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뻔했다가 우리 곁에 찾아온 겨레의 별
<수원시가 발굴한 13인의 독립운동가>, 수원광교박물관에서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전시
2025-01-09 10:02:21최종 업데이트 : 2025-01-09 10:02:19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
수원광교박물관에서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수원시가 발굴한 13인의 독립운동가> 전시회가 12월 14일까지 열린다. 수원은 3·1운동이 가장 격렬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종교인, 농민과 상인들, 학생, 기생까지 전 계층이 만세 운동에 참여했다. 학생들과 사회지도층들은 비밀 결사 조직 등을 결성해 식민 지배 체제에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애국지사들이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그 공적을 인정받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 이에 수원시는 2008년 수원박물관 개관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도록 노력해 왔다. 수원 기생조합 대표로 만세 운동을 펼쳤던 기생 김향화를 시작으로 총 13명이 서훈을 받았다. 수원광교박물관은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수원시가 발굴한 13인의 독립운동가> 전시를 개최한다. 가장 먼저 만나는 인물이 기생 김향화다. 수원의 기생들은 관기 출신이 많았고 자부심도 있었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 회갑연을 열 때 공연도 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예인이었다. 1919년 고종의 승하 소식을 접하고 수원예기조합 기생들은 소복을 입고 서울로 상경해 대한문 앞에서 망곡례를 했다. 한 마디로 기생들은 전통 의식과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2008년 수원박물관 개관과 함께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도록 노력해 왔다. 김향화를 시작으로 총 13명이 서훈을 받았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기생들을 천한 신분 창기로 격하시켰다. 1919년 3월 29일 기생들이 자혜의원으로 위생 검진을 받으러 가던 날이다. 기생들은 일제의 보건 정책이 부당하다고 수원경찰서 앞에서 저항하며 독립 만세를 불렀다. 이때 선두에 김향화가 있었다. 그는 결국 체포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서대문 형무소에서 복역했다. 이선경은 1918년 수원공립보통학교(지금의 신풍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산루리에서 서울 숙명여학교로 통학하며 공부했다. 2학년 때인 1919년 3월 5일 서울에서 학생 만세 운동에 참여했다가 구속되고, 3월 20일 무죄로 풀려났다. 1920년 상해 임시정부로 가기 위해 경성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구국민단의 존재를 알아낸 일본 경찰이 이선경을 체포했다. 체포된 이후 병을 얻어 재판정에도 나올 수 없었다. 일제의 폭력적 고문 때문이었다.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구류 8개월 만에 석방되었다. 집으로 돌아오고 9일 뒤 세상과 이별했다. 19살의 어린 나이에 겨레의 꽃이 됐다. 독립운동가들의 업적도 뭉클하게 다가오지만 당시 사진도 가슴에 닿는다. 눈빛과 꼭 다문 입 모양이 당당해 보인다. 자신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하는 모습이다. 이동근 팀장(수원광교박물관)은 "처음에는 이선경의 남매 관계를 몰랐다. 동생 이성용 학적부가 발굴되면서 아버지 이학구를 알게 됐다. 아버지 제적부를 살펴보니까 이현경, 이성경, 이용성이 남매였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숨겨진 사연이 있는데, 원래는 4남매다. 장남은 공부를 안 시켰다. 동생 셋은 유학까지 했다. 언니도 독립운동을 했는데, 중국 망명 후 행적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서훈을 못 했다."라고 말한다. 박기서는 임시 정부 독립 군자금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가 체포되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김경표 학예연구사(수원광교박물관)는 당시 조서에 "독립 자금을 마련은 사람들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냈다."라고 나와 있다. 이는 "군자금을 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이 군자금을 줬다고 하면 바로 그 사람들이 체포돼서 끌려와 벌을 받게 되는 것을 걱정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홍종갑, 최경창, 홍종례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이들은 성호면 세교리 출신이다. 홍종갑은 최경창, 홍종례와 교유하며 농촌과 무산자, 청년과 여성에 대해 논했다. 당시 사회제도의 모순을 비판하고, 사회주의를 통해 변혁하고자 노력했다. 자연스럽게 독립의 당위성 등을 주변에 가르치는 운동도 했다. 최경창과 홍종례는 공장에 취직해서 노동자들과 함께 사회주의 운동을 펼치다가 결국 체포됐다. 박기서는 임시 정부 독립 군자금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가 체포되었다. 군자금을 준 사람들이 일제의 핍박을 받을까 봐 끝까지 지켰다. 이번 전시에는 반제국주의 기사를 기고한 혐의로 옥고를 치른 유병기(1895~미상), 일제의 수탈로 고통받던 소작농을 돕기 위해 농민조합 활동을 했던 장주문(1906~미상), 세 번의 옥고에도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았던 차계영(1913~1946) 등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을 만난다. 김 학예연구사는 "1945년 1월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어둡기만 하고 식민지가 된 지 36년째 돼 이제는 포기하고 살았을까? 그렇지 않았을 거다. 계속해서 독립운동을 했다.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위해 신념을 가지고 행동을 했다."라고 말하며, "절망적일 때도 희망을 품었듯이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그런 희망으로 우리가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 슬로건을 '당당한 대한민국, 빛나는 수원'으로 했다."라고 설명한다. 홍종갑, 최경창, 홍종례는 성호면 세교리 출신이다. 최경창과 홍종례는 여성으로 공장에 취직해 노동자들과 함께 사회주의 운동을 펼쳤다. 독립운동가 안내판에 자료 사진이 없는 분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만큼 갑자기 세상을 등진 것이 아닐까. 또 사진이 있다 해도 어두워 보인다. 일제 감시 대상 인물 카드라고 나와 있는데 이는 당시 교도소에 있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하지만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전혀 겁먹은 모습은 볼 수 없다. 눈빛과 꼭 다문 입 모양이 당당해 보인다. 자신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하는 모습이다. 김 연구사는 관람객들이 이런 당찬 모습도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을 맺는다.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수원시가 발굴한 13인의 독립운동가> ◯ 전시 기간: 2025. 1. 1.~12. 14. ◯ 운영 요일 : 화~일(매주 월요일 휴관) ◯ 운영시간: 9:00~18:00(입장 17:00까지) ◯ 내용: 수원시가 새롭게 발굴해 독립운동가 서훈을 받은 13명의 독립운동가 소개 ◯ 장소: 수원광교박물관 2층 복도(영통구 광교로 182) 독립운동가, 김향화, 이선경, 차게영, 사회주의, 윤재열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