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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으로 재난 피해자의 '다양한 슬픔'을 말하다- 고통의 곁, 곁의 고통展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 로비에서 12월 10일까지
2025-11-17 17:57:50최종 업데이트 : 2025-11-21 15:16:21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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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와 서사 - 고통의 곁, 곁의 고통》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 로비
이번 전시의 핵심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학생들이 정규 수업인 <참사와 서사>를 통해 재난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창작한 웹툰과 일러스트 작품들이다. 이 수업은 2024년 1학기에 처음 개설된 이래, 재난 피해자와 창작자가 교실에서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화하는 한국 사회의 선구적 실험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2.18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여러 재난의 피해자들이 참여해 삶과 고통에 대한 진솔한 증언을 들려주었다. 청년 작가들은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등 우리 사회의 아픔을 예술 언어로 재구성했다. 주목할 점은 이 작품들이 단순히 사건의 나열이 아닌, 그 안에 남겨진 사람들의 지속되는 슬픔과 회복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청강대 엄기호 교수는 전시 해설을 통해 사회가 피해자에게 강요하는 피해자다움의 통념을 비판했다. "슬픔은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로 피해자들의 다양한 슬픔의 얼굴과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사회적 포옹이 무섭다는 것이다. <참사와 서사> 수업을 통해 만난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통념과 전형을 뛰어넘었다. 잃은 딸의 버킷리스트를 대신 이룬 부모의 이야기, 상실 속에서 "덕분에 이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해졌다"는 고백이 삶의 큰 위로라고 말하는 유가족의 이야기 등 그들의 슬픔은 '다양한 얼굴과 목소리'를 가진 '다(多)의 이야기', 그리고 이전과 이후, 죽은 이만이 아니라 산 자의 욕망과 주변의 이야기와 섞여 있는 '잡(雜)한 이야기'였다.
당연한 것/ 정시현, 하루일과/ 호밬, 버킷리스트 /최정인
10인의 작가,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다 황정인, 호밬, 정시현, 임성은, 이다원, 신종태, 비명, 박서진, 무니, 김수연 등 10명의 작가들은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교감하고 질문했으며, 작가로서의 경험과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서사를 창조했다.
이다원 작가는 "무너지지 않으면 슬픔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져 슬픔이 부정당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슬픔에 무너지지 않아 슬픔이 부정당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무너지지 않으면 슬픔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신종태 작가는 곁의 무너진 사람을 위해 자신의 슬픔을 삼킨 사람의 이야기, 자신의 슬픔을 삼킨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애도의 조건/ 비명, 한마디/ 신종태
박서진과 황정인 작가의 작품은 무너진 자의 곁에 선 사람이 자신의 슬픔을 읽어줄 것을 요구하는 '곁의 책'으로 등장하며, 읽는 자로서의 회복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박서진 작가는 "'참사와 서사' 수업을 듣고 뇌가 여러 갈래로 쪼개지는 체험을 하다 살아있는 연대를 배워 간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가진 아픔을 모두 나누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며 서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하였다.
임성은 작가는 산 이와 죽은 이의 위로가 한 방향일 수 없으며, 오히려 죽은 이가 산 이를 구원하는 의미를 담아냈다.
호밬 작가는 "다녀올게요"라는 말을 하고 나간 자식에게 "다녀왔어요"라는 말을 돌려받지 못해 한을 품은 유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사과를 듣기 전까지 떠나지 못하는 한(恨)'을 표현하며 유가족의 깊은 상실감을 예술로 승화했다.
잊고 있던 것은/무니, 각자의 현재/박서진
이들의 작품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서, 사랑과 애도의 모양이 얼마나 다양하고 다채로운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관람객들은 감각적인 드로잉과 절제된 색감을 통해 비극 속에서도 인간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연대의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 학습관 대강당 로비에 『고통의 곁, 곁의 고통』 책자와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어서 로비에서 책자를 읽을 수 있으며, QR코드를 통해 휴대폰으로 작품을 감상하거나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전시 작품 관람 후 소감을 적을 수 있게 포스트 잇도 준비되어 있어 작품을 보고 느낀 점, 작가에게 남기는 말, 피해 유가족에게 보내는 격려의 말 등 후기를 남길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전시 작품을 비치된 책자와 컴퓨터를 통해 읽어 볼 수 있다.
엄기호 교수는 "애도는 읽고 주석을 다는 일"이라며, 이번 전시작들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학생 작가들이 읽고 단 '주석'이라고 정의하며, 관객들이 여기에 또 주석을 달아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고 뻗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참사와 서사 - 고통의 곁, 곁의 고통》 전시는 재난의 고통에 무릎 꿇지 않고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며 사회적 곁을 만들어낸 청년 작가들의 귀한 결과물이다. 이 전시는 재난의 고통을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예술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지만, 그 슬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의 언어'를 만들어냄으로써, 수원 시민들에게 '존엄한 시민, 안전한 사회'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서로의 곁을 돌아보는 따뜻한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재난 피해자들의 부서진 일상의 재건은 공동체의 태도와 사회의 변화에 달려있다는 유해정 센터장의 말처럼, 이번 전시와 연계 행사가 수원 시민들에게 따뜻한 환대의 공간을 열어주고 함께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새로 조성한 모두의 숲에서 바라 본 수원시평생학습관
전시 기간 중에는 공동체적 애도와 회복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는 연계 행사도 열린다. 기간: 2025년 11월 12일 ~ 12월 10일 장소: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 로비 관람: 무료 수원 평생학습관 전시 이후에는 창룡도서관(12월 11일~12월 31)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참여 작가 : 황정인, 호밬, 정시현, 임성은, 이다원, 신종태, 비명, 박서진, 무니, 김수연 (총 10명)
○ 연계 프로그램: 무지한스승의 만남《애도-기억과 회복》 재난과 참사의 기억을 되새기며, 공동체적 애도와 회복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상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눈다. 기간: 2025.11.18. ~ 12.9 (매주 화요일, 총 4회) 오전 10시~12시 장소: 1, 2회 211호 나눔2 / 3, 4회 201호 나눔1 운영: 시민기획단 나침반
주차별 계획 (시청 영상) 11.18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교수 강연 영상) 52분 11.25 고통구경하는 사회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을 구경하는가> 김인정 저널리스트 강연 영상) 23분 12. 2 이태원 참사, 그 후 1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요 (김초롱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강연 영상) 43분 12. 9 젤리가 아니에요, 사랑이에요(산만언니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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