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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종의 어해도로 본 옛 그림의 향기
수원화성박물관, ‘수원을 읽는 또 다른 시선들’ 주제로 흥미있는 강좌 펼쳐
2025-07-14 12:39:07최종 업데이트 : 2025-07-15 12:38:06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수원화성박물관  강연장 모습

수원화성박물관 강연장 모습

 

지난 8일 늦은 시각 수원화성박물관에서 4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조선 후기 풍속화의 일종인 매우 특별하고 흥미로운 '어해도'에 관한 강의가 열렸다.

이는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가 주관하고 화성박물관이 야심차게 마련한 강좌다. 이는 수원과 관련한 역사 문화적 인물들의 새로운 시각을 통해 수원지역의 위상과 역할 및 당대 한국사를 종합적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기획 강좌의 일환이다.
 

이번 강의를 맡은 인물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미술사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태은 강사다.


김태은 학예사의 전문적인 해박한 강연

김태은 학예사의 전문적인 해박한 강연


먼저 어해도란 무엇인가 살펴보자. 어해도(魚蟹圖)는 한마디로 물고기(魚)와 게(蟹)를 그린 그림이다. 즉, 수중환경을 배경으로 여러 가지 수생생물을 그린 그림을 통칭하여 부르는 장르다. 자료에 따르면, 어해도는 기복이 강한데 동아시아지역에서는 중국 송대 이후에 회화의 한 장르로서 규정되기 시작하였다.
 

보통 근대에 이르러서도 옛 그림 속 물고기 회화는 복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있어 사랑받았음을 알 수 있다. 등용문을 보면, 중국 후한서에 기록되어 있는 옛 잉어가 황하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황하강 상류에 있는 용문폭포를 거슬러 뛰어 올라가는데 성공하면 용으로 변신해서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잉어가 도약하는 그림은 선비의 사랑방을 장식하거나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많이 제공되던 그림이었다.

 화원으로서의 서북공심돈 스케치

화원으로서의 서북공심돈 스케치

15세기 식물도감같은 책자

15세기 식물도감 같은 책자

 

어해도는 감상자의 현실적인 소망과 염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고 조선 중기 후기까지 무척 유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정조부터 순조 대초기에 활동한 옥산 장한종 (1768~1815)은 조선후기 회화사에서 어해도로 가장 명성이 높았던 화가였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어해병풍 어해화첩이 그의 대표작이다. 장한종은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수십 종의 생물을 실제 모습에 가깝게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였으며 병풍 형식을 어해도에 최초로 적용하였다. 장한종은 어해병풍에 66종 이상 어해화첩에는 22종 이상의 어종을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남아 있는 그의 그림은 12점이 전부이다.  또한 산수, 화조 등 배경 요소의 비중을 높여 이전세대 어해도보다 한층 복잡해지고 세련되어진 화면구성을 보였다.
 

그의 그림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된 '책가도'이지만 그의 재능은 어해도에서 빛을 발한다. 또한 책가도에 자신의 시그니처같은 어해도를 집어넣은 것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유명했고 자신의 상징을 추가해 넣은 것이라 볼수 있다.

 
장한종의 책가도. 경기도박물관 소장

장한종의 책가도. 경기도박물관 소장

어해화첩. 장한종

장한종 <어해화첩>

 

김태은 강사는 장한종 이후로 장준량, 조정규, 이한철 등 어해도로 유명한 화가들이 조선 말기까지 다수 등장하였고 전문 화가들이 제작한 어해도는 수요가 높았으며 민간에서 실용적 목적으로 제작되는 민화 어해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장한종은 조선시대 왕실과 국가의 그림관장기구인 도화서의 화원이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정조의 명으로 별도의 시험을 거쳐 선발된 차비대령화원이었다고 한다.

장한종은 1795년 정조가 화성에 있는 사도세자의 묘소에 행차한 사건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와 화성원행도병(華城園幸圖屛)등 정조 재위시 가장 중요한 국가사업에 관련된 그림을 그렸던 화원중 한 명이었다. 더구나 수원에서 목장을 관리하는 감목관으로 근무하였다니 우리 수원시민에겐 특별한 인물로 다가온다.

화원으로서의 활약과 별개로 장한종은 어해도를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어해도는 길상적인 소재를 다룬 수묵 위주의 어해도와 세필과 채색으로 다종의 생물을 정밀하게 묘사한 사실적 어해도로 구분된다. 장한종은 소재 주제에 따라 두 화법을 적절히 선택하거나 혼용하였는데 특히 후자가 세간에 인기를 끌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어보에 관련된 책자가 쏠쏠하게 보는 재미기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어보에 관련된 책자가 쏠쏠하게 보는 재미기 있다

 

18세기 후반 조선의 문화계에서는 인간 내면의 탐색에 주력하던 성리학에서 벗어나 외부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합, 정리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명물학이 유행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어류를 독립적 주제로 다룬 명물서인 어보가 장한종이 활동하던 19세기초에 등장하였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김려의 '우해이어보'등이 대표적인데 장한종이 이러한 전문서적을 통해 축적한 지식을 어해도 제작에 활용하거나 어보에 언급된 생물을 소재로 선택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흑산도에 서식하는 바다생물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놓은 어보라고 할수 있는데 그림이 없는 점이 너무 아쉽다. 정약전이 동생 정약용에게 어보에 그림을 그려넣는게 어떠한가 물으니 정약용이 반대하였다는 것이다. 자신은 수원화성 축성 설계도까지 정교하게 그렸으면서 생물학적 지식을 시각화하는 것이 지식의 체계화에 얼마나 유용한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낳는다. 

장한종의 8폭병풍

장한종의 8폭병풍.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강연 참석자 중 이규원 씨는 "매우 정교하면서도 예술적 감성이 느껴지는 어해도를 그림 자료로 보며 전문가의 강연을 들으니 200년도 훨씬 지난 물고기 그림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느껴지며 묘한 매력에 끌리게 된다. 정선, 김홍도 못지않게 훌륭한 역량이 있고 수원과 인연을 가진 한 예인을 알게 되어 흐뭇하다"고 소감을 전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詩 '꽃'에서의 한구절처럼 특별하고 멋진 옛물고기 그림이 내게로 와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처럼 생명력을 갖추고 빛을 발하더니  어느 사이 진한 감동을 받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오는 7월 15일 오후 7시에는 부산교육대학교 김준형 교수의 '야담과 패설로 쓴 조선후기 풍속 장한종의 어수신화'란 제목의 유쾌하고 익살스런 강연이 이어지니 시민들의 많은 참석 바란다.

 

수원화성박물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 21

사) 화성연구회 주관

031-5191-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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