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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현대문학의 유희와 삶의 지혜, 인문학콘서트 ‘스토너’편
2025 호매실도서관 지혜학교, 묵직한 감동의 도가니 ‘책벌레들의 향연’ 펼치다
2025-07-21 17:15:39최종 업데이트 : 2025-07-28 10:08:22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호매실 도서관 수업정경

책 애호가들이 채운 호매실 도서관 수업 전경

 

우리는 '문학'이라는 그릇에서 무엇을 꺼내 올 수 있을까. '눈에 띄지 않는 삶에도 깊은 존엄과 의미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스토너』. 소설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나를 연결, 미래를 통찰하고 현재의 삶을 더 풍성하게 채워 나가는 건 멋진 일일 것 같다.

 

지난 17일 오전 세찬 빗줄기를 뚫고 40여 명의 내로라하는 수원의 책 애호가가 모여 호매실도서관 지혜학교 '해외 현대문학의 유희와 삶의 지혜' 12주간의 수업 첫 강이 열렸다. 지혜학교는 인문 주제에 관한 깊이 있는 고찰로 삶의 지혜를 체득할 수 있는 대학 교양 수준의 심화 인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공모에 전국적으로 총 337개 문화기관이 신청해 200곳이 선정됐다. 호매실 도서관 사서 정세화 씨는 "'길위의 인문학'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들을 수 있는 수업임에 비해 지혜학교는 문체부가 지원해서 좀 더 고급의 수업을 제공한다. 여러 도서관의 치열한 경합 끝에 호매실도서관이 선정되었다. 그런 만큼 차원높은 교양수업을 기꺼이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박미경교수

25년간 영어영문학을 가르쳐 온 인천대 박미경 교수작가 존 윌리엄스작가 존 윌리엄스 소개


호매실도서관은 작년에도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지혜 콘서트'란 제목으로 지혜학교를 운영하였는데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영문학 박미경 교수가 맡았다. 박미경 교수는 국문학을 하고 싶었는데 떨어져 영문학을 택했다는 익살스러운 농담을 던지며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독서 인문학 중 많은 경우 해외작품들은 고전문학을 다루는데 박미경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시대 이후의 시대를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작품이 나와서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품 중 11편을 선정하였다고 하며 제일 먼저 스토너를 다루기로 하였다고 전한다. 
 

"오늘날 현대인은 소통의 부재로 각자 외로운 존재다. 이런한 우리에게 책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소설을 통해서  지적인 즐거움과 감동도 얻고 경험도 얻고 하는데 좀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 세계 3대문학상(노벨상, 부커상, 콩쿠르상)을 수여했거나 상을 타지 못했더라도 내용이나 주제가 우수한 책들을 고려해 보자. '철학이 묻고 문학이 답한다'는 설정으로 다가가며 소설의 주제와 관련해서 모티브, 알레고리, 상징에 관하여도 공부해보자"고 한다.

 

소설 스토너는 1965년 미국 작가 존 윌리엄스가 발표한 작품이다. 발표 당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50년이나 지난 2000년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재조명되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숨겨진 걸작'으로 불리게 된 문학작품이다.
 

스토너 표지와 소개글

스토너 책 표지와 소개글미주리대학의 6개의 기둥의 상징미주리대학의 6개의 기둥의 상징 (소설에는 5개로 표기되었다)


그럼 줄거리를 대강 살펴보자.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미국 미주리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부모의 권유로 대학에 진학한다. 자신들은 못 배웠지만 자식은 가르쳐야 한다는 유독 자식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의 60~80년대를 연상시키는 눈물겨운 대목이 뜬금없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스토너는 부모의 소망대로 집안을 일으키려 원래는 농학을 전공하려 했지만 우연히 접한 영문학 강의에 감동을 받고 진로를 바꾼다. 그는 학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평생을 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스토너는 평범하고 조용한 인물로 결혼생활은 불행하고 직장에서는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며 딸과도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그는 문학과 학문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자기 내면의 소리를 따라 조용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소설은 드라마틱한 사건없이 한 인간이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스토너는 인간관계에서 종종 외톨이가 되지만 문학과 진실한 삶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지켜간다. 그의 인생은 성공이나 명예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오히려 그런 삶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지혜학교 책의 숲

지혜학교 11권의 책으로 된 숲


로버트 프로스트의 詩 '가지 않은 길'처럼 인생에는 많은 삶의 변수들이 있다. 그의 삶의 변수들을 가정해본다. 이디스가 아닌 조금 더 인간미가 있고 현명한 아내를 만났더라면, 학과장 로맥스가 그의 진로에 무자비한 핍박을 가했지만 그것을 피해 실력이 있으니 다른 대학에 취업했더라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캐서린과 좀 더 용감한 제3의 길을 선택했더라면, 그는 너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게 아니었을까 등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는 두 살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재혼하였는데 양부도 가난하고 좋은 분이 아니였던 것 같다. 그렇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미국의 GIB라는 자선교육단체에 힘입어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주인공처럼 그 자신 미주리대를 나와 대학교수를 역임한 저자 존 윌리엄스. 스토너는 거의 저자의 자전적 체험이 80%는 들어간 소설이라고 여겨진다.

 

                               승무(僧舞)

 

                                                          조지훈(1920~1968)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여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이냥 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박미경 교수가 그토록 좋아한다는 시 '승무'를 나지막하게 읊어본다. 

섬세한 문장의 운율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춤을 추고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는 어쩌면 행복한 인생이다. 스토너의 궁극적인 사랑도 결국 문학이었고 나침반처럼 문학이 그의 삶을 지탱하고 그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자네는 결국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운명같은 슬론교수의 이 말은 평생 그를 이끌어주었다. 평범함 속의 비범함, 삶의 의미와 존엄성, 인간의 고독과 내면갈등을 다룬 문장들은 곳곳에서 예리하게 빛난다. 평생 조교수로 정교수 한번 되지 못한 그를 사회의 시선으로 보면 그는 패자다. 사실은 그게 대부분의 우리 소시민의 삶이 아닌가. 남들은 다 인정해 주지 않지만 내가 그래도, 나는 이렇게 저렇게 노력했어. 스스로 자족하는 삶을 사는 것 아닐까. 겉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자기안에 어떤 열정을 가지고  그것을 끝까지 갖고 가는 삶의 내면의 조용한 아름다움. 결국 그것이 주제이고 인생인 것이다.
 

해외 현대문학의 유희와 삶의 지혜 프로그램 목록

해외 현대문학의 유희와 삶의 지혜 프로그램 목록


첫 강의를 들은 후 삼십대로 보이는 수강생에게 인터뷰를 청하였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들으면 책을 읽고 더 많이 이해할 기회가 될 거 같아 신청하였다. 앞으로 책을 더 열심히 읽게 될 것 같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고 교수님과 여러분들과 피드백도 할 수 있는 멋진 기회일 거 같아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말한다.

 

"위대한 소설이라기보다 완벽한 소설이다. 이야기솜씨가 워낙 훌륭하고 글이 아름다우며 감동적이어서 숨이 막힐 정도다" 라고 뉴욕타임스가 극찬했으며 더 가디언지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문체의 소설. 단순하지만 찬란한 이야기, 평범한 삶과 조용한 비극에 관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위대한 작가의 걸작"이라고 평하였다. "조용하고 절망적인 생애에 관한 소박한 이야기.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세상이 잊고 있었던 20세기의 걸작이다."라고 선데이 타임스는 극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전부터 베스트셀러 1위에 수차례 올랐다.

 

여름은 역설적으로 독서하기 가장 좋은 계절, 에어컨 시원하게 틀고 수박 한입 베어 물으며 스토너를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상념의 무지개를 타고 소박하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시민들도 이 여름 프로그램 목록의 책들이라도 읽기를 계획해보시는 건 어떨까 추천해 본다.

 

호매실도서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로 102번길 126(매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프로그램 문의: 031-228-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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