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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서예 수업 개강
2025-03-28 12:18:50최종 업데이트 : 2025-03-28 12:18:49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박물관 서예 수업 자료

수원박물관 서예 수업 자료

지난 26일 오후 '2025 상반기 박물관 서예 교실'이 문을 열었다. 지난 12일부터 선착순으로 수강 신청을 받았다. 수원박물관 3층 문화교육관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10강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예 수업은 한국서예박물관 양택동 명예 관장이 맡았다. 양택동 선생은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장,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을 역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예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예 수업은 이론수업과 실기수업을 병행한다. 이론수업은 '적학누공심수상망(積學累功心手相忘)'이란 글을 서예의 5체인 금문(전서), 예서, 초서, 행서, 해서로 쓴 것을 감상하면서 시작했다. '서예의 매력은 영혼과 소통하는 것이므로 축적된 학습과 노고가 필요하며 마음과 손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자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최초의 글자인 갑골문, 금문 등으로 알아보는 문자학 수업은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한자의 역사뿐만 아니라 서예의 역사도 함께 공부하게 된다. 중국의 주나라 전국시대(B.C. 403 - B.C. 221)에는 너무나도 많은 문자가 있어서 서로 소통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이때의 문자를 '대전(大篆)'이라고 하는데 금문이 여기에 속한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의 진시황은 문자를 '소전(小篆)'으로 통일했다. 이후 한나라 때 예서, 초서, 행서, 해서가 등장해 서체로써 발전해갔다.

양택동 선생은 "서예는 체본만 베끼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글자의 원리와 뜻을 알고 써야 제대로 서예를 할 수 있습니다. 글자 하나에도 음과 양이 있기 때문에 한 글자를 쓸 때도 조밀한 부분, 성긴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원리를 알고 써야 만이 예술로서의 서예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많이 쓰면서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을 많이 감상해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원박물관 서예 수업 광경

수원박물관 서예 수업 광경


이번 강의에는 23명의 수강생이 수업을 듣는데 수강생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붓을 처음 잡아본다는 수강생, 30년을 마음먹고 있다 용기를 내서 시작한다는 수강생, 학생 시절 조금 써 봤다가 나이를 먹어서야 다시 시작했다는 수강생, 30년 이상을 꾸준히 정진하고 있는 서예가도 있었다. 배우고자 하는 서체도 다양했다. 금문, 전서, 예서, 초서, 행서, 해서, 한글 등 본인이 원하는 서체를 배우게 된다.

필자는 2010년 어느 날 붓을 잡았다. 해서체(장맹룡비)로 입문을 해 예서체, 행서체를 익힌 후 초서체를 썼다. 초서가 취향에 맞아 줄곧 초서만 썼다. 10여 년 초서를 쓰면서 기교에만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예 이론과 추사체를 공부하면서 기교를 벗어난 대교약졸(大巧若拙, 매우 공교한 솜씨는 서투른 것 같이 보인다는 뜻)이란 고졸한 아름다움에 눈을 뜨면서 광개토태왕비문체를 썼다. 이 글씨는 전혀 기교가 들어가 있지 않아 어떻게 보면 어수룩해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 아시아 최강대국이었던 고구려의 강건함이 고졸함으로 함축된 글씨이기 때문에 초보자도 쓸 수 있다고 교만을 부리지만 내공이 있어야 제대로 된 글씨가 된다. 

서울 봉은사에 가면 추사 김정희가 쓴 판전(板殿)이란 현판이 있다. 산전수전 다 겪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쓴 추사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글씨를 보면 글씨에 어떤 기교도 들어가 있지 않아 마치 어린아이가 쓴 것처럼 어리숙해 보인다. 서예가로서 최고 경지에 오른 김정희가 기교에서 벗어난 고졸함이 서예 예술의 꽃이라고 느끼며 쓴 글씨인 것이다. 이런 글씨이니 일반인이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서예가라 하더라도 평생 기교에만 치우치고 고졸함에 눈뜨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서예 이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예 이론으로 문자학 수업을 마친 후에는 수강생들이 원하는 서체로 글씨를 써주는 실기 시간이다. 서예를 처음 시작한 수강생에게는 가로획, 세로획, 점 등 기초 획을 써주었다. 수강생은 다음 시간까지 기초 획을 연습해 숙제를 해오면 이를 바탕으로 수준에 맞게 진도를 나간다. 

수원박물관 서예 수업 광경, 실기수업

수원박물관 서예 수업 광경, 실기수업


기존에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은 전서, 예서, 해서, 초서 등 본인이 원하는 서체로 체본을 받았다. 서예를 처음 시작할 때는 체본이 중요하다. 체본이란 선생님이 써준 글씨이다. 체본을 보고 똑같이 쓰면서 기본적인 필획을 익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가 되면 체본 없이 책을 보고 글씨를 써야 발전할 수 있다. 체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평생 글씨를 써도 자신의 글씨를 쓰지 못할 뿐 아니라 예술적인 세계에도 접근할 수가 없다.

서예는 시작하기는 쉽지만 성취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붓을 능숙하게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연습하고 이론을 공부해야 한다. 3개월을 넘기면 1년을 넘길 수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큰맘 먹고 새롭게 시작하는 수강생들이 서예의 멋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수강생은 "코로나 이후 수업 기간이 단축되었는데 너무 짧아 아쉽습니다. 현재 10강인데 10번 수업을 받고서는 제대로 서예를 익힐 수가 없으니 15강으로 늘려주고 수업시간도 오전으로 바꿔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인화, 한글서예 등의 강의도 개설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희망 사항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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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한국서예박물관, 서예,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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