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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에서 만난 사람들의 시간 <성안 사람들의 살림살이 이야기>
열린문화공간 후소 테마전시, 2026년 4월 12일(일)까지 무료 개최
2025-11-12 12:00:05최종 업데이트 : 2025-11-12 12:00:03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선영
열린문화공간 후소에서 성곽 안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새로운 테마 전시회가 시작되었다.

열린문화공간 후소에서 성곽 안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새로운 테마 전시회가 시작되었다.


수원화성의 성곽 안에는 오랜 세월의 결을 품은 마을이 있다. 정조대왕의 이상이 스며든 도시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일상을 이어가며 삶의 흔적을 남겼다. 화려한 궁궐 뒤편에는 서민들의 생활이 있었고, 그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은 세월이 지나 하나의 기록이 되었다.

수원화성박물관 부속시설인 열린문화공간 후소에서 새로운 테마전시가 시작되었다. 〈성안 사람들의 살림살이 이야기〉,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성안 마을 사람들의 삶을 '살림살이'라는 주제로 담아냈다. 의식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유물들은 모두 실제 수원 시민이 사용하던 생활용품으로, 한 시대를 살아낸 손끝의 온기를 전한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열린문화공간, 오래된 살림살이 속에서 삶의 이야기가 조용히 피어오른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열린문화공간, 오래된 살림살이 속에서 삶의 이야기가 조용히 피어오른다.


후소(後笑)는 '뒤늦게 웃는다'는 뜻을 지닌 이름이자, 수원을 대표하는 미술사학자 오주석 선생의 호이기도 하다. 예술의 본질을 일상 속에서 찾고자 했던 그의 철학처럼, 후소는 삶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성안 사람들의 민속생활용품 테마전시는 왕의 도시로 불렸던 수원화성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살아가던 일상과 그 안에 깃든 온기를 생활용품을 통해 보여준다. 2026년 4월 12일(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성곽 안에서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60여 건, 100여 점의 생활유물을 통해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성곽 안 마을의 삶이 세월을 건너와, 물건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스며 있는 전시 공간.

성곽 안 마을의 삶이 세월을 건너와, 물건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스며 있는 전시 공간.


테마전시에서 다룬 수원화성 성안 마을은 남창동, 남수동, 매향동, 북수동, 장안동, 신풍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이 담긴 생활유물이 소개되는 것. 시민들의 기증으로 모인 물건은 2016년 '골목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였고, 2021년 수원박물관에 기증되어 보존되었다.

'골목박물관'이라는 이름답게, 전시품을 넘어 사람들의 기억을 품은 생활의 흔적이다. 후소 전시실 안은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따뜻한 분위기다. 세월이 스며든 물건들 속에서 한 세기의 삶의 온기가 조용히 느껴진다.

식생활 – 대가족의 밥상을 책임지던 손의 역사

식생활 – 대가족의 밥상을 책임지던 손의 역사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이다. 12각형 밥상 위에는 사기그릇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 풍경은 식사 도구를 넘어 한 시대의 가족사를 상징한다. 설명문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물건의 표면에 새겨진 시간의 결이다. 한때 이 물건들은 누군가의 하루였고, 밥을 짓고 옷을 짓고 가족을 돌보던 손끝에서 탄생한 이야기였으리라.

한켠에는 남수동 이병희 할머니의 살림살이가 놓여 있다. 스물세 살의 신부였던 시절, 남편이 군복무 중이라 혼자 대가족의 식사를 책임져야 했다는 사연이 함께 적혀 있다. 밥상 위의 사기그릇은 유난히 두꺼워 보인다. 삶의 무게가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법랑냄비 앞에 서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거, 우리 집에도 있었는데…!' 오래된 부엌의 풍경이 겹쳐지며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낯선 유물이 된 물건. 그 앞에서 세대가 이어지고, 멈춰 있던 시간은 다시 흘러가기 시작한다.

주생활 – 기억을 담은 물건들

주생활 – 기억을 담은 물건들


주생활 코너에는 남문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던 조웅호 씨의 흑백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다. 1950년대 고등학생이던 그는 용돈을 모아 미놀타 카메라를 구입했고, 그 렌즈로 동네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가구와 생활용품 사이로는 세월이 스며든 나무결과 금속의 질감이 어우러져 있다. 오래된 머릿장은 한 집안의 시간을 간직한 채 자리를 지키고, 요강은 생활의 흔적을 넘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증언한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한 세대의 삶이 깃든 이야기를 조용히 되살려내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장안동 박복순 씨가 남편에게 선물로 받은 양동이 역시 오랜 세월의 손길이 스며 있는 물건이다. 닳아 반짝이는 양철의 표면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었고, 그 시간의 무게가 고요하게 전해졌다.

의생활 – 여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생활의 미학

의생활 – 여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생활의 미학


의생활 코너에는 남수동 이병회 씨가 시집올 때 받았던 예단함, 숯을 올려 다리던 다리미, 오래된 재봉틀과 방망이가 놓였다. 모두 여성의 손끝에서 가족의 옷을 지었던 살림살이들이다. 재봉틀의 녹슨 바퀴에는 세월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시를 보고 있으면, 바느질하며 아이 옷을 짓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던 시간, 재봉틀의 바퀴가 돌아가며 내던 소리, 방망이가 천 위를 두드리던 울림이 전시장 공기 속에 스며 있는 듯하다. 이 섹션에서는 사람의 노동과 정성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오주석의 서재 인문학 특강(사진 제공 : 열린공간 후소)

오주석의 서재 인문학 특강(사진 제공 : 열린공간 후소)


'후소(後笑)'는 시민과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 전시실에서는 주제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고, 2층에는 수원을 대표하는 미술사학자 오주석 선생의 서재와 미술사 자료실이 마련되어 있다. 올해 11월에는 '오주석의 서재 인문학 특강'이 세 차례 진행된다. 13일(목)과 20일(목) 오후 2시에 열리는 특강은 모두 현장 접수로 참여할 수 있다. (문의 031-5191-3023)

전시를 기획한 조성우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후소에서 처음으로 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를 시도했습니다. 화려한 유물보다 시민의 시간과 기억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지요. 60여 건, 100여 점의 물건이 모두 시민의 손에서 모인 소중한 기록입니다. 이번 전시가 박물관이 시민의 삶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안내문 하나 챙겨들고, 성안 사람들의 옛 이야기 속으로!

안내문 하나 챙겨들고, 성안 사람들의 옛 이야기 속으로!


수원화성 속 성안 사람들의 이야기는 왕과 성곽의 역사 너머에 존재했던 생활의 역사이다. 이번 전시는 그 조용한 역사를 소리 내어 되살리는 시도였다. 손때 묻은 살림살이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연대기였고, 도시의 문화유산으로 남았다. 역사는 책 속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의 밥상 위, 다리미 위, 그리고 카메라의 렌즈 속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다.

〈성안 사람들의 살림살이 이야기〉는 그 살아 있는 역사를 오늘의 우리에게 건넨다. 후소라는 이름처럼, 관람을 마친 이의 마음에 잔잔한 미소를 남기는 공간. 화려하지 않은 전시이지만, 세월이 묻은 물건들이 전하는 따뜻한 온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후소 테마 전시 기본 정보]
○ 전시명:〈성안 사람들의 살림살이 이야기〉
○ 장소: 수원화성박물관 부속시설 열린문화공간 후소(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 관람 시간: 9:00~18:00(휴관일 매주 월요일, 법정 공휴일)
○ 관람료: 무료
○ 문의: 031-5191-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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