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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쌓은 15년’, 수원 시니어합창단 정기연주회 열려
시민과 함께한 합창·특별공연으로 풍성한 무대 구성
2025-11-20 11:29:00최종 업데이트 : 2025-11-20 11:28:58 작성자 : 시민기자   이난희

전체 공연 출연자들의 모습이다.전체 공연 출연자들의 모습
 

수원시니어합창단이 창립 15주년을 맞아 18일 저녁, 수원 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추억의 낭만을 거닐며'라는 부제가 말하듯, 이번 공연은 단순한 기념 행사를 넘어 노년 예술이 지닌 깊이와 도시 공동체의 품격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무대에 다시 선다는 것",  시니어 예술이 사회에 던지는 의미

시니어합창단이 15년 동안 활동을 이어오는 일은 결코 흔치 않다. 단원들의 건강, 연습 지속성, 단체 운영 등 복합적인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원 시니어합창단이 오늘에 이른 배경에는, 예술이 노년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고 삶의 중심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왔다는 점이 자리한다.

 

이들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모임을 넘어서, 은퇴 이후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시민 참여형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 이번 정기연주회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특히 프로그램 구성에는 지난 15년 동안 시민들이 가장 사랑했던 곡들을 중심으로, 우정 출연 단체들과의 연합 무대까지 포함해 '함께 만드는 공연'이라는 취지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다. 특히 춤 MIN이 선보인  '흐르는 수원천' 연출은 수원사랑과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통·동작·연대… 3부 무대가 만든 세 가지 결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오현규 음악감독의 지휘가 있었다. 힘 있는 지휘봉과 몸 전체를 활용한 표현력은 무대를 장악했고, 단원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15주년 공연은 크게 세 가지 메시지로 읽힌다.

 

첫째는 전통과 현재의 연결성이다. 한복을 갖춰 입고 등장한 제1부 무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니어 세대가 자신의 뿌리를 다시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익숙한 대중가요가 합창단의 목소리를 만나 새로운 감성으로 재탄생했고, 여기에 가야금 병창이 더해지며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무대는 "시니어 예술도 충분히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둘째는 예술이 몸을 다시 깨우는 힘이다. 제2부에서는 현대적 감각의 곡들과 간단한 동작이 함께 펼쳐지며 무대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이어진 포크댄스 공연에서는 관객들의 박수가 가장 크게 터져 나왔다. 이영관 단장은 포크댄스를 "동심을 회복하는 치유의 예술"이라 표현했다. 반복되는 동작과 파트너 교체가 주는 활력은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전달됐고, 시니어의 에너지가 결코 젊음에 뒤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공연을 마친 포크댄스 팀의 인증샷. 환한 미소 속에서 나이를 잊은 순수한 즐거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공연을 마친 포크댄스 팀의 인증샷. 환한 미소 속에서 나이를 잊은 순수한 즐거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셋째는 공동체의 확장이다. '우정의 무대'로 마련된 3개 합창단의 연합 무대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 고령사회에서 문화가 수행하는 기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서로 다른 단체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목소리가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울림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예술이 지역 공동체를 엮는 강력한 매개임을 증명했다.


'수원천 유정' 우정 출연 무대가 끝난 뒤, 작사자 임병호 시인과 작곡가 오현규 감독이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축하했다.

'수원천 유정' 우정 출연 무대가 끝난 뒤, 작사자 임병호 시인과 작곡가 오현규 감독이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축하했다.

 

'나는 반딧불이'… 관객에게 건넨 조용한 위로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앙코르곡  '나는 반딧불이'는 이날 연주회의 의미를 하나로 묶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오현규 음악감독은 "반딧불처럼 서로를 비추는 존재가 되자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은 휴대전화의 작은 조명을 켜 들며 무대와 함께 빛을 나눴고, 이 작은 퍼포먼스는 큰 감동으로 이어졌다.


'나는 반딧불이'가 흐르자 감독의 따뜻한 연출에 화답하듯, 무대와 객석 곳곳에서 휴대폰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나는 반딧불이'가 흐르자 감독의 따뜻한 연출에 화답하듯, 무대와 객석 곳곳에서 휴대폰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객석에서도 조명들이 켜졌다.

객석에서도 조명들이 켜졌다.
 

"내가 별인 줄 알았는데, 나는 반딧불이었다"는 가사는 단원들에게는 겸손의 고백이면서, 관객에게는 '작아도 충분하다'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작은 빛 하나를 존중하는 태도는, 합창단이 15년 동안 이어온 정신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예술단체를 넘어 도시의 자산으로

지난 15년 동안 수원 시니어합창단은 러시아 국제음악콩쿠르 그랑프리, 중국 하이난국제합창제 등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수원의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이들이 스스로 강조하는 가치는 성과보다 '시민과 함께하는 합창단'으로 남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합창단이 단순한 예술단체를 넘어 '도시의 자산'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원이 가진 역사성, 공동체성, 시민참여의 힘이 이날 공연을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관객들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마지막 앙코르곡을 함께 부르며 시니어 예술의 공동 생산자로 참여했다.


출연자와 관람객들이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며 사진을 찍고 덕담을 나누는 모습이 이어지며, 현장은 잔치 분위기로 물들였다.

출연자와 관람객들이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며 사진을 찍고 덕담을 나누는 모습이 이어지며, 현장은 잔치 분위기로 물들였다.
연주회를 즐기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시니어들의 환한 미소가 무척 보기 좋다.연주회를 즐기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시니어들의 환한 미소가 무척 보기 좋다.
 

15년을 지나 다시 청춘으로

이번 정기연주회는 한 가지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예술은 노년을 늙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공연장을 채운 박수는 '그동안 수고했다'는 찬사가 아니라, '앞으로 더 나아가자'는 격려에 가까웠다. 합창단은 오는 해 제2탄 뮤지컬 제작에 도전할 계획을 밝혔다. 나이를 넘어선 열정과 단단한 목소리로, 이들의 다음 20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추억의 낭만을 거닐며'라는 부제는 결국 회상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오현규 총감독이 전 출연자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

오현규 총감독이 전 출연자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
 

그날의 무대는 '현재진행형 청춘'이 존재한다는 증명이었고, 그 이름은 바로 수원시니어합창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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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니어합창단제15주년정기연주회, #수원시니어합창단, #오현규음악감독, #이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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