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이 끝나고 지휘자, 부지휘자와 함께
왼쪽부터 이세정 시민기자, 박선이 부지휘자, 김보미 예술감독 및 지휘자, 김효임 시민기자
수원시립합창단이 11월 5일 수원 SK 아트리움에서 'unison(화합)'이라는 주제로 기획연주회를 열었다. 박선이 부지휘자의 지휘 아래 전통민요, 흑인영가(가스펠), 추억의 대중음악을 열창하여 이 음악에 익숙한 장노년층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객석을 거의 메운 관객의 대부분은 50대 이상이다. 공연 프로그램은 3개의 테마로 이루어졌다. '恨(한)' 테마는 한국 민요, 'Soul and Spirit(혼과 영)' 테마는 미국 민요와 흑인영가, '우리의 노래' 테마는 미국과 한국의 대중가요로 구성됐다.
첫 번째 테마 첫 곡은 한용운의 시에 조혜영 합창 작곡가가 곡을 붙인 '추야몽 (秋夜夢)'이었다. '가을밤의 적막 속에서 그리움과 님의 부재에 대한 허망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라는 프로그램북의 설명처럼 승려로서 또한 독립운동가로서 깊은 고뇌와 열망을 우려냈다. 이어서 '밀양아리랑' 등 5곡을 선보였는데, 국내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곡으로 선정해 지루함이 없었고, 특히 트럼펫, 오보에, 해금 등의 악기와 독창을 가미해 색다른 맛을 보여줬다. 몇몇 어르신 관객들은 밀양아리랑이 불릴 때 어깨와 팔을 덩실덩실 들썩였고, 가장 많이 알려진 '구아리랑 (서울 자진아리랑)'은 모든 관객이 부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같이 합창했다.

객석을 향해 구아리랑 합창을 지휘하는 박선이 부지휘자
두 번째 테마인 'Soul and Spirit'에는 미국 전통민요 'Black is the Color of My True Love's Hair'와 흑인영가(가스펠) 'Swing Low, Sweet Chariot', 'Joshua', 'Come and Go to That Land'를 열창했다. 가을밤의 감성, 현대적인 풍부한 화성과 음향, 관객들의 연륜이 합쳐진 탓인지, 곡들이 종교에 바탕을 두고 있음에도 관객은 편안하고 진지하게 감상하는 분위기였다. 광교에 사는 서 모 씨 (70세)는 자신을 기독교 신자라고 소개하고 "(합창단이) Joshua를 노래하면서 'Jericho, Jericho'라고 힘차게 외칠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고, 영성의 깊은 울림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이스라엘 지도자 여호수아(Joshua)가 하나님이 지시한 대로 실행하여 난공불락의 여리고성(Jericho)을 손쉽게 무너뜨린다는 '여호수아서' 6장을 노래한 것이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이 스토리를 읽고 뜻을 새겨보면 믿음∙단결∙희망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 씨는 수원문화예술단 유료회원에 가입한, 합창단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노인복지 시설들에 이런 공연 소식을 미리 알려서 노인들이 할인된 입장료로 관람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 테마 '우리의 노래'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1961), 한명숙의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1961)' , 퀸의 Somebody to Love'(1976), god의 '촛불하나 (2000) '네 곡을 불렀다. DSM밴드(드럼, 신디사이저, 베이스기타, 일렉기타)의 협연으로 공연의 열기가 확산됐다. 엘비스프레슬리를 그리워하는 관객들이 그의 곡을 따라 불렀고, 단원들이 아름다운 몸동작으로 노란셔츠 입은 사나이를 부를 때는 모든 관객들이 같이 불렀다.

'Somebody to Love'를 합창하는 모습. 두 남녀 단원이 앞에 나와 열창하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 공연의 기획 의도는 장노년층 특히 문화적 소외를 겪고 있는 장노년층의 용기와 삶의 의지를 고양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장노년층은 '기성세대(establishment) ' , 심지어 '감성팔이'로 불리며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지금까지 다음 세대를 키우고 가르쳤으며,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일구어 온 사람들이기도 하다.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라는 세사르 바예호의 시구처럼 위로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호매실동에 사는 두 여성 관객(67)은 모두 음악 교사로 근무했다. "야외에서 열리는 공연은 음향의 질이나 음악 수준이 낮아 참가하기가 꺼려지고, 유명하다는 실내 공연은 티켓 요금도 비싸서 가기가 쉽지 않다. 오늘과 같은 공연은 장노년의 문화 욕구에 부응한 바람직한 음악복지의 모델이다"라고 평가했다.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해준 DSM밴드 단원들이 일어나 관객들에게 예를 표하고 있다.
김보미 지휘자와 이 무대를 지휘한 박선이 부지휘자의 아름다운 매너도 칭찬을 받았다. 이 공연은 부지휘자가 지난 7월 수원시립합창단과 인연을 맺은 후 데뷔무대였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김보미 지휘자는 무대에 나와 부지휘자를 격려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했다. 부지휘자는 관객들이 매 순간마다 관객이 박수갈채를 보낼 때 허리를 굽힌 자세를 3초 정도 유지하며 답례했고, 자신이 수원시민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지휘자와 단원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겸손하게 인사말을 했다.
음악 활동을 하는 노인들은 하지 않는 노인보다 통계적으로 낮은 수준의 우울감, 높은 수준의 주관적 건강 상태, 그리고 낮은 빈도의 병원 방문 횟수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부인과 함께 온 김 모 씨 (70)는 "SK아트리움 회원 가입을 해서 공연 정보를 수시로 접한다. 공연티켓이 저렴하여 자주 관람하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안정된다. 오늘 콘서트는 우리에게 추억의 여행을 하게 해주었다."고 했다. 이 공연 내내 전달된 메시지는 사랑, 몸과 영혼의 자유, 꿈이다. 출연자들이 표출한, 장노년층에 대한 사랑과 배려, 그리고 모든 부모님들에 대한 효심이 빚어낸 휴머니스틱한 음악회라 칭송받을 만하다.
부지휘자의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