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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위민정신을 기리다 — 제273돌 정조대왕 탄신다례 수원 화령전에서 봉행
전통의 품격과 시민의 참여가 어우러진 ‘왕의 생신 다례’, 224년의 시간을 넘어 되살아나다
2025-11-03 14:14:43최종 업데이트 : 2025-11-03 15:56:41 작성자 : 시민기자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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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례 행사 후 제관들과 참여 시민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성군의 숨결, 224년 세월을 넘어 화령전에 깃들다 조선 후기의 성군 정조대왕의 탄신을 기리는 '제273돌 정조대왕 탄신다례'가 11월 1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중심이자 정조의 초상화가 모셔진 화령전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수원화성예다교육원이 주관하고 경기도, 수원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등이 후원했으며, 정조의 효심과 개혁 정신을 이어가고 수원의 역사와 정체성을 되새기기 위한 뜻깊은 자리였다.
화령전은 1801년, 정조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 순조가 아버지의 초상화를 모시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이곳은 정조의 덕을 기리는 제사를 올리는 장소이자, 조선 후기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매년 11월 1일 정조의 생일이 되면 이곳에서 다례 의식이 열려, 백성을 사랑한 정조의 따뜻한 마음과 애민 정신을 되새긴다.
왕의 생신을 '차'로 기리다 ― 다례의 품격과 의미 화령전 앞마당에 들어서자, 고요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전통 복식을 입은 제관들이 정조의 영전에 차를 올리며 엄숙하게 의식을 이어갔다.
'탄신 다례'는 임금의 생일을 성대하게 축하하는 잔치인 '진찬례'와는 달리, 차(茶)를 올려 공경과 감사를 드리는 예식이다. 특히 이미 세상을 떠난 임금의 생일에 올리는 다례는 유교적 가치와 효의 정신을 상징한다.
이번 다례는 ▲참신례 ▲분향강신례 ▲초헌례 ▲독축 ▲아헌례 ▲종헌례 ▲유식 ▲헌다례 ▲사신례 ▲예필의 순으로 진행됐다. 모든 절차는 유교의 예법에 따라 차분하고 품격 있게 진행됐으며, 한 잔의 차와 한 번의 절마다 정조를 향한 깊은 존경이 담겨 있었다. 배례 후 반절로 예를 표하고 있다. 제사의 제주가 되는 초헌관은 김영진 국회의원이, 두 번째 술잔을 올리는 아헌관은 오영균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세 번쩨 술잔을 올리는 종헌관은 화성연구회 김동훈 이사장이 맡았다.
그리고 독축관은 한문학자이자 수원문인협회 회장인 김운기 선생이 축문을 읽어 내려갔다. 김 회장은 "전통 제례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시대에 이 같은 행사를 통해 제례의 본뜻과 축문의 의미를 시민에게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 참례자들이 의관을 갖추고 의식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 제일 왼쪽 김운기 독축관) "전통을 이어 미래로" ― 관계자들의 뜻깊은 소회 행사를 주관한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은 "정조대왕 탄신다례는 단순한 제례가 아니라, 조선의 예학과 다도의 정수가 담긴 문화적 의식"이라며 "문헌 고증을 거쳐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만큼, 시민이 역사와 전통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 원장이 탄신다례 행사의 의미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첫 술잔을 올린 초헌관 김영진 국회의원은 행사 마무리 인사에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에서 정조대왕 탄신 273돌 다례를 봉행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다"며 "정조대왕의 애민정신과 부국강병의 뜻을 되새기며, 오늘 화성행궁을 찾은 시민 여러분 모두가 그 정신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과 함께한 다례, "복 짓고 복 받는 판심 다례" 행사는 시민의 참여로 더욱 따뜻하게 완성되었다. 다례 후에는 참석자들이 음복차를 함께 나누며 정조의 덕을 기리고, 전통 복식을 입은 제관들과 함께 화령전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행궁동 가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다례식에 함께 참여하였다. 의식에 사용된 제사상은 정조가 즐겨 마셨던 청룡주와 단정한 차 상차림으로 꾸려졌으며, 시민들은 제관들의 절에 맞춰 몸을 굽히며 예를 함께 올렸다. 진행자의 "복 짓고 복 받는 판심 다례를 거행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울려 퍼지자, 화령전은 더욱 경건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다례가 끝난 뒤 시민들은 제사 음식을 나누며 제례의 공동 참례자로서 정조의 위민정신을 되새겼다. 차 한 잔의 따뜻한 온기 속에, 전통 예법의 아름다움과 효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갓을 쓴 현대판 선비들이 환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정조의 도시, 수원이 이어가는 273년의 약속 정조는 효와 개혁의 군주였다. 그는 수원화성 축성을 통해 실용과 공공의 철학을 실천하며, '백성을 편안히 하라'는 유지를 남겼다. 오늘날 수원이 '시민이 주인인 도시'를 지향하는 근본에는 바로 그 정신이 깃들어 있다. 화령전의 고요한 정원에 울려 퍼진 제향의 음악과 은은한 차 향은 224년의 세월을 넘어 정조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전했다. 탄신다례 전 참례자들이 다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번 제273돌 탄신다례는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정조의 철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시민 중심의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향과 음악은 한동안 화령전을 감쌌다. 정조의 개혁정신은 시대를 넘어 오늘의 시민들에게 울림을 주었고, 수원은 다시 한 번 '정조의 도시'로서의 품격을 드러냈다.
정조가 꿈꾸던 "백성이 주인인 세상"은 그렇게, 조용한 차 한 잔의 예(禮) 속에서 다시 피어났다. 273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의 수원이 이어 쓰는 그 정신은, 바로 전통을 잇는 현재의 예(禮)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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