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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비행장 80년, 사진으로 걷는 기억의 활주로 전시 열려
권선구청 《수원비행장 80년 사진전》 개최
2025-09-02 10:58:07최종 업데이트 : 2025-09-02 10:58:0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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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구청 입구에서 전시 리플릿


수원특례시 권선구청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낯익은 풍경 속에서 오래된 기억이 불쑥 말을 건넨다. 《수원비행장 80년 사진전》은 지난 9월 1일 막을 올려 9월 5일까지 이어지는 단 5일간의 특별한 기록의 장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원비행장이 남긴 시간의 궤적을 사진과 사료로 보여주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 땅의 아픔과 흔적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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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장의 시작' 전시 패널 /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수원비행장의 첫 장면은 고통에서 출발한다. 1944년, 일본군은 조선인 농민들의 집과 땅을 강제로 빼앗아 군용 비행장을 세웠다. 한춘우의 《학교일록》에는 당시의 상황이 또렷이 적혀 있다.

'단기 4277년(1944년) 4월 1일에 식부계획 비행장은 임시사령부로부터 명령을 받아 4월 14일 입사부군으로 명령받고 동년 6월 30일 낙성하였다. 수원비행장은 전대의 군용 비행장으로 조선인 농민의 집과 땅을 빼앗아 만들었다. 일본은 전쟁 수행을 위해 조선의 인력과 자원을 강제 동원하였다. 특히 비행장은 전쟁 물자를 수송하고 전투기를 발진시키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수원비행장은 일본군이 전쟁을 위해 조선인 농민의집과 땅을 빼앗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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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말기에 근로 동원된 수원고등여학교 학생들


짧은 기록 속에는 강제 동원과 수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전시장에는 비행장 건설에 내몰린 수원고등여학교 학생들의 사진, 국유지로 편입된 토지대장이 함께 놓여 있다. 서류와 사진은 터전을 잃고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오늘의 시간으로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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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구청 전시장 전경


해방 이후에도 수원비행장은 격동의 한반도를 함께했다. 1945년 9월 9일 미군이 촬영한 항공사진, 1951년 한국전쟁의 흔적, 1963년 활주로 전경은 비행장이 군사 시설 이상으로 민중의 삶과 맞닿아 있음을 증언한다. 전쟁 중 노동자들의 마을, 용주사 고아원, 탄약을 실어 나르던 미군 수송기의 장면들은 역사책의 삽화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눈물이 깃든 순간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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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한국전쟁 당시 수원비행장 항공사진 / NARA 제공]


1970년대, 수원비행장은 또 한 번 역사의 무대가 된다. 1973년 2월 23일, 베트남 파병에서 돌아온 장병들을 환영하는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사진 속에는 파월 장병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얼굴, 그리고 환영식에 참여한 수원여고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도시의 일상과 세계사의 큰 흐름이 교차하는 그 순간, 수원비행장은 시대의 경계에 선 공간이 된다.
 

ㅕ1973년 수원비행장에서 개최된 파월개선장병 환영식에 참석한 수원여고 학생들 / 경기도청 제공


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사진으로 걷는 기억의 활주로'다. '80년 간 매일같이 날아오르던 소리,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전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벽을 채운다. 주최 측은 '이제는 마침표를 찍고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려져야 한다'고 말한다. 비행장이 남긴 오랜 흔적은 군사적 역사를 넘어 우리가 살아온 도시와 그 안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전시는 권선구청을 찾은 시민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한다. 짧은 전시 기간이지만, 오래된 사진과 기록물 앞에 선 순간 우리는 낯선 풍경 속에서 내 가족의 이야기, 이웃의 기억, 도시의 상처와 희망을 함께 읽어내게 된다. 수원비행장 80년의 시간은 그렇게 개인의 기억과 공공의 역사를 잇는 다리로 다가온다.

전시 안내
○ 전시명: 《수원비행장 80년 사진전》
○ 부제: 사진으로 걷는 기억의 활주로
○ 기간: 2025년 9월 1일(월) ~ 9월 5일(금) (5일간)
○ 장소: 권선구청 1층 로비 전시공간
○ 주최·주관: 수원특례시, 수원시정연구원
○ 관람안내: 무료 관람, 평일 09:00~18:00 (주말 휴관)
○ 출처 표기: 국사편찬위원회, NARA, 경기도 제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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