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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 체험기
2025-05-27 17:33:47최종 업데이트 : 2025-05-27 17:33: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가영
주민배우와 관람객이 함께 연극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배우와 관람객이 함께 연극을 진행하고 있다


5월 23일 저녁 8시 수원화성에서 진행된 '주민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은 단순한 역사 탐방을 넘어, 조선시대의 숨결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수원화성의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시작되었는데, 사전에 신청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었다. 행사 시작 전, 참가자들에게는 불빛이 나는 복숭아꽃 목걸이가 나눠졌고 모두가 이를 착용한 채 수원화성 안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고궁 산책이 시작되었다.

 

내가 참여한 날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였지만, 우산을 들고 걷는 참가자들과 배우들 모두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주민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꾼의 생생하고 흥미로운 해설 덕분에 비 오는 날의 고궁 산책이 오히려 운치 있는 체험이 되었다. 단순히 듣고 보는 관람이 아닌, 관람객이 직접 연극에 참여하는 방식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장원급제 한 관람객과 주민배우들.

장원급제 한 관람객과 주민배우들

첫 번째 방문지는 유여택이었다. 유여택은 왕이 특별한 손님을 접대하거나 휴식을 취하던 건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수원부유수 조심태가 정조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달하는 연극이 펼쳐졌다. 조심태는 수원 지역을 관장하는 관리로서 정조에게 지역 상황과 백성들의 안녕을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야기꾼은 정조가 워커홀릭에 가까운 왕이었다는 흥미로운 일화를 전하며, 그가 국가 경영에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를 전해주었다. 이 연극과 설명을 통해 당시 왕과 신하들 간의 신뢰와 치열한 행정 노력이 눈에 선하게 다가왔다.


이어 방문한 장락당과 봉수당에서는 왕실의 삶과 연회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장락당은 왕과 왕비, 그리고 가족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었고, 봉수당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마련한 연회 장소였다. 화려한 장식과 섬세한 건축미를 감상하며, 조선 왕실의 품격과 따뜻한 가족애가 느껴졌다.

낙남헌에 도착했을 때는 야간 개장이 한창이었다. 낙남헌은 화성행궁 내에서 가장 잘 보존된 건물 중 하나로, 문과와 무과에 합격한 사람들에게 시상을 하던 역사적 장소다.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사전 예매한 참가자들의 이름을 즉석에서 과거시험 합격자 명단처럼 호명하고 시상하는 연출이 더해졌다. 관람객들은 그 순간을 함께 축하하며 실제 조선시대 과거시험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낙남헌은 커다란 꽃장식과 아름다운 조명으로 장식되어 사진 찍기에도 완벽한 장소였다. 야간의 조명과 어우러진 고궁의 모습은 낮과는 전혀 다른 신비로운 매력을 뽐냈다.


주민배우들의 연극

주민배우들의 연극


그리고 화성행궁의 핵심 건물 중 하나인 우화관에 방문했다. 우화관은 왕의 전패가 보관되는 신성한 공간이자, 한양에서 출장 온 관리들이 머무르던 객사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프로그램은 마무리되었는데, 조선 시대의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운 궁궐 문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우화관 내부는 정갈하면서도 위엄이 있었고, 고궁 산책을 마친 참가자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화성행궁은 조선 정조가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화성을 축조하면서 만든 행궁으로, 정조가 실제 거주하고 정치 활동을 하던 곳이다. 조선 후기의 건축 기술과 군사적·행정적 기능을 모두 갖춘 복합 공간이다. 행궁은 평소에는 왕이 머무르지 않는 임시 궁궐이지만, 정조는 수원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직접 이곳에서 국정을 돌보았다. 화성행궁은 조선의 건축미와 군사적 요새 기능이 절묘하게 결합된 곳이며, 당시 왕권 강화와 백성 보호라는 정조의 정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행궁 내에는 왕실의 행사와 의식이 이루어졌던 전각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당시 궁중 생활을 짐작하게 한다.

신풍루

신풍루


프로그램 중에는 화성행궁의 역사적 의미와 건축적 특징에 대한 해설도 곁들여졌다. 특히 행궁의 각 전각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당시 왕실과 신하들이 어떻게 소통하며 정치와 행정을 수행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조선의 왕실이 단순히 권력의 중심이 아닌, 백성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공간임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날 만난 한 참가자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매우 알찼다. 주민배우분들의 열연과 이야기꾼의 해설 덕분에 조선시대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와서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어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참가자에게도 역사 교육의 장으로서 좋은 기회가 된다.

'주민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은 단순히 고궁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역사 속 인물이 되어 직접 과거의 순간들을 재현해보는 참여형 체험이다. 수원화성 내 여러 전각들과 조선왕조의 이야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저 옛 건축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으로 다가왔다. 프로그램을 통해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 조선시대 관리들의 역할, 그리고 당시의 사회상까지 다채롭게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2025년 상반기에는 5월 9일부터 6월 28일까지, 하반기에는 9월 5일부터 11월 1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운영된다. 참여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사전 예약이 필수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직접 고궁을 걸으며 배우고, 즐기며, 체험하는 '주민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은 수원화성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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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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