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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나무, 시민의 손으로 지키다”
수원 ‘가로수정원사 학교’ 수료... 봉사단으로 녹색 활동 이어간다
2025-10-23 10:07:17최종 업데이트 : 2025-10-23 10:07:15 작성자 : 시민기자   허지운

마지막 수업의 단체 사진

마지막 수업 광교저수지 숲길에서의 단체 사진


그냥 길가에 있는 나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나무의 이름이, 그늘이, 살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 10월 21일, 광교저수지에서 가을을 느끼면서 '가로수정원사 학교'의 마지막 수업과 수료식이 열렸다. 한 달여간 이어진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나무를 가꾸는 기술을 배우는 자리가 아니었다.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생명을 돌보는 눈'을 키우고,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민들의 여정이었다.

 

마지막 수업으로 광교저수지를 따라 숲길 걷기

광교저수지를 따라 숲길을 걸으면서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마지막 강의는 광교산 자락 아래, 수원의 물길과 생태가 살아 숨 쉬는 광교저수지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1946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사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품고 있다. 겨울이면 '광교 적설'이라 불리며, 눈 덮인 제방 너머로 광교산의 설경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저수지를 따라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순환과 생명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겼다.

 

"숲은 나무와 풀만의 공간이 아니라, 식물과 곤충, 동물, 미생물, 그리고 인간까지 함께 살아가는 생명 공동체"라는 설명을 들었다. 도토리를 묻어두는 다람쥐의 행동이 숲의 세대교체를 만들고, 벌레가 분해한 나무가 새로운 생명을 키운다는 이야기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 숲은 인간의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나누는 터전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가로수정원사 학교'는 지난 9월 11일 시작되었으며, 총 10회 과정으로 ▲가로수 모니터링 방법 ▲도시와 가로수의 공생 ▲가로수 심기·전정 실습 ▲선진지 답사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론과 현장학습을 병행하며, 서호공원·수원천·황구지천·노송길·화성가로수길 등 수원의 대표적인 가로수 길을 직접 걸었다.


오목천호수공원 생태교육장에서 진행된 두번째 이론 수업

오목천호수공원 생태교육장에서 진행된 이론 수업으로 도시의 가로수와 공존해 나가는 여러가지 방법과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걸으면서 배우는 가로수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수원천의 버드나무와 노송길의 소나무, 광교저수지의 보호수 느티나무를 바라보면 나무마다 품은 시간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냥 걷는 길이었는데, 강사님의 설명을 들으니 그 길의 역사가 보이고, 나무가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라는 한 수강생의 말처럼, 이 수업은 '보는 눈'을 바꾸는 시간이었다.


이야기가 있는 황구지천 가로수길 걷기

이야기와 함께하는 황구지천 가로수길 걷기

팔달문에서 화서문으로 이어지는 화성의 성 외곽길 걷기

팔달문에서 시작해서 서장대, 화서문으로 이어지는 화성의 성 외곽길 걷기

 

또한 10월 2일에는 직접 가로수를 심고 가지를 다듬는 실습이 진행됐다. 삽을 들고 흙을 만지며 "이 나무가 자라서 우리 동네 그늘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모두의 열정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했다. 14일에는 농촌테마파크와 한택식물원으로 선진지 답사도 다녀왔다. 도심 속에 있는 가로수를 아름답게 가꾸는데 필요한 창의적 영감을 얻기 위한 학습의 시간이었다. 숲 해설가의 안내로 다양한 수목을 관찰하며 도시의 녹색 공간이 지닌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선진지 답사

도심 속 가로수를 아름답게 가꾸는데 필요한 창의적 영감을 얻는 시간이었던 한택식물원과 농촌테마파크 선진지 체험 답사


 

도시의 가로수는 단순히 조경시설이 아니다. 아스팔트와 인도 사이에서 숨 쉬는 생명이며, 도시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하지만 도심의 가로수는 물과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스스로 순환하기 어렵다. 강의에서는 "도시의 청결과 생태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가로수 주변의 흙을 드러내고 낙엽을 일부 남겨두는 '작은 생태공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시민이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실천으로는 ▲가로수 밑을 쓰레기통처럼 사용하지 않기 ▲나무뿌리 주변 흙 덮어주기 ▲가로수 모니터링 참여하기 등이 소개됐다.
 

한 수강생은 "이제는 길을 걸을 때마다 가로수의 가지 상태나 뿌리 주변의 흙을 먼저 살펴보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나무를 돌보는 일이 곧 우리 삶을 돌보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도 말했다.


자연재료를 활용한 만들기 체험 수업

자연재료를 활용한 만들기 체험 수업

 

이번 교육을 수료한 시민들은 앞으로 '가로수정원사 봉사단'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우리 동네 가로수를 관찰하고, 나무의 상태를 기록하며, 작은 변화들을 공유하는 역할을 맡는다. 도시의 가로수 한 그루, 화단 하나가 생명 순환의 고리가 되고, 그 고리를 이어주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가로수정원사 학교'를 통해 시민들은 단순한 학습자가 아닌, 도시 생태의 동반자로 거듭났다. 나무를 배우고, 숲을 걸으며, 도시의 생명을 돌보는 사람들, 이들의 작은 발걸음이 모여 수원의 미래를 푸르게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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