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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느껴보는 예술 한 잔, 감성 한 모금!
수원역전시장 112호 '시장 커피' 프로젝트
2025-03-14 18:25:01최종 업데이트 : 2025-03-14 18:39:31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수원역 9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수원역전시장'의 모습

수원역 9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수원역전시장'


수원역 앞, 오래된 건물 하나가 시장 전체를 이루는 독특한 구조의 '수원역전시장'이 있다. 이곳에 최근 특별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바로 천근성 작가의 '시장 커피'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의 일환으로, 미술관의 벽을 허물고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전시 중 하나다.

천근성 작가는 예술을 일상과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주목받아 왔다. 서울 문래동에서 '먼지'를 소재로 한 《In-dust-real》 전시를 통해 산업 지역의 사회적 쟁점을 다루었고, 주거 취약 계층과 함께하는 《이웃집 홈리스》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과 사회의 접점을 탐구해 왔다. 그의 작업은 예술이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상가 내 112호를 찾으면, 핸드드립 커피향이 가득한 '시장 커피'를 만날 수 있다.

상가 내 112호를 찾으면, 핸드드립 커피 향이 가득한 '시장 커피'를 만날 수 있다.


'시장 커피' 프로젝트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시장 상인들이 미술관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여, 작가가 직접 시장으로 들어온 것. 두 달 동안 카페를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고자 했다. 수원역전시장은 다양한 물건을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천 작가는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시장에 카페를 열기로 결심했다.

카페 메뉴는 단순하다. 커피와 레몬 생강차, 그리고 초콜릿이 제공된다. 특히 초콜릿은 전시 제목인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와 연관되어 있다. 시장 상인 중에는 드립 커피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많았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현대미술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커피 뿐만 아니라 물물교환 장소도 마련된 열린 공간이기도!

커피뿐만 아니라 물물교환 장소도 마련된 열린 공간으로도 쓰인다


이 카페의 특별한 점은 커피의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가를 지불하거나, 그림이나 시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물물교환은 사실 시장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던가. 시장의 본래 기능인 교환의 의미를 되살리는 동시에,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시장 상인들과 방문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빵을 가져와서 나눠 먹자는 손님, 가방에서 표고버섯을 꺼내준 이도 있었다. 인근에 있는 가게 사장님은 주방 벽이 허전하다며 직접 커튼을 달아주기까지 했다. 이처럼 소통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기도 한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시장과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본래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먹긴 하지만,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따로 과외를 받았다는 천근성 작가.

본래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먹긴 하지만,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따로 과외받았다는 천근성 작가


천근성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관이 아닌 일상 공간에서 예술이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시장 커피'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고, 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작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시장에 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시장 상인분들은 주 6일은 일을 하시기 때문에 가게를 지키느라 미술관에 방문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수원에 있는 시장을 찾아다녔는데 수원역전시장에 처음 방문했을 때, 어떤 분이 커피를 주셨어요. 여기서는 손님이 오면 커피부터 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처음에는 작업실을 열어 사람들과 소통하려 했지만, 이 공간이 어쩌면 전시장 같기도 했습니다. 카페를 연다면 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카페 운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오픈 초기에는 시장 상인분들이 많이 오셨고, 3월부터는 인스타그램 등으로 홍보되면서 다양한 분들이 찾아오셨습니다. 특히 한 90세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신 일이 기억에 남아요. 따님과 함께 오셔서 서로의 초상화를 그리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걸 보고 뭉클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글과 그림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나의 전시장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글과 그림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나의 전시회로 보기에 충분했다.맞은편에 옷가게가 있어 가게 그림이 많다. 3장의 그림은 각각 다른 날, 다른 이들이 그렸단다.

맞은편에 옷 가게가 있어서인지 가게를 그린 그림이 많다. 앉아서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남겼으리라. 세 장은 각각 다른 날, 다른 이들이 그렸다.90세의 할아버지는 생애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경험을 했고, 그 대상은 70대의 딸이 되었다. 아빠 눈에 비친 딸의 모습이 전시장을 훈훈하게 만든다.

90세의 할아버지는 생애 처음으로 그림 그리는 새로운 경험을 했고, 그 대상은 70대의 딸이 되었다. 아빠 눈에 비친 딸의 모습이 전시장을 훈훈하게 만든다.


Q. 시장 커피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변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처음 문을 열 때, 유명해지는 일을 바라지는 않았어요. 길을 가다가 우연히 들어왔으면 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 <바그다드 카페>나 <카모메 식당>처럼 우연으로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길 바랐던 것 같아요. 카모메 식당 속 주인의 미소를 닮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여기 있으면서 상인분들의 웃음이 밝아진 것을 느껴요. 처음에는 인사를 잘 받지 않으시던 분들도 이제는 먼저 인사를 건네세요. 이곳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 자신도 더 활발해진 것을 느낍니다." 

Q. 끝으로 특별전에 대한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그린 그림들은 전부 수원시립미술관으로 옮겨질 예정입니다. 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보시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그림은 미술관으로 가고 미술관에서 누군가에게 선물로 갈 거니까 누군가에게 선물로 계속 돌아갈 거에요. 미술관에 오셔서 작품을 감상해 주시면 좋겠어요."

9번 출구 앞에서 20년 넘게 바나나를 팔고 있다는 상인이 그리고 간 바나나.

9번 출구 앞에서 20년 넘게 바나나를 팔고 있다는 상인이 그리고 간 바나나.

시장커피를 통해 무료로 자화상을 그려주는 사람이 있었고, 이후 본인의 SNS에서 챌린지를 하고 있는 등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느껴졌다.

시장 커피 프로젝트를 통해 무료로 자화상을 그려주는 사람이 있었고, 이후 본인 SNS에서 챌린지를 하는 등 문화예술의 접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원시립미술관의 특별전은 4월 15일(화)부터 시작되며, '시장 커피' 프로젝트는 3월 27일(목)까지 수원역전시장 내 상가 112호에서 진행된다. 미술관 방문이 낯선 이들이라면, 수원역전시장을 거닐다가 '시장 커피'에 들러 현대미술을 색다르게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렇게 남긴 나의 작은 낙서나 글, 그림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우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시장 커피 프로젝트]
위치 : 수원역 9번 출구 1분 거리 -> 수원역전시장 내 상가 112호 -> 시장커피
기간 : 2월 27일(목)부터 3월 27일(목)까지 
운영 : 매주 화, 수, 목 오후 12시에서 5시까지 

[수원시립미술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전시 안내]
위치 : 수원시립미술관(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238-1)
기간 : 4월 15일(화) 개막
전시명 :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레이드 그리고 파티 》,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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