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은 사랑입니다' 사만사 자원봉사 회원(왼쪽 강승원 회장)
"여보, 설마... 사람들이 아침 한 끼 먹으려고 새벽 6시에 나올까?"
"나도 믿기 어렵긴 하지만, 시간 맞춰 취재를 나가야지. 지인과의 약속도 지켜야 하고."
지난 15일 토요일 밤, 아내와 나누었던 이야기다. 나는 매 월 2~3회 일요일마다 무료급식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지인의 소식을 SNS에서 접하고, 그 이야기가 무언가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취재 약속을 잡았다.

새벽 5시 40분 장안공원에 누가 모였을까?
새벽 5시 20분, 알람 소리가 울린다. 창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급히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한산한 도로 위로 찬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떨어졌다. 목적지인 장안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5시 40분, 공원은 아직 어두웠고,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어두운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 수는 무려 32명. 대부분은 어르신들이었다.
5시 50분, 1톤 냉동탑차와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준비를 시작했다. 자재보관소에서 의자, 천막, 히터, 식탁 등을 꺼내고, 송풍기로 바닥을 청소한 후 대형 천막을 설치했다. 마치 밤새 준비한 야시장을 보는 듯한 활기찬 모습이었다.

어두운 새벽에 사만사 식당이 섰다
식당의 바람막이가 설치되고, 식탁 위에는 반찬과 음료가 준비되었다. 소고기무국, 잡채, 계란후라이, 떡과 쌀튀밥까지. 자원봉사자들은 마치 훈련된 군인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들의 자원봉사 경험은 13년을 넘었고, 그 연륜이 돋보였다.
식사 준비는 단순히 밥을 차리는 것을 넘어서, 어르신들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어르신들은 번호표를 받은 후 6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배식을 받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식판을 테이블로 날랐는데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소가 가득했다. 어르신들이 뜨거운 국그릇을 엎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자원봉사자들의 배식 장면. 안전을 위해 이들이 배식을 받아 직접 나른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소고기무국은 진하고 따뜻했으며, 잡채와 계란후라이는 간이 딱 맞았다. 국의 온기 덕분에 추운 새벽, 얼어붙었던 몸이 녹았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에게는 후식 간식이 없었다. 그들은 바쁜 와중에도 즐겁고 자발적으로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계속해서 일에 몰두했다.

오늘 아침 식사. 푸짐한 1식 4찬이다. 간식 3종은 위에 놓여 있다.

한쪽에선 이미용 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입구 천막에는 이미용 봉사를 위한 별도의 천막이 마련되어 있었다. 한 어르신이 미용사에게 자신의 머리를 맡긴 채 이발중이었고, 남성 자원봉사자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열심히 돕고 있었다. 장부를 살펴보니, '행복한 아침나눔 급식 (이미용 봉사활동)'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이미용 봉사는 2016년 1월부터 시작됐다. 많을 때는 22명까지 이미용 서비스를 받는다고 한다. 평균적으로는 10명 정도가 이미용 봉사를 받는다. 이 중요한 봉사활동은 자원봉사자 3명이 맡고 있었다.
아름다운 현장을 주도하는 이들은 '사랑을 만드는 사람들'(사만사)이라는 의미를 지닌 자원봉사 단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단체는 매 월 2~3회, 무료 급식을 제공하며, 겨울철에는 김장을 담가 어려운 가정에 나누기도 한다. 강승원(56) 회장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어르신들에게 밥과 반찬을 나르며, 그들에게 안부를 묻고 미소를 보였다. 그는 "밥 굶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어르신들이 웃으며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면, 이곳은 단순한 급식소가 아닙니다. 이곳은 서로의 사랑과 관심을 나누는 사랑방"이라며 "대화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사만사는 서둔동, 파장동, 조원동 세 곳 공유 냉장고에 반찬을 가득 채웠다. 사진은 파장동 공유냉장고.
강 회장은 "이곳에 나온 봉사자 30여 명은 대부분 2∼3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다양한 곳에 후원을 하고 있다. 2012년 11월, 무료급식 활동을 무모하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천막, 테이블 등 필요한 장비도 갖추고 좋은 결과를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서둔동, 조원동, 파장동 세 곳의 공유 냉장고에 100여 명이 드실 반찬을 채워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의 말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헌신 덕분에 이 활동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강승원 회장이 콩나물잡채와 김치, 밥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가 배식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 10년 차인 박현희 사무총장(55)은 이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번호표 배부, 커피 접대, 자원봉사자 출석 관리, 그리고 질서 유지 등의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이날 최종적으로 144명이 식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박 총장은 "사만사 활동이 점점 더 알려져서,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오셔서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즐기시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의 말에는 이 활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설거지도 즐겁다
8년 차 자원봉사자 황진옥(52) 조리장은 자원봉사의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자원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오늘, 나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한 따뜻한 아침을 목격했다. 그들의 순수한 마음, 성실함, 자발적인 참여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수원 화성 위로 떠오른 햇살처럼, 이들의 나눔은 우리 사회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