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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전국 한시백일장, 비 내리는 수원향교에 그 운(韻)이 머물다!
10월 14일(화) 10시, 유생들의 붓끝에서 살아난 전통과 현대의 만남
2025-10-15 11:33:40최종 업데이트 : 2025-10-15 11:33:39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역사의 풍경 속에 스며든 수원 향교, 오늘도 전통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역사의 풍경 속에 스며든 수원 향교, 오늘도 전통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비가 내리던 10월 14일 아침, 수원향교의 처마 끝에는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본래 명륜당 앞마당에서 징소리와 함께 시작되었을 <제53회 전국 한시백일장>은 우천으로 인해 실내에서 열렸다. 그러나 날씨는 대회의 기운을 꺾지 못했다. 전국 각지의 참가자들이 한복 차림으로 유림회관을 채웠고, 수백 년의 전통이 다시 숨을 불어넣듯 살아났다. 그 모습은 마치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참가자의 70%가 다시 찾은, 전국적 규모의 한시백일장.

지난해 참가자의 70%가 다시 찾은, 전국적 규모의 한시백일장이다.

대회의 시작은 식전 공연이었다. 전통 공연팀이 판소리와 무용을 선보이며 향교의 정적을 깨웠고, 장단과 선율이 어우러진 시간은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듯했다. 이어 최고령 참가자인 1931년생 김명배 어르신에게 격려금이 전달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모습은 대회의 전통과 세월을 상징하는 장면이 되었다. 

송중섭 수원향교 전교는 제53회 전국 한시백일장 참가자들을 환영하며 "오늘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원향교가 정조대왕의 효심을 품고 남쪽 지역에서 236년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임을 강조하며, "시(詩)는 마음을 다스리고 주변을 풍요롭게 하는 힘이 있는 문화"라며 한시의 가치를 설명했다. 

수원화성문화제와 함께하는 전통 계승의 자리! 송중섭 수원향교 전교가 인사말을 전하다.

수원화성문화제와 함께하는 전통 계승의 자리! 송중섭 수원향교 전교가 인사말을 전하다.


올해 백일장의 주제는 '독산성 승첩'이다. 송중섭 전교는 독산성이 우뚝 선 지형과 권율 장군의 전략적 승리 이야기를 들려주며, 참가자들이 그 역사적 배경을 마음에 새기고 붓끝에 담아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하길 당부했다. 전통과 역사를 한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순간! 한시백일장이란 직접 체험하며 역사의 숨결을 따라가는 특별한 자리임이 자연스레 전해졌다.

전통과 문맥을 잇는 향교 백일장, 옛 과거시험의 향기를 느끼다.

전통과 문맥을 잇는 향교 백일장, 옛 과거시험의 향기를 느끼다.


비가 계속되어 시험장은 두 곳으로 나뉘었다. 책상마다 응시번호가 붙었고, 참가자들은 신분증을 확인한 뒤 휴대폰을 비닐팩에 넣어 반납했다. 주최 측은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세밀한 절차를 마련했으며, 그 과정은 어느 문학 대회보다 질서정연했다. 

각자의 시심을 담아 56자의 한시를 완성해 나가는 시간. 한시백일장은 조선시대 과거제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며, 한문학과 유교적 가치를 체험하는 자리이다. 참가자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주제에 맞는 시를 완성해야 하며, 글자 수와 구성에도 엄격한 규칙이 있다. 

일반적으로 7글자 8행으로 이루어진 '율시'를 기본으로 하여 56자의 시를 작성하며, 그 안에서 자연과 인간의 도리, 인의예지신과 충효 등 삶의 가치를 담아낸다. 실내에는 고요가 내려앉았고, 종이 위로 붓끝이 스며드는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현장에서는 시와 전통을 향한 애정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조용히 전해졌다.

글쓰기와 교육의 길을 걸어온 양성자 씨, 한시와 만난 지 5년!

글쓰기와 교육의 길을 걸어온 양성자 씨, 한시와 만난 지 5년!


"몇 년 전 현장 백일장에서 처음 한시를 접했는데, 어르신들이 유복을 입고 붓을 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한시는 형식이 있는 퍼즐 같아요. 제한이 있지만 그 안에서 완성되는 쾌감이 있습니다. 올해는 세 번째 참가인데, 지난해에는 수상하기도 했어요.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한시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비닐팩에 넣어 반납하게 한 점, 개인별 신분증 확인, 적당한 간격 유지까지 세세하게 준비되어 있었어요. 다른 유생들도 다들 칭찬하더라고요."(용인에서 온 양성자 씨)

전통 복식의 아름다움을 담은 유건복 차림, 매년 향교 백일장에 참가하는 이덕근 씨.

전통 복식의 아름다움을 담은 유건복 차림, 매년 향교 백일장에 참가하는 이덕근 씨.


"이 옷은 양반의 평상복이자 시험복이에요. 한시 백일장은 옛 과거 시험의 형식을 일부 재현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이렇게 입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실내에서 봤지만, 원래는 공자상 앞 마당에서 자리 깔고 진행해요. 야외에서 하는 맛이 있지만, 비 때문에 교실로 옮겨 진행한 것뿐이고 전체 흐름은 예년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시에는 약 15가지의 규칙이 있습니다. 평성과 측성을 맞춰야 하고, 글자가 겹치면 안 되죠. 그 제한 안에서 주제에 맞는 운을 찾아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멋있는 시구를 완성했을 때 그보다 짜릿한 순간은 없습니다."(안산에서 온 이덕근 씨)
붓끝에서 피어난 올해 장원 작품과 수상자들의 환한 얼굴!

붓끝에서 피어난 한시와 수상자들의 환한 얼굴, 선비의 정신을 닮았다.

시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고, 식후에는 대금 연주가 이어졌다. 오전 내 긴장감은 어느새 풀리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심사가 모두 마무리된 후 시상식이 진행되며 하루의 대미를 장식했다. <제53회 전국 한시백일장>의 영예는 장원 김시태, 차상 윤재남, 차하 민경선, 류동열 외 28명에게 돌아갔다.

식전 공연과 개회식, 본 행사, 식후 공연, 시상식으로 이어진 일정은 차분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 비로 인해 명륜당의 징소리는 울리지 못했지만, 향교 안에는 여전히 운(韻)이 머물렀다. 참가자들의 붓끝에서 흘러나온 시어는 전통의 맥을 이어갔고, 운영진의 세심한 준비는 공정한 장을 만들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가 가장 공정했다"는 참가자의 말처럼, 수원향교 한시백일장은 흐트러짐 없는 품격으로 기록되었다.

교육 공간인 명륜당 앞에서 매년 열리는 백일장은 과거 시험의 형식을 재현하면서,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그 맥을 이어가도록 하는 자리이다.

교육 공간인 명륜당 앞에서 매년 열리는 백일장은 과거 시험의 형식을 재현하면서,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그 맥을 이어가도록 하는 자리이다.


공연과 격려금 수여가 백일장 전에 배치된 구성은 이 자리가 단순한 문학 경연이 아니라 '한시 문화의 축제'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제한된 글자 안에서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과 같은 삶의 가치를 담아 붓을 드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선비가 된다. 시를 쓰는 동안 느껴지는 고요한 집중은 오늘날 디지털 세상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다. 내년에도 대회가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한시의 매력을 느끼고, 공정하고 품격 있는 무대에서 자신만의 시를 완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53회 전국 한시(漢詩) 백일장 행사개요]
○ 일 시 : 2025. 10. 14(화) 10:00
○ 장 소 : 수원향교 명륜당앞 마당
○ 참여인원 : 100명
○ 주 최 : 수원향교
○ 후 원 : 수원특례시
○ 문의 : 031-245-7639  
● 수원향교 홈페이지 : https://www.skk-suwon.com/s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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