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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전하는 가을 백년숲의 노래
서울대학교 수원수목원 생태프로그램 '가을 품은 백년 숲'
2025-11-17 17:42:36최종 업데이트 : 2025-11-18 10:29:58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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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가 올해 가장 예쁜 날
가막살나무 열매
서울대수원수목원은 약 22.1헥타르에 약 1,016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고 지금도 식물보전, 증식, 연구,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인원이 많아 두 팀으로 나누어 필자가 속한 A조는 해설사 두 명 포함 10명이 일명 백년숲 체험에 나섰다. 해설사 및 참가자들과 간단히 인사를 주고 받고, 눈과 오감으로 체험할 뿐 잎을 따거나 씨앗 등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며 주의사항들을 알려준다. 수풀 잎사귀 설명하는 해설사
거울을 이용해 자연을 보는 법을 배우는 참가자들
그는 이어서 우리가 오늘 자연과 인간의 관계와 간섭에 대한 이해, 식물과 동물의 자손 남기기 본능 등을 배우게 된다며 고요한 비밀의 숲으로의 초대를 한다. 루페를 활용 작은 꽃이나 씨앗을 관찰하다
이 백년숲은 1907년 농림학교 당시 조성된 외국 수종의 국내 도입 가능성 연구 장소였다고 한다. 1908년 식재된 칠엽수를 비롯하여 수령 100년이 넘는 식물들이 보전되고 있는 교육적, 역사적,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1985년 이후 보존지역으로 지정하여 출입 및 훼손 등의 행동을 자제해 왔던 장소다. 낮은 자세로 식물을 살피다
숲에 놓인 옹달샘. 거울 여러개를 붙여놓으면 옹달샘처럼 보인다. 백년숲엔 지금 열매나 꽃은 없다시피 하다. 숲은 말하자면 지금부터 휴식기라고 볼 수 있고, 숲은 언제나 가만히 놔 두는게 가장 좋은 관리법이라고 한다. 쓰러진 나무들도 보이는데 왜 안 치우느냐고 하니 큰 나무가 하나 쓰러지면 그 옆의 작은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작은 나무들이 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가령 버섯과 하늘소 같은 곤충도 죽은 나무에서 살아가지 않는가. 또한 죽은 나무를 분해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생태계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거라고 한다.
사방이 고요하니 숲을 지날 때 여럿이 낙엽밟는 소리가 바스락 바스락 운치있게 들린다.
낙엽
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뭇잎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의 빛깔은 은은하고 그 소리는 참으로 나직하구나. 낙엽은 땅 위에 버림받은 나그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녘 낙엽의 모습은 쓸쓸하구나. 바람 불어칠 때마다 낙엽은 조용히 외치거니.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길에 밟힐 때면 낙엽은 영혼처럼 흐느끼고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는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언젠가는 우리도 가련한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이미 날은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감싸고 있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쉼길을 홀로 걸어간다
너무도 유명해서 진부하게조차 들리는 이 詩를 누군가 이야기해서 오랜만에 나작하게 읊어본다. 누구나 소녀감성으로 돌아가 서정의 강물을 첨벙첨벙 건너볼까나. 이 詩를 지은 레미 드 구르몽(1858~1915 프랑스 시인, 문학비평가)은 명문가 출신이나 26세때 결핵으로 인한 낭창으로 얼굴이 심하게 망가져 바깥 출입을 삼간 채 결혼도 안 한채로 이 시처럼 외로운 은둔의 생애를 살았다고 한다.
이윽고 해설사는 작은 현미경 루페를 하나씩 나누어주며 작은 식물을 관찰하는 법을 일러준다. 털별꽃아재비란 작은 꽃을 관찰하는데 그 작은 꽃에도 암술 수술이 다 들어있다고 해설사는 설명하여 준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관찰하는게 가장 좋은 법인데 되도록 꽃을 따지 말고 낮은 자세로 관찰하는게 자연에 대한 예의라고 알려준다. 식물은 되도록 멀리 씨앗을 퍼뜨리려고 한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자손을 남기고 싶어 하는 본능은 다 있다고 하며 여기서 제일 오래 된 나무는 일본에서 도입한 120살 칠엽수이고 백년숲 입구에 서 있는 키가 큰 신나무가 있다.
그 다음 거울을 이용하여 안 보던 하늘을 보고 새의 눈으로 숲을 관찰하는 법을 배워본다. 오래 된 숲으로 하늘이 보이고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게 느낌이 참 좋다. 숲을 걷다 보니 질경이도 보이고 가래나무도 보인다. 가래나무는 우리나라 토종 호두이고 옛날부터 먹어오던 것이라고 한다. 호두는 고려시대 때 중국에서 들어왔다. 추억의 식물 까마중도 먹어보니 옛날맛이 그대로 상기된다. 해설사는 공원같은 데 있는 건 약을 주니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가다 보니 등나무가 한 나무를 친친 동여맨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해설사는 갈등이라는 말의 의미와 그 유래를 들려준다. 등나무와 칡 덩굴이 서로 감아버리면 풀 수도 없어 갈등이라고 하는데 식물 사회나 인간 사회나 비슷한 풍경같다. 아카시아는 본명이 아까시인데 잘못 전파가 되어 전 국민이 아카시아라고 알게 되었다나. 은백양나무와 우리나라 수원사시나무를 교잡하여 은사시나무를 육종하였는데 수피에 다이아몬드 문양이 새겨져 있고 바람에 잎이 사르르 떠는게 인상적이다. 언뜻 숲 사이로 개구리도 집을 찾아간다. 단풍과 노오란 은행잎이 어우러진 풍경도 장관이었다.
해설사는 어느지점에 이르러 이곳이 '쉼길'이라며 혼자씩 한참의 간격을 두고 홀로 걸어보라고 하였다. 느릿느릿 천천히 여유롭게 걷는 숲속의 길. 오직 옅은 바람과 자신의 숨소리, 낙엽 밟는 소리만이 사위를 감싼다. 아무 거리낌없이 자유로운 나만의 상념에 몰입 낙엽소리 따라 자유의 나래를 편다. 가족의 가장 행복한 시간
90분의 숲 여행을 끝낸 이승진 씨(화성 동탄)는 "그냥 무심히 지나치던 나무와 풀 그리고 수목원의 배경에 대해 해설사의 명쾌한 해설을 들으며 관찰하니 참 좋았다. 나를 위한 더 없는 힐링시간이었다"라고 미소로 소감을 전한다. 그 미소가 소박하고 작디 작은 털별꽃아재비꽃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서울대수원수목원은 오는 18일까지 '나무의 시간' 프로그램으로 올해의 탐방을 마무리한다. 내년 4월 다시 꽃소식과 함께 열리니 시민들은 은근한 기다림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주소 :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호로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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