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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동,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한 전시 'Celestial'
수원 작가 두이(DOOEE)의 유년의 기억과 언어 너머
2025-10-13 16:11:49최종 업데이트 : 2025-10-16 18:08:57 작성자 : 시민기자   이주영

전시가 열리는 예술공간 아름, 실험공간 UZ 입구

전시가 열리는 예술공간 아름, 실험공간 UZ 입구


수원시립미술관 맞은편에 위치한 '예술공간 아름, 실험공간 UZ'에서는 작가 두이(DOOEE)의 'Celestial'이 전시 중이다. 전시를 보기 위해,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을 즐기러 온 인파로 넘치는 행궁동을 찾았다.
 

10월 4일 막을 내린 수원화성문화제의 여운이 남은 거리에 조용하게 열려 있는 공간, 2층은 '예술공간 아름' 지하 1층은 실험공간 UZ'다. 전은 참여형 설치 작품과 회화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 지하 전시장은 작가의 유년 시절 놀이를 관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으며, 2층은 밤 하늘에 작가가 조형적으로 구성한 텍스트를 담은 회화가 전시되어 있다.

 

2층 전시관의 하늘과 언어를 담은 회화

2층 전시관의 하늘과 언어를 담은 회화


수원에서 나고자란 작가 두이는 "제가 이번에 보여드리는 작업들은 저의 유년 시절이 많이 반영됐어요. 전시 타이틀 셀레스티얼(celestial)이 '천상의', '우주의'란 뜻이에요. 어렸을 때 옥상에서 별자리를 찾았던 것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밤 하늘의 별자리 같은 느낌을 회화에 담으려고 많이 노력을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고, 2025. 캔버스 위 아크릴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고, 2025. 캔버스 위 아크릴


작가 두이의 이전 작업들은 직접 초단편 소설을 쓰고, 그 서사를 시각 언어로 해석하여 설치작업을 해왔다. 경기예술활동지원사업 공모 선정으로 이뤄진 'Celestial'은 더 나아가 단어를 해체하고 조형적으로 번역하여 추상적 회화를 완성했다.

 

작가의 언어를 중요시하는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이 표현 양식 중에 하나인 언어의 의미를 질문하며 언어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는데요. 표현 방법을 고민했어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듯이 언어를 추상적인 그림에 담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어서 그림에 담긴 언어의 의미를 물었다.
 

"그림의 배경 위에 담긴 선들과 조형적인 표현들은 텍스트예요. 텍스트를 은유적으로 풀어내서 단순화 혹은 삭제하기도 해서 레이아웃을 잡은 거예요. 예를 들어 달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에 달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해서 추상 작업을 해요. 하지만 관객들이 그 단어를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자신의 느낌대로 감상하면 충분해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편지를 두고 있다.


전시 리플릿은 장혜령 작가('문학동네'에서 등단한 시인, 소설가)와 공동 작업물이다. 두이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장혜령 작가의 글 4편이 실려 있다. 그중 한 편을 소개한다.
 

 

당신의 입술만은 이 말을 읽어주기를

과학자 에디슨은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그가 사랑하는 연인 단 한 사람을 제외한다면 누구도 알아챌 수 없는 방식으로 청혼한다. 다름 아닌 모스 부호로 식탁을 두드려 훗날의 아내와 대화를 나눈 것이다. 그의 연인은 모스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저녁식사 시간 동안 가족들은 이들의 언약이 이루어졌음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입술.

당신의 입술만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하려는 말을 먼저 읽어주겠습니까.

 

이 글을 읽고 작가의 회화에 올라간 텍스트는 모스 언어 같은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 참여하는 관람객들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 참여하는 관람객들


2층 전시관에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공간이 있다. 관객 참여형 설치 작업으로 관객들이 자신에게 남긴 편지는 전시 종료 후에 발송된다. 작가는 관객들이 작가처럼 내면을 들여다보고 편지를 쓰면서 유년 시절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전시에 반영했다.


지하 설치 작업에 참여하는 관람객들


지하 전시장에는 어두운 공간에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작가는 관객에게 작은 led 플래시를 주면서 캄캄한 상자에 들어가 보라고 했다. 벽면에 플래시로 그리는 데로 야광 그림이 되었다.


"제가 어렸을 때 그러고 놀았거든요. 이 야광 작업 같은 경우는 2011년도에 한 번 했었어요. 일회성으로 보내기 아까웠고, 내 기억과 추억을 담은 수원이라는 장소에서 전시를 하는 거니까 이번 작업과 연결해서 다시 선보이고 싶어서 함께 기획했습니다."
 

전시 준비는 10개월이지만 첫 구상은 7년 전이라고 한다. 긴 여정으로 완성된 작업을 관람객들은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수용하며 감상하면 된다. 추상화가 어려운 관람객이라면 작가에게 다가가 설명을 요청하기를 추천한다.

 

작품 앞 관람객

작품 앞 관람객


전시를 찾은 이다희 씨(광교)는 "그림만 보는 것과 작가님을 직접 만나본 후 그림을 보는 게 다르구나 느꼈어요. 그림과 작가님이 너무 닮았어요. 고요하게 빛나는 따듯함, 깊이 들어간 정적과 오히려 그 안에서 더 선명하게 빛나는 달과 별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었어요. 작가님이 암호화한 별과 달 언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추적이는 가을비를 머리에 이고 예술공간 아름에 방문한 관람객, 곽미성 씨(영통)는 "지하 전시장의 설치작품은 유년 시절 외갓집 다락방 추억의 파편들을 만날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2층 전시장 작품들을 마주하며 걸음을 함부로 때기가 조심스러웠어요. 작가의 심오한 내면의 이야기들은 곡선과 직선 사이로 비행운을 보는듯하다가도 별들의 무수한 사연이 다가왔어요. 또 아득한 그리움으로 캔버스에 여백마저 작품의 미장센으로 다가와 잠깐 응원하러 다녀와야지 했던 마음에게 따스운 위안이 됐어요."라며 감상을 나눴다.

 

수원은 양질의 문화예술, 학교, 일자리까지 갖춰, 태어나서 전 생애를 보낼 수 있는 자급자족 도시다. 수원 토박이 예술가들이 지역에서도 많이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하고 싶다.
 

전시 포스터

전시 포스터

 

● 전시 장소 : '예술공간 아름, 실험공간 UZ'

● 전시 기간 : 10.1- 10.14, 14-19 (매주 월요일 휴관)

● 전시 인스타그램  @dooee_x

이주영님의 네임카드

두이, dooee, celestial, 예술공간 아름, 실험공간 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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