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이겨내는 나무가 자란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를 탐방하고
2025-03-21 10:59:06최종 업데이트 : 2025-03-21 10:58:58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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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재를 이용해 건축한 연구동 건물이다. 식목일이 가깝다 보니 현신규 박사가 생각난다. 수원시청 본관에 들어서면 벽면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 수원을 빛낸 인물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데, 현신규 박사가 있다. '나무 개량으로 산림 부국의 꿈을 실현한 위대한 임목육종학자'라고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 수원고등농립학교에 입학할 때 수원으로 와 50여 년 수원에서 활동했다는 기록도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권선구 온정로 39오목천동)에는 현사시나무가 서 있다. 언뜻 보면 자작나무처럼 보이는데, 하얀 양복을 입은 신사가 점잖게 서 있는 느낌이다. 현사시나무는 은백양을 어미나무로 자생종인 수원사시나무를 화수분으로 하여 교잡한 교잡종이다. 1953년 현신규 박사 주도로 육종이 시작됐다. ![]() 1953년 현신규 박사 주도로 육종이 시작된 현사시나무다. 일제 강점기의 산림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산은 황폐해졌다. 산지 복구에 나무가 필요했다. 산업용으로도 나무가 부족했다. 현사시나무는 꺾꽂이를 통해 번식할 수 있어 대규모 번식이 가능했다. 나무 성장도 빨랐다. 산림녹화가 절실할 때 필요한 나무였다. 또 곧게 자라는 성질이 있어 목재로서 가치도 높다. 현사시나무는 원래 은사시나무였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이 나무 육종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현신규 박사 공로를 듣고, 이를 격려하기 위해 이름을 넣어 부르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산림생명자원연구부에는 '향산 육종원'이 있다. 현신규 박사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호를 따서 지었다. 여기에 리기테다 소나무가 있다. 리기테다 소나무는 기존의 소나무인 리기다와 테다를 교잡한 나무다. 두 가지 소나무의 우수한 특징을 교접했는데, 현 박사가 주도했다. 우수한 특징만 가져온 것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목재의 질도 우수하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탁월한 육종 성과로 인정받았다. 미국 상원에 '한국의 기적의 소나무'로 보고되기도 했다. 육종원은 공원처럼 조성했는데, 2012년 세운 기념비도 있다. 기념비 뒤에 리기테다 소나무들이 호위무사처럼 서 있다. 산에서 흔히 보는 소나무와 달리 솔잎이 몸 전체에 있다. 연구원들 정성으로 키워서인지 겨울에도 푸른색이 선명하다. 흔히 산을 청산이라고 하는데, 소나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국가 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 후계목을 관리 유지하는 시험림이 있다. 산림생명정보연구과 구자정 박사는 "국가유산청과 협력하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 정이품송, 용문사 은행나무와 같은 중요한 산림자원에 대해 자식 나무를 육성하고 있으며, 현재 생명부 시험림에는 400그루의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라고 하며, "지역 문화 관광 자원화를 위한 증식기술과 소재 자원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향산 육종원'에 있는 리기테다 소나무. 기존의 소나무인 리기다와 테다를 교잡한 나무다. 3월 중순에 눈이 오고 있다. 바람도 차다. 그런데도 어린나무들이 추위를 의연하게 견디고 있다. 천년 세월을 살아온 조상을 잇는 귀한 나무다. 신분에 걸맞게 제법 근엄하고도 깊은 명상에 잠겨 있는 듯하다. 무궁화 관련 시험장도 있다. 가로수용 무궁화도 연구하고 있고, 무궁화 국내외 품종 유전자 보존도 힘쓰고 있다. 지금은 꽃도 잎도 불 수 없지만, 나무만 봐도 마음속에는 벌써 화려한 꽃이 핀다. 이런 연구가 있어서 우리 꽃 무궁화를 어디서든지 볼 수 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다. 여기서 정성스럽게 보존한 무궁화가 전국에 활짝 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 천연기념물 복제나무 현지 외 보존원이다. 산림생명자원연구부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산림생물반응 연구시설'이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 생명 자원 영향을 평가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곳이다. 임목자원연구과 이일환 박사는 "지구가 계속 더워질 때 혹은 기온 변화가 있을 때 어떤 품종의 나무가 살아남을까를 연구한다."라고 하며 "연구시설 건물 내에 가혹한 지구 환경을 설정한다. 쉽게 말하면 이산화탄소에 의해 지구 온실 효과를 심해지게 했을 때 버티는 나무, 온도가 올라갔을 때 혹은 물 공급을 좀 덜 했을 때 버티는 육종 등을 개발하는 곳이다."라고 설명한다. 구 연구사는 목재를 이용해 건축한 연구동에 관해서도 안내를 했는데, "실험실은 장비 등 무게를 지탱해야 하므로 철근콘크리트 구조고, 사무공간은 목재를 적용했다. 구조안정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고려한 하이브리드 건축물이다."라고 말한다. 건축 재료로 흔히 쓰이는 시멘트 등은 생산 과정부터 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탄소 감축을 위해 목재로 지었으니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온난화를 막는 실천을 하고 있다. 산림과학원답게 나무로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다는 것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사회적 가치도 담았지만, 노란색 건물로 보기에도 좋다. 건물이 위압적이지 않고, 주변 자연경관에 어울려 미학적 가치도 있는 공간이다. ![]() 무궁화 품종 보존원. 산림과학원 육성 품종 및 국외 품종이 있다. 나무는 인류에게 꼭 필요한 자원이다. 자연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재해 방지, 자연환경 보존, 자원 등으로 활용한다. 오늘날 기후 위기 시대에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산소를 배출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역할도 크다. 덕분에 동식물과 인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다. 말 그대로 숲은 생명의 공간이다. 어디 그뿐인가. 나무는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탐구하게 한다. 박목월 시인은 유성, 조치원, 공주, 온양으로 가는 길에 나무를 만난다. 그때마다 화자의 마음에 묵중함, 추움, 외로움의 나무 성정이 들어온다. 마침내 시인은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깨끗해지는 시 '나무' 내용이다. 기자도 삶에서 크게 넘어진 적이 있다. 그때 쓴 글이 '나무는 추위에 떨지 않는다'라는 수필이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버티는 나무의 모습이 내면에 우뚝 섰다. 나무의 울림이 일어서게 했다. 그 후로 나무를 생명의 은인처럼 우러러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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