대하는 방식의 고유함으로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김애란 특유의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깊이를 드러내는 문장들이 돋보인다. 한 사람의 삶과 그 삶을 이루는 다양한 순간들을  기존에 볼 수 없던 독특하며 섬세한 문체로 소설읽는 재미를 더하여 준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소설의 음계 삶의 사계'는 인생을 다루는 소설 중에 제가 쓴 단편들 중심으로 우리 삶에서 노래와 이야기가 하는 일들을 살펴보려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계절을 만드는 것은 해와 달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태어나고 살고 사랑하고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계속되지 않는가.

 

별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몇 년 전 국립과천과학관 댓글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유발, 재미있는 화제로 서두를 연다. 그러고선 원래 주제인 상실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낸다. 자식을 잃은 슬픔, 부모를 잃은 슬픔, 사고로 지금도 많은 목숨들이 스러지는 대한민국은 "상중이다"라는 말도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상실에 대한 몇 편의 작품을 쓰며 마음이 잡히지 않을 때면 '실망이 삶의 기본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실망 혹은 슬픔을 담담히 관리하고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단다.
 

자식을 잃은 부부이야기 '입동'이란 작품을 같이 들여다보며 11월같은 을씨년스러운 삶을 견뎌내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하여 본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이 100명넘게 오다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작품들을 들여다보다작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강연 자료 중 '생은 판에 박힌 되풀이와 놀라움이라는 이중구조를 갖는다'라고 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원작자 파스칼 브뤼크네르(1948~) 말을 인용하며 "인간은 대체로 뻔하고 진부하지만 가만 보면 참 다채롭고 제가끔 빤하다는 것. 우리 삶과 노동이, 사랑과 일상이 얼마나 놀라운 구체성으로 이뤄졌는지 살펴야 한다"란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 이상과 불안정함 속에서 끊임 없이 뭔가 돕고 도모하며 살아온 게 우리 인간이지 않을까. 그렇게 인간과 더불어 함께 살고 사랑하며 노래하며 계속 이야기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작가의 요즘의 생각을 전한다.

이즈음은 자신도 육체적 전성기가 지나고 부모님 세대도 아픈 시기를 맞게 되니 자연 돌봄문제에 많이 천착하게 된다고 했다. 작가는 몇 개의 질문에 성의껏 답변도 하고 좋아하는 시를 한편 읽어달라는 요청에 선배작가 김연수도 좋아한다는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를 낭송해 주기도 하였다.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신진 작가답게 스마트폰 앱을 보며 시를 조근조근 낭송하는 걸 들으니 문단 데뷔 당시 신춘문예 당선전화를 받고 "소설입니까, 시입니까" 물었다던 작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생각나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2018년 이후 6년만에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강의한다는 김애란 작가의 강연은 예의 따뜻함으로 추운 초겨울 날씨와 청중의 마음을 녹이는 듯 보였다.


강연에 참여한 권 씨(40대)는 "작가의 작품세계 하나하나를 낭랑히 읽어주며 함께 복기하는 대목이 좋았다. 지난 여름에 나온 작가의 신간 '이중 하나는 거짓말'도 읽어봐야겠다"고 기대에 찬 소감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삶은 처음일 테다.  인간에게 문학은 왜 존재하는가. 문학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 문학을 통해 사람들은 삶의 지지를 얻고 감정과 생각을 나눈다. 나직나직 부르는 노래처럼 미완의 청춘의 서투름과 그들을 향한 희망의 북돋움, 우리시대 깊은 슬픔을 들여다보며 온기를 나누어 주는 인간다움, 돌봄 세대 등 낮은 곳을 바라보며 삶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백열 등불빛같은 작가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 따뜻함이, 저마다 인생의 버거움에 무너지려 할 때 이겨낼 수 있는 반딧불같은 희망이 우리 모두 필요한 것일 테다.

어느덧 달력이 마지막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주위에 독거 노인이나 돌봄 세대 등 우리사회 좀 더 그늘진 곳을 혜량하여 찾아봄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수원시평생학습관
주소: 수원시 팔달구 월드컵로 381번길 2
참고: https://learning.suwon.go.kr/

문의: 031-248-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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