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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옷을 통해 세상과 만나다
'내일을 입다' – 불편을 덜고, 삶을 꿰매는 한 땀의 연대
2025-07-11 11:06:15최종 업데이트 : 2025-07-11 11:06:1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의 모습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의 모습


7월 8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의회 1층 로비. 장애여성들이 하나씩 무대 위로 등장하며 당당하게 걸음을 옮긴다. 이날 열린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는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었다. 무대에 오른 여성들은 장애 당사자이며 모델이었고, 동시에 의복을 통해 스스로의 서사를 꿰매 내려간 주인공들이었다. 
 
장애여성 맞춤 의상 패션쇼 '내일을 입다'  참가자들의 모습

장애여성 맞춤 의상 패션쇼 '내일을 입다' 행사가 무사히 치뤄졌다.


행사는 (사)내일을여는멋진여성경기협회가 주관하고 연세대학교 리더스포럼 봉사회의 후원으로 열렸다. '내 일(My job)'을 통해 '내일(Tomorrow)'을 열어가자는 뜻을 품은 단체답게, 이번 패션쇼는 장애여성의 삶 속 불편함을 덜어내고 자신감을 입히는 새로운 시도였다. 그 중심엔 단체의 회장이자 이번 프로젝트의 든든한 조력자인 김성의 회장이 있다.

"누구에게나 '옷'은 필요하지만, 모두에게 '편한 옷'은 아닙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의·식·주라고 하죠. 그 중 '의'(衣)가 가장 먼저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늘 옷을 입고 살아가지만, 옷이 '장애인에게 얼마나 불편한지'는 흔히 묻지 않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패션쇼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맞춤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 장애 당사자이면서 모델이 된 당당한 그녀들

맞춤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 장애 당사자이면서 모델이 된 당당한 그녀들


"장애여성도 나답게, 나답게 입을 권리가 있습니다" 

"장애여성에게 옷은 단순한 생활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표현이자 자존감을 회복하는 수단입니다. 불편한 몸에 억지로 옷을 맞춰 입는 게 아니라, 내 몸에 옷을 맞추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죠."

김성의 회장은 이번 패션쇼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맞춤형 의상 교육'을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닌 자기서사 회복의 과정이라 표현했다. 
 
 2025년 7월 8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의회 1층 로비.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가 최초로 열렸다

2025년 7월 8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의회 1층 로비.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가 최초로 열렸다


"우리는 늘 '장애여성도 일할 수 있다', '장애여성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해왔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이처럼 구체적인 현장에서 시작됩니다. 이 패션쇼는 단지 예쁜 옷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닙니다. '장애여성의 삶도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작입니다."라고 패션쇼의 취지를 전달했다. 

'장애여성 맞춤의상 교육 프로그램'을 수년째 맡아서 가르치고 있는 허필영 강사 역시 지체장애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된 질문을 하나 던지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의 모습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의 모습


"좋아하는 옷을 입고 싶지만 입을 수 없다는 것, 그게 얼마나 서러운지 아시나요?"

장애인의 몸은 똑같은 체형이 없다. 시중에 나와 있는 표준 사이즈의 옷은 몸에 맞지 않거나, 활동을 방해하거나, 아예 입을 수조차 없다. 어떤 옷은 앉았을 때 등이 다 드러나고, 어떤 옷은 휠체어 바퀴에 끼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존의 기성복을 구매한 다음 반드시 리폼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왜 그렇게 고쳐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름'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회의 시선이다.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는 장애여성들의 옷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게 된 시간이었다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는 장애여성들의 옷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게 된 시간이었다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옷

이날 무대에 선 모델들은 모두 장애여성이자 실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휠체어 사용자 4명, 목발 사용자 4명, 편마비 여성 1명, 몸통장애 여성 1명. 이들은 각기 다른 몸을 가졌기에, 전혀 다른 패턴의 옷이 필요했다. 허필영 강사와 교육생들은 직접 모델들의 몸을 재고, 재단하고, 가봉을 거쳐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들었다. 

김성의 회장은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감동적이었던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의 현장

감동적이었던 '장애여성 불편개선 맞춤의상 패션쇼'의 현장


"치수를 재던 중 한 모델이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꺼냈습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내 몸을 보여주는 일 자체가 두려웠다'고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그런 두려움마저도 치유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옷을 맞추는 게 아니라, 마음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한 모델은 이렇게 고백을 전했다. "옷가게만 가면 매장 직원들이 '이게 제일 어울리실 거예요' 하며 가오리 디자인 옷만 내밀어요. 헐렁하고 멋스럽다고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제겐 너무 불편해요. 옷은 몸에 맞아야 편하잖아요."

그녀는 옷을 수선하려고 가도, 왜 그런 수선이 필요한지 이해받지 못하는 것이 더 아팠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그 말을 온전히 들어주고, 그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어줬다. "그 순간, 저는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기쁨을 처음 느꼈어요." 디자인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 

 지금껏 옷이 '장애인에게 얼마나 불편한지'는 흔히 묻지 않았다.

지금껏 옷이 '장애인에게 얼마나 불편한지'는 흔히 묻지 않았다.


'장애여성 맞춤의상 교육 프로그램'은 몇 년 전부터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진행돼 왔다. 그 시작은 "왜 장애여성은 옷을 마음대로 고를 수 없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처음엔 기성 패턴대로 만들던 옷에서, 하나둘씩 불편한 점을 개선해 나갔다. 옷의 여밈 방향, 허리 위치, 앉았을 때 당기지 않는 길이 등. 작지만 정교한 변화들이, 장애여성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결국 이번 패션쇼까지 이어졌다.

패션쇼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 시간

패션쇼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 시간


패션쇼에는 모델용 옷 10벌과 전시용 옷 10벌, 총 20벌이 등장했다. 누군가는 옷을 입고 무대에 섰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옷을 마네킹에 입혀 설명했다. 행사 후 관람객들은 "그냥 옷인 줄 알았는데, 그 옷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니 감탄하게 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패션쇼가 끝나고 시작된 이야기

패션쇼 사회는 경기도 장애인 홍보대사 김춘봉 씨가 맡아 자연스럽고 유쾌한 진행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장애인식개선 강사인 임주희 씨는 "이 옷을 강의자료로 꼭 활용하고 싶다"며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행사장을 찾은 연세대 리더스포럼 봉사자는 "장애인분들의 용기에 감동해 눈물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여러 가지 아쉬움도 있었다. 예산 부족으로 시간에 쫓겨야 했고, 처음 치르는 큰 행사라 크고 작은 실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실수조차 "응원과 박수"로 덮어주었던 관객들의 따뜻한 반응 덕분에, 이 행사는 한 걸음을 더 나아갈 용기를 주었다. 

직접 당사자들이 옷을 만들고,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다

직접 당사자들이 옷을 만들고,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다


"장애여성도 예쁘고 편한 옷을 입을 권리가 있습니다" 허필영 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맞춤 의상은 단순히 예쁜 옷이 아닙니다. 장애여성이 사회에서 당당히 일할 수 있는 자신감의 시작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입니다. 앞으로는 경기도에서도 이 사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길 바랍니다." 그는 바우처 카드 제도를 통해 장애여성들이 편하게 맞춤 옷을 구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내일을 여는 옷, 사람을 잇는 바느질

'내일을 입다'는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다. 장애여성의 삶에 옷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소리 없는 외침이자, 조용한 혁명이다. 이날 무대 위에 선 모델들은 옷을 입고, 세상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꿰매가는 사람들입니다."

'내일을여는멋진여성경기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김성의 회장

'내일을여는멋진여성경기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김성의 회장


김성의 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장애여성도 예쁘고 편한 옷을 입을 권리가 있고, '입는 것'을 뛰어넘어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내는 일을 찾아가야 한다. 이날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난 건 반짝이는 조명이 아니라, 한 벌 한 벌에 담긴 진심, 그리고 그것을 입고 세상과 당당히 마주 선 장애여성들의 내일이었다. 

※ 후원 안내 
(사)내일을여는멋진여성경기협회
-농협 301-0007-0278-51
-후원금은 장애여성 맞춤의상 제작에 사용되며, 소득공제 혜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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