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팝업북으로 180도로 펼쳤을 때 나오는 그림을 말한다.
헌 그림책을 활용한 예술 활동, 일명 '펩아트(PapArt)'의 현장을 찾았다. 지난 14일 수원시 북수원도서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미술 활동을 진행한 것이다. 도서관 강당에서 8명의 학생들이 부모와 한 팀이 되어 헌 그림책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다.
펩아트(PapArt) 프로그램을 이끈 강사들. 가장 오른쪽이 김지숙 교사.
김지숙 대표는 "펩아트란 헌 책 즉, 종이를 활용한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펩아트는 종이(Paper)와 예술(Art)의 합성어다. 그는 "주제를 정한 후, 책을 활용해 무엇이든 상상해서 만든다. 펩아트는 가르치는 사람도 상상력이 생기고 배우는 사람도 상상력이 생기는 활동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7년부터 북아트 동아리 활동을 하며 펩아트를 시작했다. 최근 환경 친화적인 활동이 많다. 우리도 버려지는 책을 모아서 업사이클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펩아트를 이해하고자 전시 공간을 먼저 찾았다. 팝업으로 쓸 수 있는 책은 업사이클링 팝업북이라고 칭한다. 헌 책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에 띈다. 찬찬히 살펴보니 아주 잘 만들어졌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에 모여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김지숙 대표는 "북아트 활동만 하다가 작년부터 업사이클링 활동을 하고, 올해 처음 펩아트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종이나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다 만들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펩아트 작품 만들기 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서 일까, 헌 책으로 만든 것 같지 않다. 김지숙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오래되었지만 깨끗해 폐기하기 아까운 도서들로 만들었다고 한다. 도서 기부에 대한 연락이 오면 가정으로 직접 가서 쓸 수 있는 도서들을 선별한다.
옛날에 읽었던 팥죽할머니 이야기가 담긴 작품
이야기 줄거리가 잘 담긴 작품을 만났다. '호랑이와 팥죽 할머니'이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 읽었던 것을 상상하기도 하고 작업 전에 다시 한번 읽어 보며 동심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180도 팝업북이다. 180도로 펼쳤을 때 그림이 입체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90도 팝업북, 터널북도 있다. 작업하면서 상상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흥부 놀부 이야기
'흥부 놀부 이야기' 작품도 눈에 띈다. 대표는 "흥부와 놀부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형제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들, 놀부의 욕심을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북수원도서관은 전시에 특화된 도서관이어서 전시 공간이 잘 조성되었다.
트리를 만들기 위해 책을 접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펩아트를 체험하는 곳으로 갔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있었다. 동화책 한 권씩 받아 접기를 시작했다. 손놀림이 분주하다. 종이를 세게 접지 않는 것이 좋다. 힘을 줘서 접으면 트리가 무성하지 않다. 다 접으면 책을 펴서 세운다. 마지막으로 트리에 장식을 붙이면 된다. 먼저 여러 가지 색의 모루를 글루건을 이용해 돌려가면서 붙여준다. 그리고 여러 가지 모양의 장식품을 붙여준다. 필요에 따라 예쁜 등들도 달아주면 금상첨화이다.
펩아트를 체험한 아빠와 아이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자녀와 참여한 한 아빠는 "아이가 평소 쉽게 만들지 못하는 펩아트 방식이라 재밌고 신기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이색적인 활동이라 기억에 남는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 후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아이.
또 다른 참여자는 "아이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니까 기분이 좋고 성취감을 느낀다. 헌 책으로 만든다는 것은 알고 왔지만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헌 책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책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며 동화를 들려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책장을 접고 붙이며 책 이야기까지 살피는 활동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좋다.
트리를 만든 후 모루를 붙여주고 있다.
공공도서관 등에서 매년 폐기되는 책들이 꽤 된다. 이렇게 많은 책이 버려지는 이유는 낡아서 뿐 아니라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거나 도서관에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멀쩡한데도 버려져야 하는 책들을 이렇게 예술로 탄생시키는 활동은 여러모로 인상깊다. 버려지는 책을 재활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펩아트'는 환경도 보호하고 창작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좋은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