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계의 매화로 본 인간의 향기… 김운기 작가 ‘매화시첩’ 특강 열려
선경도서관 ‘2025 작가와의 만남’, 고전과 현대를 잇는 문학적 교감의 시간
2025-11-14 13:37:21최종 업데이트 : 2025-11-14 13:37:19 작성자 : 시민기자 이난희
|
|
청중들이 강사의 한시 해설에 깊이 공감하며 몰입해 듣고 있다. 눈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매화처럼, 고전의 품격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는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수원시 선경도서관은 11월 12일, '2025년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김운기 작가를 초청해 「퇴계의 매화시첩」 특강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수원시 한 책 함께 읽기'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 고전과 시, 그리고 인간의 사유가 어우러진 문학의 향연으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강에 앞서 김경은 시낭송가가 '도산 달밤에 매화를 노래하고' 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 하고 있다.
특강을 마친 뒤 참석자들이 강사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퇴계의 매화, 아내를 향한 그리움의 노래" 김운기 작가는 이날 "「매화시첩」은 단순한 자연 예찬이 아니라, 평생 아내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시집" 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퇴계 연구가 오랫동안 성리학 중심으로만 이루어져 인간적인 면모가 간과되어왔다"며, "퇴계의 생활사와 감정, 가족 관계를 함께 읽을 때 비로소 진정한 퇴계를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열정적인 강연을 펼친 김운기 강사는「매화시첩」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 작가는 직접 퇴계가 아들에게 보낸 540통의 편지를 번역하며 '인간 이황'의 내밀한 세계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퇴계의 문집에는 서문조차 없어 제자들마저 감히 평가하지 못했고, 이를 '부처님 이마에 새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 할 만큼 신격화된 존재로 여겼다"며, "이번 작업은 그런 신화 속 인물로서의 퇴계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퇴계를 되살리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매화시첩」, 퇴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매화시첩」은 퇴계 이황의 시 가운데에서도 그의 내면세계를 가장 투명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김운기 작가는 원문을 바탕으로 그의 품격 있는 언어를 오늘의 감성에 맞게 새롭게 풀어냈다. 특히 시가 지어진 시기와 장소, 창작의 배경을 실록과 편지, 연표 등을 근거로 재구성해, 한 편의 시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감정의 결을 함께 복원해냈다.
그 결과 「매화시첩」은 단순한 한시 번역집을 넘어, 퇴계의 인생과 사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문학적 해설서로 자리매김했다. 김 작가는 "퇴계의 매화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도리와 절제의 미학을 담은 상징" 이라며 "그 시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정신적 향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전과 현대를 잇는 문학의 다리, 김운기 작가 시인이자 한문학자인 김운기 작가는 현재 수원문인협회 회장과 한국고서연구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건축사 자격을 갖춘 문학박사로서 퇴계학회와 서울역사학회 등에서 활발히 강연하며,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시집 「그대에게」, 「꽃비」 등을 비롯해 한시 번역집 「오남고」, 「매화시첩」, 고전 번역서 「고전탐서」, 「아들에게 쓴 퇴계의 편지」 등이 있다. 그의 문학 세계는 학문적 엄밀함과 시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고전을 현대적으로 소생시키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민과 함께 읽는 고전, 선경도서관의 시도 선경도서관은 매년 '작가와의 만남' 시리즈를 통해 지역 작가와 시민이 함께 문학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김운기 작가를 '2025 올해의 작가'로 선정하고, 그의 저서 「매화시첩」을 중심으로 고전의 깊이를 공유했다. 이번 특강에는 성인 70여 명이 참여했으며, 참석자들은 퇴계의 시 한 편 한 편 속에 담긴 사상과 감정을 작가의 해설과 함께 새롭게 음미했다.
특히 수원문인협회 회원들이 다수 참석해 행사 분위기를 한층 밝게 했다. 임정현 선경도서관 담당자는 "「매화시첩」은 조선 선비의 사상과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시민과 함께 고전의 가치를 나누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임정현 담당자가 특강의 기획 의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도서관 측은 이번 강연을 통해 "퇴계의 시 세계와 선비 정신을 현대적으로 조명하고, 전통 사유 속에서 오늘의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퇴계 이해의 새로운 출발점" 강연을 마무리하며 김운기 작가는 "퇴계 이황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의 시 세계를 온전히 이해한 사람은 많지 않다"며, "「매화시첩」은 그의 내면과 시적 정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임에도 번역이 거의 없어 대중에게 낯선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특강은 퇴계의 친필 시집을 직접 번역한 연구자가 처음으로 그 의미를 세상에 소개한 자리로, 진정한 퇴계 이해의 출발점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많은 청중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김도성 노(老)시인은 커피 한 잔과 안경, 모자, 강의 리플릿, 필기류 등 혹한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매화처럼, 「매화시첩」을 통해 되살아난 퇴계의 정신은 여전히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번 선경도서관 특강은 단순한 고전 해설을 넘어 그리고 시대를 넘어 계속 이어지는 사유의 아름다움을 시민들과 함께 나눈 뜻깊은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