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부양한 윷가락이 '모'일까. '도'일까.
옛날에는 설을 쇠면 정월보름 때까지는 농한기라 농사일을 중단하고 놀이를 즐기면서 설 명절을 보냈다. 어른들은 동네마당이나 주막집에서 편을 짜 술 내기 윷놀이를 하고 부녀자들은 방 안에서 종발윷을 놀거나 마당에서 널뛰기를 했다. 아이들은 연날리기나 제기차기, 팽이치기, 썰매 타기 등을 하면서 설 명절을 즐겼다.
보름날을 작은설이라고도 했다. 보름날 아침에는 아이들은 부럼 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더위팔기를 하고 오곡밥에 무나물, 호박꽂이, 당근 등 9가지 반찬을 만들어 먹었다. 어른들은 윷놀이를 마감하고 아이들은 연 액막을 보내고 저녁에는 논두렁이나 밭둑에 돌아다니며 쥐불놀이하는 것으로 설명절을 마감했다. 요즘은 문명과 문화가 발달하고 외래문화까지 파고들어 우리의 전통 놀이가 점점 퇴조되고 있다. 그나마 각 기관단체가 주관해 전통놀이의 일부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밤밭노인복지관은 오케이 365 정형외과 후원으로 관내 만 60세 이상 복지관 이용 어르신 150명을 대상으로 정월보름날 전통놀이 한마당을 펼쳤다.
이날 밤밭노인복지관 정성호 관장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어르신 150명이 참여해 윷놀이, 딱지치기, 고무신 멀리차기, 오재미놀이 등 옛 추억을 되새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성호 관장의 인사말에 이어 전 임직원들이 "새해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세배를 드리는 것으로 즐거운 민속놀이가 시작됐다.

정성호 관장과 임직원들이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전하자 어르신들이 박수로 화답하는 모습
인원교 과장의 사회로 진행된 민속놀이 게임은 청팀, 백팀으로 나누어 고무신 멀리 차기, 딱지치기, 오재미놀이, 윷놀이 순으로 열렸다. 좌측에 청팀, 우측에 백팀이 앉아 있다. 게임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각 팀에 응원단장들이 나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열기가 대단하다.
먼저 고무신 멀리 차기다. 오른발 발가락에 고무신을 걸쳐 신고 있다가 앞으로 내 차면 고무신이 훌러덩 벗겨지면서 멀리 날려 보내는 놀이다. 한 팀에 5명씩 나와 10명이 게임을 하는데 사각형 안에 고무신이 떨어지면 만점이다. 사각형을 지나 금지선을 그려놓고 금지선을 넘으면 낙방처리한다.
오른쪽 다리에 힘 조절을 잘해서 사각형 안에 고무신이 떨어지거나 금지선 가까이 보내야 하는데 연습도 없이 실전에 들어가다 보니 다들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것 같다. 너무 세게 차서 금지선을 넘기도 하고 헛발질로 바로 코앞에 떨어지기도 한다. 사각형 안에 떨어지면 함성과 박수가 나오지만 바로 코 앞에 떨어지면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모두의 마음은 즐거운 표정들이다.
이어서 딱지치기다. 원을 그려 원안에 딱지를 놓고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먼저 딱지를 쳐 상대방의 딱지를 원밖으로 밀어내거나 뒤집으며 따먹는 놀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많이 하던 놀이로 남학생들은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제기차기를 하고 놀았고 여학생들은 고무줄넘기나 팔방을 하고 놀았다.

딱지가 뒤집어질까? 모두의 시선이 딱지에 집중된다.
오늘 딱지치기는 상대방의 딱지를 뒤집으면 이기는 놀이다. 팀별로 각 5명씩 나와 1 대 1게임인데 다들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어쩌다 딱지가 뒤집히면 이긴 팀원들은 함성과 박수로 장내가 요란하다. 최종 점수가 청팀 백팀 7대 7 동점이다. 팀 대표 한 사람씩 나와 승부를 가리는데 또 8 대 8 동점이 된다. 양 팀이 모두 초조와 긴장감이 감돈다. 큐스(세제곱)에서 8 대 9로 청팀이 승리하자 춤을 추며 함성이 터지고 야단법석이다.
다음은 오재미놀이다. 오재미는 어린아이들 주먹 크기만한 헝겊 주머니에 콩이나 팥 같은 알갱이를 넣은 주머니를 점수판에 던져 점수를 많이 얻는 쪽이 이기는 놀이다. 점수판은 궁술대회 과녁과 같이 5색의 원을 그렸다. 한 중심에 흰색(100점), 초록색(80 점점), 노란색(60점), 빨간색(40점), 청색(20점)으로 과녁을 그려놓고 오재미를 던져 어느 원 안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점수를 계산하는 놀이다. 어르신들의 운동감각 두뇌감각에 효과적인 신체활동으로 요즘은 주간보호센터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점수판에 던지는 오재미가 어디에 떨어질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윷놀이다. 윷놀이는 한 팀이 5명으로, 1명은 말판을 쓰고 4명이 윷을 논다. 시작부터 쫓고 쫓긴다. 윷놀이는 무조건 '모', '윷'이 나온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 말판 상황 따라 도나 개, 걸이 앞말을 잡아 판세를 뒤집기도 한다. 그래서 윷놀이는 말판을 잘 써야 한다. 말판을 쓸 때는 "여기 놔라" "저기 놔라" 뒷전에서 훈수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중부양한 윷가락이 모가날까? 도가날까? 바라보는 노인들
말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다 지는 듯하다가도 앞말을 잡아 패(敗)를 승(勝)으로 뒤집는 통쾌하고 짜릿한 맛을 느끼는 것이 윷놀이다. 그럴 때는 환호성과 손뼉을 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며 요란을 떤다. 윷놀이는 더욱 흥미롭고 재미가 있어진다. 그래서 윷놀이는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인생역전을 꿈꾸는 서민들이 즐겨노는 오락이었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백팀이 승리했다.
오늘 게임은 백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약 2시간에 거쳐 민속놀이 행사를 모두 마치고 경품 추첨이다. 경품으로는 보름에 먹을 김, 프라이팬, 화장지 등 다양한 상품이다. 행사를 마치고 단체 기념촬영을하고나오는 노인들에게 365 정형외과에서 준비한 선물도 나눠들인다.
율천동에 사는 남모 씨(남 84)를 만나 오늘 민속놀이 느낌에 대해 물어봤다. "딱지치기를 하다 보니 어린 시절 학교 공부가 끝나면 집에도 가지 않고 친구들과 구슬치기나 딱지치기하고 놀던 생각이 났다."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웃음과 즐거움으로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