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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머물던 자리, 동네를 불러오다
제7회 사람전 ‘동네 풍경’, 사진보다 더 선명한 골목의 추억
2025-11-18 14:22:47최종 업데이트 : 2025-11-18 14:22:4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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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사람전 '동네 풍경'이 전시회가 11월 23일(일)까지 고색뉴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제7회 사람전 '동네 풍경'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람들의 모습과 골목 냄새까지 일상의 풍경을 예술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50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풍경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이번 전시는 11월 23일(일)까지 고색뉴지엄에서 만날 수 있다. 가을 햇살이 골목까지 번지는 날 전시회를 찾아갔다. 지하 전시공간 문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엊그제 서울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랑주리, 오르세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를 관람했다. 오르세 미술관은 폐역을 미술관으로 개장한 곳이다. 고색뉴지엄도 폐수처리장으로 사용하려던 공간이다. 수원산업단지에 첨단업종이 주로 입주하면서 사용하지 못했다. 콘크리트 벽과 폐수처리시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50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풍경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들의 삶은 무대 위에서 연출되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서 작품은 시작된다. 각각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서사는 눈물겨운 서정을 바탕으로 한다(이종희, '무대').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과 풍경은 변했지만 지금도 같은 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하게 삶을 나가고 있다(변사무엘, '동네 풍경'). 서울 성남을 거쳐 경기 광주 무갑산 아래서 25년째 살고 있다. 지금쯤이면 벼가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풍경이었을 마을 입구는 공장들로 들어찼다(김태헌, '당신의 풍경 마당에서 놀자'). 사람들의 삶은 늘 단순하지 않다. 얽히고 엉키면서도 각자의 하루 감정 선택 그리고 버텨낸 시간이 촘촘히 쌓여 있다. 겉으로는 실타래처럼 복잡해 보여도 그 안에는 질서와 흐름이 존재한다(이창세, '구름 아래의 시간'). 작가들의 사적인 기록인데, 우리 마음속 저 아래 따뜻하게 머물러 있는 기억을 불러온다. 작품 옆에 작가들이 남긴 글이다. 창작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놓아 관람객이 감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문장들은 동네의 삶과 시간, 사람들의 무대 같은 일상이라는 하나의 정조로 연결된다. 50명의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사람' 그리고 '동네'를 관찰하고 있다. 변해버린 동네, 잃어버린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리워하고 있다. 전시 초대 글에도 "동네는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가장 작은 세계이자, 서로의 온기가 닿는 자리입니다. 시간의 결속에서 변해가는 거리, 스쳐 가는 얼굴들,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희로애락이 이번 전시의 화폭 위에 새겨집니다."라고 쓰고 있다. 김경지 작가는 "이번 전시는 경기 민예총 주최로 경기 민족미술인협회 작가들이 모여서 하는 기획전이다. 전시 주제는 동네 풍경으로 작가들이 그 동네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라며, 자신의 작품에 관해 설명을 이어간다 "동네 수원천 풍경이다. 어렸을 때 아줌마들이 빨래하던 풍경이 떠오른다. 지금은 학교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 달리는 하는 사람들, 장기 두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등 다양한 모습을 본다. 수원천은 그 주변을 오가던 사람들의 사연을 품은 채 흐른다. 물결 위에 흩어지는 음운과 음절은 그렇게 흩어지는 이야기들을 형상화한 것이다."라고 밝힌다. 전시장은 콘크리트 벽과 폐수처리시설을 그대로 보존해 특별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수원천 모습이 변했듯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 풍경은 변한다. 그 속에 사람들도 변했지만, 삶의 분주함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이어진다. 사람들도 언뜻 보면 매일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씩 다른 장면으로 펼쳐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연출하고 있는 서사도 가까이 보면 다양하게 전개된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평온하게 이어가는가 하면 눈물겨운 서정을 삭이며 사는 사람도 있다. 동네는 건물만 있지 않다. 거기에는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고, 밤길을 걷는 발소리가 있다. 작가들도 겉으로 보이는 혼란에만 머물지 않고,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남겨놓은 온도를 그려 놓았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삶이 만들어낸 장면들이다. 그리고 동네라는 무대 위에서 흐르고 쌓인 시간의 결을 감각적으로 드러냈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들이 관객에게 자신의 일상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오래된 동네의 냄새가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작품들 앞에서 관람객들은 말없이 서 있다. 눅눅해져 버린 어린 시절 추억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꿈틀거린다. 우리가 자라왔고 지금도 스쳐지냐며 살아가는 동네의 조각들을 본다. 없어진 줄만 알았던 기억이 갑자기 돌아오는 순간 잊고 지낸 친구의 이름도 중얼거린다. 작품은 누군가의 추억을 재현했지만, 결국엔 우리 모두의 동네를 다시 부르는 시간이다. 김경지 작가의 작품. 수원천 주변을 오가던 사람들 이야기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시장을 나오는데, 거리에 가을이 깊이 내려앉았다. 이 풍경이 곧 사라져도,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았던 마음만큼은 잃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기억은 그 자리에 남는다. 사람전 '동네 풍경'은 우리 삶이 남긴 흔적을 붓끝으로 그려낸 기록이다. 소리와 냄새까지 넉넉히 담아냈다. 작가들의 사적인 기록인데, 우리 마음속 저 아래 따뜻하게 머물러 있는 기억을 불러온다. <전시 정보> ○ 전시명: 제7회 사람전 '동네 풍경' ○ 전시 기간: 2025. 11. 15.~11. 23. 월요일은 휴무 ○ 전시장소: 고색뉴지엄(권선구 산업로 85) ○ 관람료: 무료 ○ 초대의 글: 우리 시대의 '동네'를 비추는 한 조각 거울이 되어, 당신의 마음속에도 잊고 있던 풍경 하나가 피어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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