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그림으로 나누는 이야기’, 다정함을 건네는 순간들 – 유명숙 개인전
학교 도서관 사서에서 소박파 화가로
2025-06-25 10:38:14최종 업데이트 : 2025-06-26 11:04:0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상래
유명숙 작품

유명숙 작품
 

그림으로 나누는 이야기
수원시립만석전시관 2층 3전시실에 들어서면, 따뜻하고 단정한 온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림으로 나누는 이야기>라는 전시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의 결을 조용한 진심으로 건넨다. 작가 유명숙은 오랜 시간 책과 함께 해온 사람이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사서로 학생들과 책을 나누었던 그는, 2013년부터는 책과 영화에서 얻은 영감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1인 2모작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림은 작가의 언어다. 말보다는 선과 색으로, 감정과 기억을 담는다. "다정함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다정함은 낯섦이 사라진 후 다가와, 시간의 손을 잡고 온다." 그리고 그렇게 온 다정함은 그의 그림 속에서 꽃으로, 인물로, 장면으로 피어난다.
 

그림 속 '다정함'의 시작, 첫 번째 섹션 – 꽃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꽃 그림들이다. 다양한 분위기의 꽃들이 계절과 감정의 흐름처럼 펼쳐져 있다. 그중에서도 비 내리는 들판 안개 사이로 피어난 노란색 들꽃, '작은 꽃'은 특히 인상 깊다. 누군가 일부러 심은 꽃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조용히 피어난 듯한 이 꽃은 '화려함보다 평온함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일상의 들꽃처럼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잘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들, 작가는 그 조용한 존재들에 집중한다. 삶의 평온은 어쩌면 꽃다발이 아닌, 들판의 들꽃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1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두 번째 섹션 – 이야기
두 번째 섹션에서는 다채로운 서사를 담은 그림들이 모여 있다. 특히 포스터 속 작품이 눈에 띈다. 검정과 흰색으로 나뉜 단발머리 여성의 얼굴은 작가 자신과 어머니의 모습을 겹쳐놓은 듯하다. 그림 속에는 사랑 앞에 놓인 경제적 현실, 부부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 때로는 그 안에 감춰진 폭력성,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을 감싸는 '사랑'이라는 복잡하고도 따뜻한 감정이 응축되어 있다. 그림은 말을 아끼되, 대신 색과 구도를 통해 강하게 전해진다.
 
ㄴ

자연-eco, 유명숙

또한, 2022년 작 '자연-eco'는 우리가 소비하는 옷, 그 뒤에 가려진 환경 문제를 다룬다. 입지 않은 옷이 소각되고, 헌 옷이 제 3세계로 흘러 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다시 그것들이 쌓여 산처럼 되는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옷의 과잉 생산과 그에 따른 환경 파괴를 고민하다, 나체주의 영상 속 인물들의 자유롭고 행복한 표정을 보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작품은 소비에 대한 질문과 함께,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나도 집에서만이라도 해보고 싶은 풍경이었다"는 그의 말은, 누군가의 그림이 곧 삶의 작은 꿈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ㅇ

세 번째 '정크 아트' 섹션에서 전시 작품을 관람 중인 관람객

일상의 재발견, 세 번째 섹션 – 정크 아트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버려진 물건들로 만든 공예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명 '정크 아트'. 재활용 이상의, 일상의 물건들이 예술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버려진 합판, 병 뚜껑, 쓰지 않는 천 조각. 무용한 것에서 유용함을 발견하는 이 작업은, 유명숙 작가의 아상블라주를 작품들이다. 예술은 이처럼 늘 곁에 있었던 것들이 낯설게 보이는 순간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ㅇ

책과 그림에,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마지막 섹션 작품들

마지막 섹션 – 책과 그림, 삶의 서가에서
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작가의 과거, 사서로 일하던 시절의 기억을 담고 있다. 중·고등학교 도서관의 책꽂이에서 만난 책들이 그를 화가로 이끌었다. '유년의 뜰', '레닌의 키스', '소설처럼' 같은 책들은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었고, 그 감정을 그림으로 다시 되살려 놓았다. 책 속 문장과 그림이 만나는 이 공간은, 마치 글과 그림이 대화하듯 관람자에게 말을 건다. "당신도 이런 기억이 있지 않나요?"라고 말이다.
 
ㅇ

책이 있다, 유명숙

그림, 그 이상의 이야기
전시의 첫 작품 '갤러리 풍경'은 작가의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은 단서이자 시각적 메타포다. 다양한 의료와 소재, 표현법이 작가의 머릿속에서 동시에 튀어나오는 순간을 스케치와 색으로 옮긴 이 작품은, 창작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열망과 분열, 그리고 그것을 가다듬는 평온한 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안에는 전시장에 걸린 모든 작가들의 작품이 어울려 있어, '그림을 보는'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눈을 느낄 수 있다.
 
ㅂ

갤러리 풍경, 유명숙


그림은 당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 작가는 말한다. "그림과 마음이 이야기를 나누고, 당신에게도 그림이 말을 걸기를 바란다." 삶에서 길어 올린 다정함, 읽고, 보고, 사랑했던 모든 기억들이 이 전시에서 하나의 언어로 만난다. 그림이, 삶이, 당신에게 속삭이는 것이다.
"괜찮아요, 당신의 이야기도 충분히 따뜻하다고."

작가 약력
2025.06 수원만석전시관 4회 개인전
2023.06. 소망갤러리 초대전
2021.08. 영통갤러리 2회 개인전
2021.02. 행궁갤러리 첫 개인전
2017-24. 강남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2020-23. 나혜석미술대전 입선
2020.10. 경기미술대전 입선
2016.11. 안견 사랑 미술대전 입선
현) 한국미술협회 회원. 수원미협회원

전시 정보
전시명: 그림으로 나누는 이야기
작가: 유명숙
기간: 2025년 6월 24일(화) ~ 6월 29일(일)
장소: 수원시립만석전시관 3전시실(수원시 송죽동)
운영시간: 10:00~18:00
전화: 010 9132 0838
비고: 전시된 작품은 모두 작가의 창작이며, 구매 후 소장 가능하다
 
김상래님의 네임카드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유명숙개인전, 수원미협회원, 유명숙, 나혜석미술대전입선

연관 뉴스


추천 2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