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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에서 다시 피어나는 ‘쓸모’ – 경기상상캠퍼스 ‘쓸모의 발견’ 시즌 2
예술과 자원재순환이 만나는 자리, 아이와 시민이 함께하는 따뜻한 현장
2025-11-06 17:59:02최종 업데이트 : 2025-11-06 17:59:0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성희
캠퍼스 앞마당은 바자회와 자원순환 체험으로 가득 찼다.

캠퍼스 앞마당은 바자회와 자원순환 체험으로 가득 찼다.


늦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던 지난 11월 2일. 수원시 권선구의 경기상상캠퍼스 공간1986 멀티벙커 앞마당은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아이들의 손에는 병뚜껑, 색연필 부스러기, 낡은 천 조각이 들려 있었고, 그 작은 손끝에서 새로운 작품이 태어났다. 버려진 것들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자원재순환 예술축제, '쓸모의 발견 시즌2' 현장이었다.

캠퍼스 앞마당은 바자회와 자원순환 체험으로 가득 찼고, 전시실 안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꾸며졌다.
입구에는 '버려짐에서 피어난 가치'를 상징하는 거대한 루플뢰르 자이언트 플라워가 관람객을 맞았다. 전시 공간에는 폐택배박스 위에 그린 '감정드로잉', 임박 화장품으로 만든 아트 작품, 아이들이 손수 그린 '지구, 그리고 나'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모두 '누구도 버려지지 않는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양일 간 약 200여명의 관람객이 '누구도 버려지지 않는 예술' 전시를 관람했다.

양일 간 약 200여명의 관람객이 '누구도 버려지지 않는 예술' 전시를 관람했다.


"예술은 결과가 아니라 관계입니다" 전시 도슨트를 맡은 (주)아트지움 김지연 대표는 "앞으로도 문화예술 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예술 경험과 기회를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관람객들은 작품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연결되는 '주체'로 자리했다.
 
이번 축제에는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참여하였고, 로레알 코리아, (주)이번주말, 현대모비스 등이 물품을 후원했다. 단순히 재활용을 장려하는 행사가 아니라, 버려진 물건의 '두 번째 쓰임'을 통해 인간과 자연, 소비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예술 프로젝트였다.

"이건 쓰레기가 아니에요, 새로운 재료예요"
멀티벙커 안에서는 병뚜껑 키링 만들기, 폐서프보드 드로잉, 면손수건 꾸미기 등 다양한 체험이 이어졌다. 그 중 한켠에서는 아이들이 버려진 서프보드 위에 크레파스와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과 함께한 김석기 작가는 "오늘 행사를 위해 강원도에서 새벽 네 시에 출발했다"며 "아이들과 작업을 하다 보니 집에서 기다릴 딸이 생각났다"고 미소 지었다.
 
 플래시몹 형식의 수어+합창 공연

플래시몹 형식의 수어+합창 공연


오후 세 시, 공연장의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며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됐다. 드바세 꿈나무와 발달장애 청년 공연팀 '봄날의 햇살'이 선보인 플래시몹 형식의 수어+합창 공연이었다. 무대는 '흰수염고래'와 '아름다운 세상'으로 시작해, 앵콜곡 '모두 다 꽃이야'와 '아름다운 나라'로 이어졌다. 무대 위 아이들과 청년들의 표정은 진지했고, 손끝으로 이어지는 수어는 관객들의 마음을 천천히 감쌌다. 

공연 시작 전, 사회적협동조합 드바세의 박현지 이사장은 "이번 콜라보 공연을 준비하면서 혹시 잘못된 배려로 누군가가 상처받는 일은 없을까, 또 우리의 노력보다 그 순간의 모습만으로 편견이 생기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편견 없이 눈으로, 귀로, 그리고 가슴으로 이 무대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공연 후에는 꿈꾸는 느린보사회적협동조합 류경미 이사장이 무대에 올라 "오늘 이 무대를 시작으로 발달장애 청년들도 지역사회 안에서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250여 명 관객들 가운데 한 시민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이렇게 말했다. "실수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떨림, 그리고 한껏 흥이 올라 수어를 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그 자체로 감동이었어요." 이날 공연은 단순한 무대가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예술의 장이었다. 

공연의 열기는 이어졌다. 어릿광대이자 아티스트인 삐에로빈은 "풍선이 아니라 예술로 호흡하고 싶다"고 말하며 관객과 함께 웃음을 나눴고, 사회적협동조합 드바세의 엔딩요정 반꼽슬은 다양한 곡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그는 "드바세와 함께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어 한땀 한땀 직접 만든 굿즈를 관객에게 나눠드렸다"며 소감을 전했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아이들, 휴대폰 불빛을 비추는 관객들의 모습이 하나의 장면처럼 어우러졌다. 순간, '쓸모의 발견'이라는 축제의 이름처럼, 사람과 예술, 그리고 마음이 서로의 존재 가치를 비추고 있었다.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 한 시민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며 손으로 수어를 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감동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드바세 관계자는 "예술은 능력보다 마음이 중요하다. 우리가 외면한 물건처럼, 사람의 가능성도 다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바~세! 드로잉으로 바라본 세상

드바~세! 드로잉으로 바라본 세상


모든 공연과 체험이 끝난 뒤, 참여자들이 무대 앞으로 모였다. 누군가의 구호에 맞춰 모두가 외쳤다. "드바~세~!"
찰칵---셔터 소리와 함께 환한 미소가 번졌다. 버려진 것들 속에서 피어난 예술, 그 속에서 발견한 '쓸모'는 단순한 물건의 가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다시 이어지는 힘이었다.  

'YANCO LAST MARKET' 바자회

'YANCO LAST MARKET' 바자회


순환의 마당, 나눔의 기쁨
멀티벙커 앞 마당에는 'YANCO LAST MARKET' 바자회가 열렸다.
약 5톤 규모의 깨끗하게 세탁된 중고의류와 문구류가 행사장에 펼쳐졌고, 판매 수익금은 취약계층과 발달장애 예술가 지원에 쓰였다.  시민들은 "옷 하나 당 천원이에요?"라며 놀라워했다. 시민들은 "상태가 좋아 놀랐다. 이런 행사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보육시설 아동 15명과 취약계층 10가정에는 바우처가 제공돼 아이들이 직접 옷을 고르는 기회를 가졌다. 바우처를 받은 한 어린이는 "새 옷보다 이 옷이 더 멋져요. 내가 직접 고른 거니까요!"라며 활짝 웃었다.

단순한 바자회 현장이 아니라 기부와 참여, 나눔이 함께 순환하는 마당이었다. 이날 600여 명이 물품을 구매하며 경제적 순환과 정서적 환대, 공동체 회복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환경제에 동참해주었다.
 
정나겸 얀코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우리의 작은 실천이 아이들의 세상과 환경을 바꿀 수 있다"며 "내 아이만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필자의 손에도 옷 꾸러미가 한아름 들려 있었다. 마켓에서 혹시나 괜찮은 물건이 있을까 싶어 가져간 현금 만 원이 어느 새 모두 쓰였다. 옷 한 벌에 천 원이라니, 쌀쌀해지는 날씨 속에 이보다 더 따뜻한 쇼핑은 없었다.

아이와 함께 고른 옷들은 가방 안에서 알록달록한 색을 빛냈다. 그 중에서도 행사장 한쪽에서 발견한 백설공주 드레스는 단연 최고의 '득템'이었다. 지난 할로윈 파티에는 입지 못했지만, 아이는 이제 어린이집에 매일 이 드레스만 입고 간다. 

드레스 값은 단 오천 원.
하지만 그 옷이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남긴 행복은 
그 어떤 값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5천 원의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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