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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격조 높은 삶을 추구하다
일월수목원에서 '정원가, 다산' 기획전시, 6월 15일까지
2025-01-06 11:23:55최종 업데이트 : 2025-01-06 11:23:53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로비에서 '정원가, 다산' 기획전시가 열린다. 정원가로서 정약용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전시회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로비에서 '정원가, 다산' 기획전시가 열린다. 정원가로서 정약용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전시회다.


  수원 화성을 언급할 때 정조는 물론 정약용이 꼭 들어간다. 둘은 화성 건설 계획을 함께했다. 정조는 정약용에게 청나라에서 수입한 《기기도설》을 전해주고 연구하도록 했다. 정약용은 이를 바탕으로 석재를 수레에 싣는 거중기와 석재 운반에 유용한 유형거를 발명했다. 정조의 화성 행차에도 이바지했다. 수십 척의 배를 연결해서 배다리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게 했다. 

  정약용은 문신이자 유학자다. 실학자로 과학 기술 지식도 뛰어났다. 지리학과 의학 등 다재다능한 학자로 저술도 엄청 많이 남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백성들을 돕는 등 진보적이고 실천적인 지식인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만능 엔터테이너에 인성까지 뛰어난 리더였다. 

  이번에는 정원가로서 정약용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로비에서 '정원가, 다산' 기획전시다. 6월 15일까지 열리는데 다산 정약용이 남긴 시문, 유적을 바탕으로 정원가로서 행적을 만날 수 있다.

차경기법을 즐기는 공간. 병풍과 창문이 있는 한옥에서 관람객은 파초를 바라보며 차경을 경험한다.

차경기법을 즐기는 공간. 병풍과 창문이 있는 한옥에서 관람객은 파초를 바라보며 차경을 경험한다.


  전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공간이 국화를 감상하는 방이다. 다산 정약용이 아주 작은 방 안에서 촛불을 마주하고 있다. 그 뒤에 국화가 있으니 빈 벽에는 국화 그림자가 그려진다. 이렇게 감상했던 식물 감상법이 '국영시서(菊影詩序)'다. 다산이 했던 것처럼 방문객들은 의자에 앉아서 촛불과 국화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감상할 수 있다. 

  국화는 선비들이 좋아하는 꽃이다. 낮에는 색상이 아름다워 누구나 감상하지만, 밤에는 보기 힘들다. 다산은 밤에도 색다른 방법으로 국화를 즐겼다. 방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정갈하게 한 후에 국화를 본다. 혼자 쓸쓸히 앉아 국화를 즐길 수 있고, 친구를 불러 감상하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흔들리는 촛불에도 함초롬히 피어난 국화의 고결함은 변하지 않는다. 

소박한 전시 공간은 다산 정약용의 정원 관과 맥락이 닿아 있다는 느낌이다.

소박한 전시 공간은 다산 정약용의 정원 관과 맥락이 닿아 있다는 느낌이다.


  구운동에서 자주 온다는 부부가 감상하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아내가 감상하는 장면을 남편이 휴대전화로 담고 있다. 느낌이 어떠냐고 물으며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평범한 전시장이 따뜻하고 정겨움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한다. 

  '차경기법(借景技法)'을 즐기는 공간도 전시 의도가 돋보인다. 길게 설명하지 않고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게 했다. 차경은 말 그대로 경치를 빌리는 것이다. 보통 창, 문, 누마루 등을 이용해 달성된다. 전시장에는 좁은 방이 만들어져있다. 창문을 향한 벽에는 묵향이 짙은 병풍이 서 있다. 병풍 끝에 작은 창문 밖으로 파초가 밝은 표정이다. 

다산 정약용이 작은 방 안에서 촛불을 마주하고 국화를 감상했던 방법을 체험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작은 방 안에서 촛불을 마주하고 국화를 감상했던 방법을 체험할 수 있다.


  병풍과 창문만으로도 한옥의 멋이 난다. 관람객은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병풍 그림 속 연꽃과 창문 밖 정원 속 파초를 바라본다. 밖의 경치가 방안에 가득 흘러넘쳐 아름다운 세계로 젖어 들게 한다. 비가 와도 차경은 멈추지 않는다. 파초 넓은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까지 방안을 채운다. 어느 민족이 거처 안인 방안에까지 경치를 끌어왔을까. 우리 선조들의 미의식에 놀랄 뿐이다. 

  전시장은 다산의 정원을 수학기, 관직 시기, 유배 시기, 해배 시기, 네 단계로 구분했다. 수학기와 관직 시기는 전국을 다니며 각지의 경치를 즐겼다. 비교적 정원을 다양하게 만나고 가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배 시기는 다르다. 강진에서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사의재와 다산초당 정원이 있었다. 특히 다산초당은 정원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저술 활동의 본거지였다. 

  다산은 정원에서 삶을 이어갔다. 자연과 관계를 맺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즐기지 않고, 자연환경을 내부로 수용했다. 유배지에서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이면서 외로움을 극복했다. 이런 자연관이 엄청난 저술로 나타난 것이다. 

  전시장에는 어린이들이 즐기는 체험행사 구성이 눈에 띈다. 식물 초성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다산이 즐겼던 정원 식물의 초성으로 글을 써 보는 행사다. 동백나무 초성으로 글을 쓴 것을 보니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누리는 여행, 무슨 재미가 또 있을까"라고 부모님을 생각하는 글이다. 수선화로 쓴 것은 "산 아래 내려오니, 산 아래 내려오니, 하늘 끝에 내가 있네"라고 서툰 글씨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썼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는 작은 공간이다. 이번 전시도 공간만큼이나 소박하다. 이 소박함은 다산 정약용의 정원 관과 맥락이 닿아 있다는 느낌이다. 평생 유배지에서 생활했는데 크고 화려한 정원을 가졌을 리가 없다. 더욱 다산은 여느 선비와 다른 성품을 지녔다. 사대부들의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았다. 작은 방에 병풍, 촛불, 좋아하는 국화 하나가 전부다. 실학자로 실용성이 녹아 있다. 단출한 생활 가구에 소박하고, 치밀함을 추구했던 정신이 전해온다. 

어린이들이 즐기는 체험행사가 있다. 다산이 즐겼던 정원 식물의 초성으로 글을 써 보는 행사다.

어린이들이 즐기는 체험행사가 있다. 다산이 즐겼던 정원 식물의 초성으로 글을 써 보는 행사다.


  다산의 정원은 자연 속에 격조 높은 삶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생각을 가다듬고, 정신을 닦는 세상이다. 전시장도 여기에 맞게 소박하게 꾸민 듯하다. 요즘은 크고 화려한 것에 마음을 둔다. 삶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외향만 좇는 것이 아닐까. 다산의 삶이 겉멋만 쫓는 오늘의 세태를 돌아보게 한다.

'정원가, 다산' 기획 전시 (일월수목원)
○ 전시 기간: 2024. 12. 15.(일) ~ 2025. 6. 15.(일)
○ 장소: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1층
○ 주요 내용
  - 시문, 유적 등을 바탕으로 정원가 다산의 행적을 살펴보는 전시
  - 18~19세기 조선 사대부의 정원문화 재현(국영시서 등) 
  - 다산과 관련된 식물 현장 전시(파초, 국화, 동백,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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