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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념일 행사, 그리고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8월 9일(토) 행궁광장에서 만난 뜻깊은 시간
2025-08-11 13:45:18최종 업데이트 : 2025-08-11 13:45:12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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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기억과 진심 어린 마음들이 그날의 기념행사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난 주말, 화성행궁 광장을 거닐다가 우연히 발걸음을 멈췄다. <제13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 기념일 행사>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원평화나비를 비롯한 24개 단체가 모인 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광장 한쪽에는 전시와 체험 공간, 다른 쪽에는 기념 공연 무대가 있었고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차분히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슬픈 추모식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사물놀이, 뮤지컬 <영웅>의 넘버, 그리고 일상적인 노래 등을 부르며 마치 우리 삶 속에서 잊지 않고 있노라 말하는 듯했다. 박수를 치고 서로를 격려하며, 앞으로도 이렇게 잊지 말자는 마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아이와 함께 본 전시회는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12살 딸과 함께여서 더 깊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일본군 위안부..... 혹시 알아?"하고 물었더니,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그리고 2년 전에 갔던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념일 현장에는 안점순 할머니의 사진과 활동 기록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딸과 나는 그 앞에 서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말은 없었지만,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서로의 마음이 닿는 듯했다. 사진 속 할머니의 눈빛과 기록된 문장들이 우리 사이에 조용한 대화를 만들어냈다. 안점순 할머니의 삶과 용기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기억하는 시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의 피해 경험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을 기리는 날이다. 2017년 법률 개정을 통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으며, 2018년부터 정부 주관의 공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여기서 '위안부'는 일본군이 만든 표현이다. 그래서 1995년 제3차 아시아연대회의부터 작은따옴표를 붙여 쓴다. "위안부로 불렸던 여성들"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안점순 할머니는 1928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다. 14살에 내몽고로 추정되는 곳에 끌려가 성노예제 피해를 겪었다. 19살에 귀국했고, 1992년 수원으로 이주했다. 이듬해 피해자로 등록해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줄임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1990년대 초에 만들어진 시민단체)과 인권캠프, 일본 증언 집회 등에 참여했다. 수원 평화의 소녀상 건립 이후에는 수원평화나비와 함께 활동했다. 그리고 201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목소리를 냈다. 전시장에는 그녀의 삶과 활동을 담은 사진과 글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빨리 잊히길 바라는 그들에게 우리는 결코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역사가 끝난 것이 아님을, 이런 행사가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행사장에서는 작은 나비 모양을 만들어 참석자들의 어깨에 달아 주었다. 마치 할머니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코 끝낼 수 없는 숙제!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채 그렇게 떠나갔기 때문이다. 노랑 나비가 말하는 듯했다. "우리는 잊지 않았다."라고. 잊지 말아야 할 날,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찾아보니 주말 동안 경기도와 서울을 비롯한 전국 여러 지역에서 202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가 진행되었다. 특히 수원시 행사가 눈에 띄는 점은 <제13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념일 행사>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이 행사는 숫자를 붙여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피해 여성들을 추모하는 자리인 만큼, 현장에는 외국어 사용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었고, 영어를 비롯한 여러 외국어로 작성된 기념문도 함께 공개되었다. 수원평화나비가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년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수원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한 전시도 만나볼 수 있었으며, 그를 통해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수원평화나비 비문과 글로벌 역사 부정 세력 네트워크, 그리고 수원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전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그날 행궁동을 걷다 여러 차례 마주한 독립운동가 '김향화'의 이름이 광장 전시회에도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3.1운동 당시 수원 기생들은 화성행궁 봉수당 앞(옛 자혜의원 자리)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고, 이 과정에서 약 30명이 체포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김향화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는 다음달, 9월 5일(금)부터 9일(일)까지 수원 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향화>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하나의 행사를 통해 다양한 역사적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것은 기억을 이어가는 좋은 방법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기억을 잇는 공간,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그곳에서 삶과 용기를 마주할 수 있길! 혹시 주말 행사를 놓쳤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2021년 9월,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1층에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작지만 깊은 의미를 품은 이 박물관에는 안점순 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피해 여성들의 진솔한 증언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만약 이번 기림의 날 행사를 놓쳤다면 8월 14일 당일이나 이달 중에 시간을 내어 방문해보길 권한다. 다만 방문 전에 운영 시간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기본 정보] ○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19 ○ 운영 시간 : 월~토요일 10:00~18:00(토요일은 14시) ○ 휴관일 : 매주 일요일(전화로 사전 예약 시 운영 가능) ○ 문의 : 수원평화나비 031-224-0814 그날의 광장은 경건한 분위기였지만, 결코 슬픔에 잠긴 공간은 아니었다. 그 안에는 뜨거운 기억과 진심 어린 마음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걸었던 그 길 위에서, 용기 내서 목소리를 냈던 이들의 삶의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전해졌다. 이 소중한 기억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잊어서는 안 될 역사가 새겨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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