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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수원학 심포지움 <기억으로 잇는 평화와 정의의 연대>
8월 6일(수) 오후 3시, 한국 원폭 피해 80년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생각하다
2025-08-07 10:00:19최종 업데이트 : 2025-08-07 10:00:18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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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피해자와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깊은 묵념의 시간. 해방 80년, 그 긴 시간이 흘렀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하다 원폭 피해자가 된 이들의 이야기는 쉽게 잊힌 듯하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동시에 원폭 피해가 발생한 지 80년이 되는 해이다. 미국이 투하한 원폭으로 고통받은 이들의 삶이 8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왔다는 사실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역사적 진실이다.
8월 6일(수) 오후 3시 수원시청 중회의실, 수원학연구센터와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부가 함께 연 제12회 수원학 심포지움은 잊힌 역사를 꺼내어 시민들과 함께 기억하고자 하는 자리였다. 김찬수 사회자(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부장)의 진행 아래, 원폭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2시간 반 동안 뜨겁게 이어진 발표와 토론으로 많은 생각을 남겼다. 전쟁과 냉전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온 존재, 바로 원폭 피해자들이다. 첫번째 주제 발표는 <세계유산 현장에서 사라진 강제동원 역사와 원폭피해>이다. 일본이 세계유산으로 등록한 산업시설들 뒤에 숨겨진 강제동원의 진실을 김승은 식민지역사박물관 학예실장이 전했다. 일본은 조선인의 강제노동 사실을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유네스코 보고서에서는 '가혹한 강제노역' 대신 '산업 지원'이라는 완화된 표현이 쓰였다.
도쿄에 있는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조선인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일본인의 증언만을 강조하며 한국인을 겨냥한 왜곡된 내용까지 퍼뜨리고 있다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역사가 이렇게 쉽게 왜곡되고 잊힐 수 있다는 현실이 실감났달까? 김승은 실장은 "기억은 곧 정의"라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와 수원 지역의 원폭 피해, 이제는 말해야 할 때이다. 두 번째 발표는 <구술로 보는 수원 및 경기지역 원폭피해자의 삶과 고통>이었다. 현재 경기도에 거주 중인 피해자들의 삶에 직접 귀 기울이며, 그들이 겪은 고통과 현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현숙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1970년대까지 한국 사회에서 거의 잊힌 원폭 피해자의 이야기를 구술로 모으는 중간 성과를 소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내 원폭 피해자는 약 1,000명이며, 대부분 20대 남성으로 징용되었다. 특히 수원 출신 피해자가 경기도에서 가장 많았고, 미쓰비시 중공업 등으로 강제 동원된 비율이 높았다. 2020년 경기복지재단 조사에서는 피해자들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2세와 3세에게도 유전적 피해가 의심된다고 보고했다. 징용당했던 20대 남성이 많았던 피해자들은 이제 1세대 생존자가 거의 없고, 그 자리를 2세대가 대신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기억이 단절된 경우가 많지만, 신체 질환과 경제적 어려움, 교육 소외라는 공통된 고통은 여전했다.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대한 두려움도 아직 남아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절실히 와 닿았다. 발표 자료는 책자 형태로 배포되어, 마치 한 권의 책처럼 차분히 읽어볼 수 있었다. 세 번째 발표는 <비핵평화를 위한 국가와 시민의 과제>였다. 이 자리에서 처음 들은 '핵 식민주의'라는 표현은 낯설었지만, 그만큼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대수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대표는 조선인 피폭자 10만 명이 일본, 한국, 미국 모두에게 외면받아 온 현실을 조명했다. 일본인 생존자와 비교해 극히 낮은 생존률 뒤에는 냉전과 정부 무관심, 교육 부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대수 대표는 시민사회가 해외 피해자들과 연대해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실질적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45년까지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깊게 남았다. 피해자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구술 기록과 자료 정리를 통한 역사화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기억을 형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겠다. 주제 발표 뒤에 마련된 토론 시간에는 기억의 제도화가 쉽지 않음을 절감했다. 생존자가 사라지는 지금, 2·3세대에 대한 관심과 기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또 지금 이 시대가, '역사 부재'의 시대라는 위기감이 전해졌다. 독립유공자도 점점 줄어들고, 징용·위안부·원폭 피해자 모두 노년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사실 고민되는 이야기인데, 독립유공자 다섯 분이 남아 있는데 대화가 가능한 분은 단 둘뿐이다. 지금이 아니면,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수 있을까. 해방 80년을 맞아 원폭 피해와 강제동원 역사를 되돌아보고, 기억과 기록을 통해 평화와 정의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자리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 끝으로, 34년간 역사 교육의 현장을 지켜온 한 교사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에게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일입니다. 자기 반성과 기억의 힘이야말로 평화롭고 정의로운 미래를 여는 가장 확실한 밑거름입니다." 더 많은 시민이 서울 종로의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찾아 이 기억에 함께하길 바란다는 그의 바람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번 심포지움은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마주한 과제와 다가올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시민과 지방정부, 그리고 사회가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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