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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을 안내하는 잡지 전시회
수원박물관, ‘김훈동 기증유물, 시대의 거울: 대중잡지’ 개최
2025-07-09 19:05:00최종 업데이트 : 2025-07-09 19:04:5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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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전시 중인 잡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수원박물관이 기증유물 틈새전 '김훈동 기증유물, 시대의 거울: 대중잡지'를 개최하고 있다. 2층 역사관 상설전시실에서 7월 1일부터 시작해 오는 12월 31일까지 열 계획이다. 김훈동 씨는 잡지 창간호 수집가다. 문화·예술·학술·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잡지 창간호를 40여 년 동안 수집·보관해 왔다. 수집한 자료가 전시, 교육 등으로 많은 사람에게 소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2009년 9,400여 점을 수원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는 1950~1980년대 잡지 창간호 위주로 전시한다. 전시 잡지 중에 《문화재》는 1965년 문화재관리국(현 국가유산청)에 발행한 연구 논문집이다. 이후 월간지로 나오다가 2023년에 멈췄다. '문화재'라는 용어도 '국가유산'으로 변경됐다. 따라서 이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 《헤리티지: 역사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서 발행되고 있다. 시사 잡지는 당시 국내외 정치 및 경제에 대해 심층 취재·보도를 했다. 1974년 9월 발행된 《여성 세계》도 시대상이 보이는 잡지다. 70년대 중반 산업 사회에서 여성들은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았다. 여성들은 수출 현장에 있었지만, 차별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동시에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사회 진출 증가 등으로 당시 젊은 여성들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잡지 표지 속 모델도 고학력 여성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모습이다. 70년대 중반 문자 생활 방식도 짐작할 수 있다. 잡지 제목부터 모두 한자다. 한글 표기는 없다. 《주간 스포츠》는 1975년 창간된 주간지다. 잡지를 일주일 단위로 발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렇게 했다는 것은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1970년대는 남북 긴장 상태에서 모든 것이 체재 정책과 맞물려 있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올림픽에서 먼저 메달을 따면서 우리나라는 체육 정책에 집중한다. 그 결과 19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등에서 북한에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70년대 중반 우리 사회 모습을 볼 수 있는 잡지다. 문자 생활 방식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스포츠는 국민적 관심사였다. 특히 고교 야구는 도시 사람들에게 고향을 그리워하는 대체재였다. 고향 팀 선전은 도심에서 힘겨운 삶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했다.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은 한국 발전의 상징이었다. 산업 발전을 이루고, 국민은 스포츠를 보는 것으로 여가를 즐기는 시기였다. 자연스럽게 《주간 스포츠》와 같은 잡지도 보는 사람이 많았다. 《선데이서울》도 주간지다. 이 잡지는 창간 때부터 매진을 기록했다. 표지는 컬러고, 기사 내용도 신문 등에서 읽을 수 없는 것이었다. 성인 오락 잡지라고 했지만, 사춘기 소년들도 몰래 보는 잡지였다. 그때 학교에서 폐휴지 수집을 했는데, 이 잡지가 나오면 누군가 바로 낚아챘다. 그리고 교실에서 서로 돌려보곤 했다. 잡지 창간은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창간호에는 이런 어려움을 이겨낸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중앙일보사에서 발행한 시사 월간지 《월간 중앙》은 국내외 정치 및 경제에 대해 심층 취재·보도를 했다. 이 잡지는 표지에 파란색 한자 '尹在烈'이 보인다. 즉 이 책은 기자가 소장하던 책이다. 기자도 오랫동안 잡지 창간호를 수집했다. 많은 책이 감당이 안 돼 1998년 김훈동 선생에게 기증했다. 1976년 《컴퓨터》 잡지는 놀랍다. 이때부터 컴퓨터가 들어왔다는 뜻이다. 시대를 앞선 잡지다. 《만화 동산》, 《아이큐 점프》는 청소년 대상이다. 《만화 동산》이 창간된 1980년은 다양한 장르의 만화들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만화잡지들도 인기가 있었다. 《아이큐 점프》는 표지에서 보듯, 장태산, 이현세, 이상무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을 연재하면서 독자들을 끌어들였다. 수원 시내 학교에서 제작했던 잡지도 정감이 간다. 영복여자중·고등학교 교지 《향나무》는 수원시 체육대회에서 종합우승한 소식을 실었다. 수원여자중학교 교지 《채송화》는 학생과 교사들의 작품이 보인다. 둘 다 1973년 창간했다. 김훈동 선생은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잡지를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제 유물이 되어 수원시민의 사랑을 받는다. 창간호는 말 그대로 첫 호다. 틀을 처음에 놓는 것이라 준비 시간도 많이 든다.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으니 고민의 흔적도 많이 담긴다. 출판 시장은 지금도 어렵지만, 과거에는 더했다. 잡지 창간호에는 이런 어려움을 이겨낸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창간호를 보면서 이런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고, 당시 시대상도 떠올려 볼 수 있다. 수원박물관 이동근 학예팀장은 "수원박물관은 수원사람들의 기증으로 이루어졌다. 2003년부터 현재 184명(기관 포함)이 참여했다. 기증자를 예우하기 위해 이번에 <기증자의 창>도 새로 만들었다. 김훈동 선생도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잡지를 박물관에 기증해 유물이 됐다. 박물관은 앞으로도 기증유물 등을 문화유산으로 보전하고,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으로 가치를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한다."라고 말하며, "이번 전시는 상설 전시관에 수원 근대 역사 자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여름에 박물관에서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느껴보는 시간을 누려 보기를 바란다."라고 말을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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