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민 음악전문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떨리고, 복잡하던 생각이 차분해지며, 메말랐던 감정에 생기가 돈다.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인 음악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듣는 것일까. 도대체 음악이란 무엇이기에 마음 깊은 곳에서 크고 작은 떨림이 일어나는 것일까?
봄기운이 완연했던 4월, 평생학습관 뜰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장관을 이루었다. 얼마 전엔 아름다운 홍매화가 매혹적인 자태와 깊은 향기로 감동을 안겨주더니, 이날은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시간이 흘렀다. 이 정경을 바라보던 이들에게, 어쩌면 이날이야말로 인생의 한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였는지도 모른다.
그날 오전,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특별한 인문학 강좌가 열렸다. 음악과 오디오 전문가 윤종민 대표가 강사로 초빙되어, 30여 명의 시민과 함께 "음악과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10회에 걸친 강좌의 첫 시간을 열었다.

경청 분위기로 뜨거운 교실
윤종민 강사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부전공까지 이수하며 학문적 기반을 다졌다. 인켈과 태광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오디오 분야에서 내공을 쌓은 인물로, 음악과 소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날 강의를 이끌었다.
음악, 미학과 인문학 사이를 걷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용돈을 아껴 음악회를 다녔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강의는 음악을 미학적·인문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그중 첫 시간은 '음악미학'을 주제로 구성됐다.
"음악을 들을 때, 그 곡이 어떤 레시피를 갖고 있는지 알고 들으면 훨씬 쉽고 깊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윤 강사의 말과 함께, 수강생들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을 함께 감상했다. 이 곡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되며 더욱 잘 알려진 작품이다. 현악기와 목관악기의 선형적인 멜로디가 교차하며 전달하는 감동은 깊고도 섬세했다.
필자 역시 음악을 좋아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는 차 안에서 잠깐씩 듣는 정도였다. 그래서 이날처럼 오롯이 음악에 몰입하는 시간은 무척이나 힐링이 되었고, 다른 수강자들 역시 깊은 몰입을 경험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대표 클래식 곡들을 짧게나마 감상하며, 각 음악이 주는 형식미와 감정선에 대해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알루투르 쇼펜하우어 (1788~1860)
윤 강사는 대표적인 음악미학 이론가인 쇼펜하우어와 한슬리크의 관점을 비교 설명했다.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음악을 '세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예술'로 보며, 감정의 표현에 방점을 두었다. 반면 한슬리크는 음악을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형식의 아름다움'으로 보았다. 그는 음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그 구조가 만들어내는 미적 조화에 음악의 본질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강사는 "감정과 구조는 어느 하나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고 공존해야 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서울여의도에서 열린 서울국제오디오쇼 한 코너
음악, 삶 속으로 들어오다
첫 강의를 들은 우만동 주민 박충환 씨는 "음악과 오디오에 대해 아직 초보지만, 강사님의 설명이 쉽고 이해하기 좋아 음악의 숲에 첫 발을 디딘 느낌"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필자 역시 음악을 좋아하지만, 이처럼 체계적인 이론 강좌는 처음이라 앞으로의 수업이 무척 기대되었다.
이번 강의를 기획한 평생학습관 김재민 부팀장은 "새봄을 맞아 시민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삶에 윤기를 더하는 음악 강좌를 준비했다"며, "지혜로운 여가생활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평생학습관 벚꽃정경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예술을 '목적 없는 목적성'이라 표현했고, 음악 역시 외적 기능이 아닌 내적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라 보았다. 한 문학평론가는 '오디오를 장만하려고 결혼했다'는 농담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음악미학은 단지 '아름다운 음악이 무엇인가'를 묻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자,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리는 형이상학적 여행이다. 이날 강좌는 음악과 오디오에 대한 이론 강의의 입문이었으며, 초보자라도 자주 듣고 익히다 보면 클래식 애호가로 거듭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음악은 마치 마법의 양탄자처럼, 우리를 형이상학의 세계로 데려가 준다. 강의실은 넓고 쾌적하다.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10명 정도는 더 수강이 가능하다는 점도 전해드린다.
*수원시 평생학습관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월드컵로381번길 2
문의: 031-248-9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