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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가로수정원사봉사단, 가로수 지식과 영감 얻기 위해 선진시 답사 나서
공존과 돌봄의 희망을 위한 발걸음
2025-10-16 14:46:28최종 업데이트 : 2025-10-16 14:46:25 작성자 : 시민기자   장선진

첫 번째 답사 장소, 용인 농촌테마파크에서 단체 활영을 하였다.

'2025년 수원가로수정원사봉사단'은 지난 14일 용인 농촌테마파크를 답사하며 단체 활영을 하였다.


2025년 수원가로수정원사봉사단 및 관계자 30여 명은 지난 10월 14일 농촌테마파크와 한택식물원으로 선진지 답사를 다녀왔다. 이번 답사는 도심의 아름다운 가로수를 가꾸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과 창의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이웃한 용인의 대표적 자연 명소에서 깊이 있는 학습의 시간을 가졌다.

동행한 견학은 단순히 '잘 관리된' 정원 구경이 아니라, '가로수들은 왜 거기서 죽어가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으려는 희망의 걸음이었다.

1교시: 농촌테마파크, '뿌리의 자유'와 공존의 기술을 묻다
​"이 흙을 보세요. 공극(흙 속의 빈 공간)이 살아있어요. 도시 가로수는 밟고, 다지고, 차들이 지나다니면서 흙이 돌처럼 단단한데, 여긴 솜이불 같아요." 한 교육생이 탄식처럼 내뱉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도로변의 가로수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과 숨 막히는 아스팔트뿐. 그런데 이곳의 흙은 달랐다. 함께 걷던 몇몇의 눈빛이 그 흙에 꽂혔다. 이내 흙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푹신하게 들어간다. 마치 오래 굶주렸던 사람이 따뜻한 밥을 만난 듯한 감각이었다. 


비바람에 떨어져 쌓인 낙엽을 걷어내는 용인시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교육생들이다.

비바람에 떨어져 쌓인 낙엽을 걷어내는 용인시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교육생들이다.


도시 사람인 그들이 농촌테마파크 현장에서 처음 마주한 특징은 '솜이불 같은 흙'과 열린 공간이었다. ​테마파크의 흙은 스펀지처럼 유연했다. 도시 가로수 밑 흙이 1cm만 파도 삽이 튕겨나오는 '돌덩이 토양'인 것과 극명히 대비됐다. 뿐만 아니라, 원두막과 쉼터 등 모든 시설이 나무의 생육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시민들에게 자연공간을 내주면서도, 나무에게는 최적의 생육 환경을 제공하는 도시 공존의 기술과 돌봄을 배웠다. 즉, 가로수 주변 공간을 '시민 소통과 자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되, 가로수가 잘 자라갈 최선의 노력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었다.

한편, 앞선 이론교육 중에 수원시는 가로수를 심을 때에 뿌리 주변의 '숨길'을 지켜주려 흙의 숨통을 터주는 기술을 적용한다고 했던 것도 함께 떠올릴 수 있었다.

​'물이 흘러가는 길'을 발견하다
출발하는 아침까지도 추적거리며 비가 왔다. 비바람으로 조기에 떨어진 낙엽들은 도로와 배수구에 쌓여 수로를 막고 도로 침수를 유발하는 2차 재해의 위험도 높아진다. 이는 도시 미관 문제를 넘어 안전 문제로도 직결된다.  
 

잘 가꾸어진 경관 곳곳에 배수 시설이 잘 갖추진 모습이다.

잘 가꾸어진 경관 곳곳에 배수 시설이 잘 갖추진 모습이다.


​농촌테마파크에 쏟아지는 비는 곧바로 땅으로 흡수되거나, 잘 정비된 배수로를 따라 막힘없이 흘러갔다. 연일 비가 내렸다. 도시 가로수에게 비가 귀한 손님이지만, 이 비는 역설적이게도 도시의 나무들이 왜 죽는지를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진실의 눈물'이 되었다. 오늘 이들의 시선은 높은 가을 하늘이 아닌, 땅으로 스며드는 물의 경로에 고정되었다.

"도시 가로수 밑은 어때요. 나무 한 그루당 겨우 사방 1미터의 땅이 주어지죠. 그나마 고인 빗물은 아스팔트의 열기에 곧 증발하거나, 뿌리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 버리잖아요."

​수강생들은 농촌테마파크의 흙을 다시 쥐어보았다. 촉촉하게 젖었지만, 물이 고여 질척이지 않았다. '흙 속의 배수력'은 가로수에게 절박한 문제다. '침수'의 공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을철 장마로 물이 고이면, 뿌리는 공기(산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질식하게 된다. 이는 생존력이 떨어진 나무에게 갑작스러운 '뿌리 썩음(근부병)'을 유발하며, 태풍 시 쓰러짐(도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가로수 밑동에 고이는 빗물은 고인 눈물과 같다. 농촌테마파크의 '물 순환 디자인'은 도심 녹지 관리의 핵심이 '조경 디자인' 이전에 '공학적 배수'에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가르쳐주었다.

점심시간: 함께 엮어가는 새로운 시작
"두 명의 손자녀들을 12년 동안 돌보다가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어요." "와우, 그럼 이 교육이 그 자유의 시작인 셈이네요?" "그렇지." 함께 한 우리는 숟가락을 내려놓고서 힘차게 환호와 축하의 박수를 쳤다. 서로 한바탕을 웃었다. 네 명씩 마주 앉은 식탁에서는 대화를 반찬 삼으니 절로 맛있다. "이 시간에 어떻게 이런 곳에 오겠어." 70 중반인 다른 교육생은 집에서 텃밭이나 가꾸지 좀처럼 다니기는 어렵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손에 풀빛 물든 것을 보고 여쭈었다. "푸성귀를 다듬으셨나봐요?" 어제 고구마 줄기를 깠다는 답에 우리는 이내 제철 식재료와 토속음식 활용에 대한 지혜도 나눴다. 그러고는 음식을 싹싹 긁어 나누었다. 남은 일정을 위해 뱃심을 두둑하게 채우자며 한 번 더 웃었다. 사소하지만 정겨운 이야기들과 더불어 맛난 포만감을 얻은 식사였다. 

2교시: 한택식물원, '극한 환경 생존법'과 존엄을 발견하다.

두 번째 답사 장소, 한택식물원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두 번째 답사 장소, 한택식물원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버스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한택식물원. 이곳 숲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수강생들을 압도한 것은 웅장한 나무가 아니었다. 36개의 테마 정원에 숨겨진, 이름도 생소한 '희귀 멸종위기 자생식물'들이었다. 빗물 한 방울이 고이는 작은 습지에서 끈질기게 생존하고 있는 깽깽이풀과 같은 약자들. 빗속에서 굴하지 않고 핀 작은 자생화와, 희귀 멸종위기 식물들을 보전하는 모습은 마치 세상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것처럼 보였다.

식물원에서 '식물 유전자원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문구를 봤다. 환경부 지정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서 희귀 멸종위기 식물을 다루는 철학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어쩌면 도시의 가로수를 그저 '녹색 시설물'로 취급해왔던 건 아닐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가로수들에게, 한택식물원의 푸른 생명력은 "너희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조용히 위로하는 듯했다.

"혹시, 수국은 어떤 한자를 쓰는지 아십니까? 水菊. 이 식물은 원래 그늘에서 물을 먹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도시 조경은 햇빛만 가득한 곳에 무작정 심죠." 이곳 식물들은 독한 농약 대신 '생태적 배치'로 주변 환경의 '균형'을 잡아 생명을 지키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단순한 방제가 아닌 '예방'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식물의 생태적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토양과 빛을 제공하면 스스로 병을 이겨낼 힘이 생긴다는 지혜였다.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생태적 힘을 길러주는 것. 가로수들이 염화칼슘과 매연, 딱딱한 토양(답압)이라는 고난 속에서도 버텨낼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방법 말이다.


식물원 곳곳에서 배움을 확장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이다.

식물원 곳곳에서 배움을 확장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이다.

 

교육 수강생들은 단순히 식물 자체에만 관심이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수생식물원의 물 흐름, 암석원의 건조한 배치, 그리고 자생식물원의 그늘진 생육 환경을 연신 손으로 더듬었다. 비 온 뒤에 찾은 식물원은 푸른 생명력이 넘쳤다. 특히 수생식물원과 습지 정원은 폭우 속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 ​"도시의 식물에게는 물이 고여 썩는 것이 재앙이지만, 이곳의 호습성(물에서 자라는) 식물들에게는 이 비가 축복입니다. 중요한 것은 물이 식물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입니다." 함께 한 이들은 물에 잠긴 채 무성하게 자라는 식물들을 관찰했다. 그러면서 '내침수성(물에 잠겨도 버틸 수 있는)' 식물 종을 도시 녹화에 도입하고, '물길을 활용한 생태적 조경'을 설계하는 아이디어를 얻게 하였다.

해설사가 참나무(도토리나무)들의 특징과 종류, 구별법 등을 한참 설명하였다. "상수리나무는 임금의 수라상에 이 나무의 도토리묵을 만들어 올렸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단연 관심은 열매의 맛에 관한 것이다. 답사지를 이동하면서 창밖으로 간간이 보았던 풍경, 누런 구름이 이는 듯 벼가 익었다.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온갖 식물들은 번식을 위하여 단단한 결실을 이루고, 인간은 생명을 위한 식량원으로 그것을 이용한다. 한편, 도시 가로수 은행 열매들은 구황작물이 아니라, 냄새나는 천덕꾸러기가 된 씁쓸한 세태가 떠오른다.

 

잎을 살피며, 참나무 종류를 확인하는 모습이다.

잎을 살피며, 참나무 종류를 확인하는 모습이다.

 

한참을 서서 서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해설을 부연하였다. 잠시간 비 온 뒤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사이에 나무 하나가 걸린다. 단풍나무다. 단풍은 나무가 겨울 채비를 시작하는 신호다. 동시에 이는 가을철 특유의 색감과 화려한 미관으로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경관자원이다. 이제 막 고운 색이 물들려 하고 있었다. 점점 단풍 시기가 늦어지는 것 또한 기후변화가 식생의 생장 리듬을 바꾸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런데, 잎의 상태가 좋지 않다. 단풍 대신 곰팡이 습격이라니. 올해에 이례 없는 가을장마로 인한 과습 탓이다. ​도심의 가로수는 본래 여름 장마를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가을철 잦은 비와 높은 습도는 겨울을 준비하려는 나무의 생장 주기와 직접 충돌하며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올려다본 단풍나무 잎에 과습으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

올려다본 단풍나무 잎에 과습으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의 답사는 '가뭄'이 아닌 '과잉된 습기' 속에서 발생하는 도시 가로수의 고통을 절감하는 경험이었다. "나무의 목을 조르는 물이 아니라, 생명의 물을 주는 정원사가 되어야겠습니다." 함께 걷던 교육생의 말이다. 수원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가로수 화단의 배수로부터 점검해 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오늘의 빗속 답사는 도시의 정원사들에게 '생명은 물과 흙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는 가장 근본적인 진리를 새겨주었다.

 

​■ 에필로그: 다시 도시로, 신발에 묻은 흙의 무게

​돌아가는 길, "도로변의 가로수들에게 더 이상 미안하다고만 하지 않을 겁니다. 그 생명들을 위한 실천에 함께 참여해야죠." "가로수는 말이 없습니다. 그들이 죽어가는 고통을 대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들을 관리하는 우리뿐이죠. 한택에서 배운 대로 '흙의 언어'를 이해하고, 농촌테마파크에서 본 대로 '숨 쉴 공간'을 만드는 일을 위해 함께 참여할 겁니다." "용인의 두 명소에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식물의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아름답고 건강한 가로수길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선사하고 싶다"는 등의 소감과 포부들을 이야기하였다. 

 

히어리 나무를 발견하고, 반가움으로 일월식물원에 식재된 이야기를 나눈 모습이다.

히어리 나무를 발견하고, 반가움으로 일월식물원에 식재된 이야기를 나눈 모습이다.

 

가로수는 특별하다. 일부 지자체의 과도 전정, 이른바 '닭발 가지치기'나 정조로의 네모난 버즘나무처럼, 도시의 간판이나 건물 일조권 등을 위해 인공적인 수형을 유지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수원시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녹색도시 조성'이라는 비전으로 지나친 인위적인 전정을 지양하고, 나무의 건강과 생태적 기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이리저리 잘리고 깍이는 나무들에게 단순한 행정적 관리가 아니라 '시민주도형 녹색거버넌스'의 따뜻한 '돌봄'이 함께 연대하여 도시가 숲으로 변화하고 있다. 나무의 특성을 존중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가로수를 가꾸는 돌봄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들, 가로수정원사다.

​답사 후 교육생들의 신발에는 비 온 뒤의 땅에서 흙이 묻어 있었다. 이 흙은 곧 수원시 가로수 밑에 뿌려야 할 희망의 씨앗과 같았다. ​도시의 미관을 넘어,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로 다짐한 가로수정원사들. 이번 답사와 남은 교육을 통해 얻은 영감과 지혜로 우리의 도시가 더욱 푸르고 생동감 넘치기를 기대한다.



"함께하는 행동, 가로수를 지켜주세요!"

• ​가로수 주변 흙을 보살펴주세요: 우리 동네 가로수 밑 띠 녹지 화단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면, 작은 손도구로 흙을 살짝 파서 물이 잘 스며들도록 도와주십시오.
​배수로를 확인해주세요: 가로수 주변 배수구에 낙엽이나 쓰레기가 쌓여 물이 고이지 않도록 치워주세요. 이는 도로 침수를 막는 중요한 행동입니다.
​'수원 가로수정원사 교육'에 문을 두드리세요: 기후 변화에 맞서 우리 동네 나무를 과학적으로 돌보는 지식과 기술을 배워 '녹색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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