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주회 모습
지난 13일, 수원 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는 '수원 음악인의 밤'을 주제로 한 음악회가 열렸다. 공연장에는 지정석이 가득 차 있었고,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가족과 지인들이 대거 참석하여,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을 즐겼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지휘자 신은혜, 피아니스트 김은아와 황수연, 색소폰 연주자 임승훈, 첼로 연주자 권새롬, 그리고 수원시립교향악단이었으며, 그들은 수원 시민들에게 멋진 음악의 향연을 선사했다.
첫 번째 무대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으로,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분위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사롭지 않은 멜로디가 무대를 압도하며, 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하늘로 치솟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핑갈의 동굴〉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헤브리디스 연안에 있는 동굴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전설에 나오는 국왕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이 동굴은 그 아름다움이 뛰어나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바그너는 이 음악을 듣고 "풍경화와 같다"고 극찬했다고 전해진다.

첼로 연주
첼로, 바순, 비올라로 시작되는 중심 주제는 마치 파도가 넘실거리는 섬의 경관을 연상시킨다. 기묘한 바닷가의 소리와 호른, 튜바의 강한 멜로디가 흥을 돋운다. 팡파르의 소리는 희망의 메시지처럼 들려, 필자만의 생각일까?
멘델스존의 음악은 특유의 부드러움과 강약 조화가 돋보인다. 어떤 비평가는 그의 음악이 너무 감미롭다고 평하기도 했지만, 그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다. 멘델스존은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금수저를 잡고 자랐다. 고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의 음악에는 치열한 삶의 그림자가 묻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음악은 조용하면서도 스피디한 화음으로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한다. 바이올린, 첼로, 튜바 등 다양한 악기의 경쾌하고 발랄한 멜로디는 독수리의 비상처럼 창공을 나는 듯하다.

연주자들의 모습
다음 무대는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이었다.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 협주곡 제10번은 그가 누이 '난네르'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작곡한 작품으로, 고귀한 기품과 단정한 아름다움을 지닌 곡이다. 제1악장 '알레그로', 제2악장 '안단테', 제3악장 '론도'의 아름다운 선율이 이어지며, 김은아와 황수연 두 피아니스트의 협연이 펼쳐졌다. 두 피아니스트는 각기 다른 성장 과정을 거쳤지만, 그 하모니는 세련된 감동을 선사했다. 700여 곡을 남긴 천재 모차르트의 음악은 경쾌하고 발랄한 멜로디로 관객들을 매료시켰으며, 우아함과 기품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공연에서 색다른 작곡가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작곡가 이베르의 〈색소폰을 위한 작은 협주곡〉이 그것이다. 색소폰은 일반적으로 자주 접할 수 없는 악기지만, 이날 연주를 통해 기교적이고 우아하며 박진감 넘치는 색소폰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연주자는 빠른 손놀림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수원시립교향단
마지막 작품은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1번〉으로, 권새롬 교수가 첼로 솔로로 연주했다. 첼로의 중후한 멜로디는 관객을 압도했으며, 정숙하면서도 스피디한 박진감이 타 악기들과 비교될 만큼 독특했다. 권새롬 교수는 현란한 기교를 자랑하며, 관객들과의 시선 교환에서 넘치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실내악에 대한 애정이 깊은 그는 실내악 연주자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음악회의 지휘는 2019년부터 수원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로 활동 중인 신은혜 지휘자가 맡았다. 그녀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지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음악을 이끌었으며, 봄을 맞이한 관객들에게 작은 성찰을 던져주었다. 이날 연주된 곡들은 대중성이 있는 작품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어 새로운 음악을 접할 기회가 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 조용하게 퇴장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통해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교양을 엿볼 수 있었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