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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팔달구청 1층 갤러리 사진 전시회
2024-12-18 14:45:54최종 업데이트 : 2024-12-18 14:45:47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백두산 천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백두산 천지


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쉽게 사진을 찍는다. 누구나 대충 찍어도 어느 정도 이상의 퀄리티가 나온다.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사진을 찍는데 스스럼이 없다. 사진을 찍는데도 진심이다. 어딘가에서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다양한 각도로 정성껏 찍어준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 전 세계에서 사진을 가장 잘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덩치가 큰 디지털카메라가 필수품이었다. 자동으로 찍을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조리개값, 셔터 속도 등을 조절하면서 상황에 맞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당연히 전문가의 사진일수록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찍고자 하는 대상의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탐구하고 자신만의 철학과 구도로 단순한 대상이 아닌 그 대상 안의 모습까지 담으려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대상에 대한 애정과 예술적 심미안이 합쳐져야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있는 것이며 이런 사람을 사진작가라고 한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조작을 하는 행위, 소나무를 멋지게 찍기 위해 작은 가지를 잘라내거나 아름다운 억새 숲을 찍기 위해 억새밭을 발로 짓이기는 만행은 시정잡배와 다름이 없다. 작가는 작가로서의 품격이 있어야 작가로서 대접받을 수 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한라산 백록담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한라산 백록담


팔달구청 1층 갤러리에서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이란 주제로 '강희갑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백두산 천지부터 한라산 백록담까지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카메라에 담았다. 수원화성, 남한산성에서 일출의 장관을 포착해 작품화했다. 작가가 우리 산하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전시된 30여 작품을 자세히 보았다. 백두산 천지 사진에서는 생명이 용솟음치는 봄날 서릿발 같은 민족의 기상이 느껴지며, 눈 덮인 한라산의 백록담 사진은 아늑한 느낌이 든다. 월출산 천황봉에서 장쾌하게 펼쳐진 능선 위로 떠 오르는 일출은 자연의 교향악과 같이 장엄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이다.

강희갑 작가는 "우리 산하에서 맞이한 찬란한 일출은 그 자체로 희망의 상징이고 경이로운 순간입니다. 어둠을 뚫고 펼쳐지는 여명과 솟아오르는 태양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감동을 일으킵니다. 일출 순간의 빛은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소중하고 설레는 하루를 시작하게 합니다."라고 전시회의 의미를 소개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월출산 천황봉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월출산 천황봉


제주 가파도 청보리밭, 광치기 해변, 강릉 안반데기, 고창 청보리밭, 울산 영남알프스 간월재, 정선 가리왕산, 지리산 노고단,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의 일출 모습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한다. 바다에서의 일출은 수평선에서 떠올라 장관을 연출하지만 산 위에서의 일출은 눈 아래에서 떠올라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남한산성 제1 남옹성, 제2 남옹성, 제3 남옹성, 장경사신지옹성 등 5개의 작품은 남한산성의 가을과 겨울 일출을 성벽과 조화롭게 담았다. 이런 작품을 담기 위해 숱하게 산에 오르고 산성에 올랐을 것이다. 오르고 또 오르며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에 빠졌을 것이고 대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떴을 것이다. 대상을 겉모습만 보면 그 내면의 진지한 모습을 담아낼 수 없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남한산성 장경사신지 옹성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남한산성 장경사신지 옹성


남한산성은 백제의 시조인 온조왕 때 왕성을 쌓았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산성이다. 처음에야 토성으로 쌓았겠지만 신라시대에 석성으로 쌓았고 고려시대에도 수축했으며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 우리나라 산성 연구의 보고이다. 오랜 기간 서로 다른 축성 주체가 존재해 다양한 축성 양식을 볼 수 있다. 정약용 선생은 우리나라 산성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 고로봉 지형의 성곽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역사적 실체까지 사진 속에 담는다면 단순한 풍경 사진이 아닌 작품 속에 스토리가 있는 사진이 되리라 본다.

이번 사진전에는 수원화성의 일출 사진이 몇 점 있다. 방화수류정 담장 안에서 동북포루 방향으로 성곽이 펼쳐진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의 사진이 있다. 동북포루 밖 억새는 잎이 꺾여있고 바람이 쓸쓸히 불 것 같은 겨울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방화수류정에서 용연과 동북포루 설경을 찍은 사진은 포근한 느낌이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수원화성 동북포루 일출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수원화성 동북포루 일출

 
평범할 것 같은 구도의 사진인 장안문 북서적대 앞에서 장안문 오른쪽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찍은 사진이 이채롭다. 장안문 위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날고 있어 정적인 사진에 긴장감이 흐른다. 화서문 옆에서 서북공심돈, 화서문을 배경으로 그 옆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찍은 사진은 일상적인 듯 보이지만 근경의 느티나무 가지로 인해 생동감 넘치면서도 평화로운 새벽의 기운이 느껴진다.

동장대 영롱 담장 뒤에서 동장대 기둥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찍은 사진은 쉽게 보기 힘든 작품이다. 왼쪽에는 동북공심돈이 있고 기둥 속에 창룡문이 어렴풋이 보이는 구도는 신선하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수원화성 화성장대 일출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사진전, 수원화성 화성장대 일출


화성장대 옆으로 떠오르는 일출은 아주 익숙한 사진이다. 매년 1월 1일이면 수많은 시민이 해맞이하는 장소이다. 화성장대 동쪽으로 시야를 가리는 게 없어 일출 명소가 된 것이다. 또한, 수원화성 화성장대는 정조대왕이 장용영 군사를 지휘하던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수원화성 일출' 강희갑 사진전은 2025년 1월 3일까지 팔달구청 1층 갤러리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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