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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산에 불, 다행히 빠르게 진화
빠른 신고와 관련 기관의 합동 대처가 빛나다
2025-03-24 15:13:08최종 업데이트 : 2025-03-24 11:24:11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산불이 난 주변에 소방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산불이 난 주변에 소방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3월 20일 13시 28분에 지역민끼리 소통하는 카페에 칠보산에 불이 났다는 글이 올라왔다. 아파트 거실에서 찍은 사진도 첨부했는데, 산머리에 하얀 연기가 보인다. 여기에 댓글이 계속 달렸다. "우리 마을의 소중한 재산이다. 빨리 꺼져야 할 텐데"라고 걱정하는 글이 많았다. 
  휴대전화 속 글을 읽으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런데 13시 43분부로 진화 완료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멀리서 서성거리며 산마루를 보곤 했다. 
  마음을 졸이다가 칠보산에 가보기로 한다. 14시 30분에 천천나들목에서 오르는 1코스로 간다. 입구에 다다르니 경찰관이 있다. 산불이 진화됐지만,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작업 도중에 화재로 타버린 나무를 산불감시원이 지켜보고 있다.

작업 도중에 화재로 타버린 나무를 산불감시원이 지켜보고 있다.


  산은 여전히 조용하다. 봄 햇볕에 나무들이 검은 티를 벗어내고 있다. 오르는 동안 하늘에서는 소방헬기가 수시로 와 물을 뿌리고 돌아간다. 수원시 권선구라고 쓰여 있는 제복을 입은 산불감시원이 다급하게 오른다. 등에 물통을 지고, 가슴에도 물통을 맸다. 몹시 무거워 보인다.
  14시 53분 무렵에 산불이 난 근처에 온다. 제3 전망대에서 천천나들목으로 100여m 지점이다. 소방관과 진화대원 등이 연장을 이용해 잔불을 끈다. 산불지휘 수원시 권선구, 화성시(아래 'Hwaseong Forest Service'를 나란히 썼음), 산불 전문 예방 진화대원, 경기도 소방관, 경기도 화재조사라고 쓰여 있는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다. 제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은 신분증 목걸이를 차고 있는 공무원들이다. 군인도 보인다. 
  작업에 방해가 되는 듯해서 제3 전망대에서 본다. 15시 30분경에 물을 끄는 사람들이 내려간다. "신고가 들어오고 빨리 진압해서 다행이다"라고 대원들이 하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화성시 쪽에서는 여전히 소방헬기가 온다. 화재 지역을 도는 듯하더니 물을 쏟아낸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화재조사라는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다시 불이 난 곳으로 오른다.
 
산불 진화 작업에 소방관, 군인, 공무원이 합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산불 진화 작업에 소방관, 군인, 공무원이 합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화재 소식은 언론에도 나왔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가 12시 36분께 119 신고를 접수했다. 헬기 4대와 차량 14대 등 장비 25대, 인력 52명을 동원해 진화했다. 1시간 20여 분만에 진화됐다. 소방과 산림 당국은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 및 정확한 피해 면적을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다. 보도에 따르면 13시 56분에 진화됐다는 말이다. 주민이 카페에 올린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보도에는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칠보산에서 불이 났다고 했다. 그런데 호매실 지역 카페 등은 우리 동네에서 난 화재라고 걱정했다. 이유는 칠보산은 수원시와 화성시, 안산시에 있다. 즉 불은 화성시 쪽 경사로에서 올라와 수원 경계를 이루는 산 능선에서 꺼졌다. 어쨌거나 칠보산은 동으로 수원시, 남서로 화성시, 북으로 안산시와 경계를 이룬다. 그러니 각 지역에서는 보물 같은 산이다. 산 높이도 적당하고 주변 풍광이 좋아 사람들 많이 찾는다. 
  전하는 이야기도 있다. 원래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 수탉, 호랑이, 절, 장사, 금 여덟 가지 보물이 있었는데, 사람들의 탐욕으로 황금 수탉이 없어졌다. 그래서 일곱 가지 보물만 남게 되어 칠보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낙엽은 재가 되고, 나무도 밑동이 검게 그을렸다.

낙엽은 재가 되고, 나무도 밑동이 검게 그을렸다.


  칠보산은 높이가 239m로 비교적 낮은 산이다. 이런 규모에 비교해 절은 많다. 수원시 쪽에 개심사, 용화사, 무학사가 있다. 안산 쪽으로 칠보사, 그리고 화성 쪽으로 일광사 등이 있다. 이외에도 산 중턱에 여러 절이 있다. 산에 잣나무도 많다. 키도 크고 잘생긴 나무들이다. 맷돌을 만들 수 있는 돌도 널려 있다. 작은 돌이 많아 가공하기에 편리하다. 그래서 보물로 여기지 않았을까. 이런 것으로 보면 칠보산 보물 이야기는 허무맹랑하게 지어내지는 않은 듯하다.
  수원 권선구 호매실동에서 칠보산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는 8개다. 어느 곳에서 오르든 산이 넉넉하게 품어 주니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굳이 즐기는 코스가 있다면 계절에 따라 다르다. 봄에는 칠보 쉼터와 칠보 약수터에서 출발하는 1코스로 걷는다. 산에 분홍빛 치마를 두르고 앉은 진달래들이 일품이다. 여름에는 용화사에서 2 전망대로 오르는 2코스와 용화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3코스다. 숲이 울창하게 잘 조성되어 햇빛이 들지 않아 좋다. 계곡을 따라서 가므로 시원한 물소리도 들을 수 있다. 가을에는 상촌중학교에서 정상으로 가는 7코스를 이용한다. 누렇게 물이 든 나무들을 가까이 보며 오를 수 있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면 호매실동은 맛집과 카페가 많다. 그러니 언제 찾든 상관없다. 특히 여기는 산에 오르지 않는 젊은이들도 자주 방문한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산 아래 풍경이 마음을 쉬게 한다.
  5월까지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이다. 수원시도 13일 '2025년 봄철 관계 기관 합동 산불 진화 모의훈련'을 했다. 이런 훈련이 초기 진압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춘분을 앞두고 눈까지 내려 건조하지 않았을 텐데 불이 났다.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 같다. 
칠보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수원 풍경.

칠보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수원 풍경.


  제2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 화성시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높은 곳에서 보는 도시 풍경은 그림 같다. 조금 더 올라가면 팔각정이다. 소화기 두 개가 보인다. 화재 시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고 쓰여 있고, 사용법도 그림과 글로 해놓았다. 수원시 경계 표시가 있다. 오른쪽은 권선구 호매실동 왼쪽은 화송시 매송면 원평리다.
  다시 정상 쪽으로 걸으니 이번에는 수원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진 절경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인다. 옆에 산림 100m 이내 불법 소각 시 1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현수막도 있다. 
  산은 담담하고 말이 없다. 숲은 맑은 얼굴로 등산객을 맞는다. 정상에 오르면 우리가 사는 모습도 보여준다. 빼곡한 도시에서 바쁘게 사는 모습도, 작은 일에 서로 다투는 모습에도 눈 감고 있다. 그냥 하늘 아래 멋있는 풍경만 바라보라고 안내한다. 산이 보여주는 도심 풍경에 감탄사만 나온다. 머무를수록 마음이 편안하다. 보물 같은 산이다. 우리만 누릴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온전하게 전해야 할 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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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호매실동, 칠보산, 보물, 자연유산, ,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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