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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필터가 또 까매졌어요" 불안하다면? 수원시가 '무료'로 확인해 드립니다
전문가가 집으로 직접 방문해 6개 항목 꼼꼼 점검, 막연한 불안감, ‘수치’로 시원하게 해소하세요
2025-11-25 14:23:14최종 업데이트 : 2025-11-25 14:23:33 작성자 : 시민기자 길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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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수전에 설치했던 필터가 며칠 만에 까맣게 변색된 모습.
찝찝해서 물은 무조건 생수만 사다 마시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 이 건물에 거주하는 한 입주민은 몇 달 전부터 수돗물에 대한 깊은 불신에 빠져 있었다. 싱크대 수전에 설치한 필터에 자꾸만 정체불명의 검은 이물질이 끼었기 때문이다. 씻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쓴다지만, "혹시 몸에 해로운 중금속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음용수는 물론 찌개를 끓이거나 쌀을 씻을 때조차 수돗물 사용을 꺼리고 있었다. 매번 무거운 생수를 사 나르는 것도 고역이었다. 수돗물을 믿지 못해 음용수는 물론, 쌀을 씻거나 찌개를 끓이는 조리 용수까지
수질검사를 어디에, 어떻게 요청해야 할지 막막해하던 차에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유용한 제도를 알게 됐다. 바로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다. 이 제도는 수돗물 수질이 궁금한 시민이 신청하면 담당 공무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수질 검사를 해주는 서비스다. '물사랑누리집' 사이트를 통해 신청하자, 며칠 뒤 수원시 상수도사업소 맑은물생산과 소속 주무관이 전문 장비를 챙겨 현장에 도착했다. ◇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우리 집 물 상태' 수원시 상수도사업소 담당 주무관이 정확한 수질 측정을 위해 싱크대 수도꼭지에서
눈 앞에서 확인하는 '안전한 수치', pH·잔류염소·탁도 측정
두 번째는 잔류염소였다. 수돗물 특유의 냄새 원인이기도 한 염소는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이 이동하는 동안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투입하는 필수 소독 성분이다. 기준치는 0.1mg/L 이상 4.0mg/L 이하다. 너무 낮으면 소독력이 의심되고, 너무 높으면 냄새가 심할 수 있다. 측정 결과는 0.71mg/L. 주무관은 "이 정도면 소독 효과도 확실하게 유지되고 있고, 인체 안전 기준치보다 훨씬 낮아 안심하고 드셔도 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탁도였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혹은 이물질이 섞여 흐릿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0.5 NTU 미만이어야 식수로 적합하다. 측정 결과는 0.09 NTU. 기준치인 0.5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이 집의 수돗물 자체는 정수기 물 못지않게 매우 깨끗하고 투명한 편"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철(Fe), 구리(Cu), 아연(Zn) 등 3개 항목은 배관의 노후 상태를 가늠하는 지표다. 이 항목들은 채취한 시료를 전문 수질검사소로 보내 정밀 분석을 거친다. 주무관은 "총 6개 항목에 대한 최종 성적서는 2~3주 뒤 우편으로 발송해 드리며,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직접 확인하실 수 있다"고 안내했다.
◇ "검게 변한 필터, 무조건 '나쁜 물' 신호 아니다" 이날 입주민을 가장 안심시킨 대목은 바로 '검은 필터'에 대한 전문가의 명쾌한 해설이었다. 수질 검사 결과는 모두 '최상급'인데, 도대체 왜 필터는 금세 흉물스럽게 변색되는 걸까?
담당 주무관은 시민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이 현상에 대해 과학적인 원리를 들어 설명했다. "필터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은 수돗물 원수에 소량 포함된 망간 등 금속 성분이 소독제인 염소와 만나 산화 반응을 일으키며 필터에 흡착되기 때문입니다. 일정 수준의 변색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필터 변색이 온수 사용 시 유독 심하다면, 온수가 상수도에서 공급된 뒤 건물 내 열교환기·보일러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내부설비에 쌓인 갈색·검은색 이물질이 함께 씻겨 나와 필터에 흡착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열로 인해 산화가 빨라져 단기간에 변색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보일러·배관 세척 등 내부설비 관리는 관리주체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주셔야 합니다."
담당 주무관(오른쪽)이 수질 검사를 마친 후, 불안해하던 입주민들에게 준비해 온 안내물을 보여주며
주무관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도 제시했다. 만약 집 안의 여러 수도꼭지 중 특정 한 곳에서만 검은 물이나 심한 변색이 나타난다면, 이는 해당 수도꼭지 내부 부품(고무 패킹 등)이 삭아서 나오는 가루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전 교체를 권장했다. 반면 집안 전체에서 동시에 나타난다면, 배관 내부에 쌓여 있던 물때나 침전물이 인근 공사의 진동이나 갑작스러운 수압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떨어져 나온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안으로 보이는 색깔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편하시다면 사설 업체를 통해 배관 세척(청소)을 받아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오늘 검사한 데이터로 볼 때, 공급되는 수돗물 자체는 수질 기준을 완벽히 충족하는 '적합' 상태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문가의 객관적인 데이터와 친절한 설명이 더해지자, 잔뜩 굳어있던 입주민의 표정도 그제야 한결 누그러졌다.
◇ 알면 도움 되는 수돗물 상식 Q&A
수원시상수도사업소 및 물사랑누리집 홍보물에는 시민들이 평소 궁금해하던 수돗물 관련 상식들이 '팩트 체크' 형식으로 알기 쉽게 정리돼 있었다.
Q. 욕실 타일 틈이나 세면대에 자꾸 분홍색 물때가 껴요. A. 이는 수돗물의 문제가 아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이나 곰팡이 포자가 습기가 많은 욕실 환경에서 번식해 생기는 현상이다. 수돗물 수질과는 무관하며, 물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기가 중요하다. 이 세균들은 염소에 약하기 때문에 청소할 때 염소계 세정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Q. 물을 틀었는데 우유처럼 뿌옇게 보여요. A. 수압이 높을 때 배관 속에서 물과 공기가 섞여 미세한 기포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를 '백수 현상'이라고 하는데, 컵에 물을 받아 잠시 두면 기포가 사라지면서 금세 투명한 물로 돌아온다. 약품이나 이물질이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Q. 정수기 물이 수돗물보다 무조건 더 좋은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정수기는 세균 번식을 막아주는 소독 성분(염소)까지 제거해 버리기 때문에, 필터를 제때 교체하지 않거나 관리가 소홀하면 오히려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위생적인 관리가 어렵다면 안전성이 검증된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낫다.
Q. 소독약(염소) 냄새가 나서 마시기 거북해요. A. 수돗물 특유의 냄새는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오는 동안 미생물 번식을 막기 위해 투입한 염소 때문이다. 해로운 균을 소독하기 위한 최소한의 양이므로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다. 냄새가 거슬린다면 물을 받아 뚜껑을 연 채로 잠시 두거나, 끓여 마시면 냄새 없이 즐길 수 있다.
◇ 불안하다면 참지 말고 신청하세요, 수원시는 '무료'
우리나라의 수돗물 수질은 UN 국가별 수질지수 순위에서 세계 8위를 차지할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수돗물을 마시면 생수 페트병을 사용할 때보다 탄소 발생을 700배 이상 줄일 수 있고 , 정수기 사용 시 버려지는 물(정수 1L당 3L 소모)도 아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 배관은 괜찮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면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가 해답이다. 이는 2014년부터 환경부와 지자체가 함께 운영 중인 대국민 서비스로 , 담당 공무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수질을 검사해 준다.
수원시의 경우 상수도사업소 맑은물생산과에서 이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올해(11월 기준)만 해도 약 540건이 접수되어, 500가구에 가까운 수원 시민들이 가정 내 수돗물을 점검받았다.
이날 검사를 마친 입주민은 "그동안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몰라 혼자 끙끙 앓았는데, 공무원분이 직접 와서 눈앞에서 수치를 보여주고 설명해 주니 꽉 막힌 속이 뚫리는 기분"이라며 "세금 낸 보람이 있다. 우리나라가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보이지 않아서 더 불안했던 우리 집 수돗물. '카더라' 통신이나 막연한 공포심에 떨기보다 전문가의 확실한 '팩트 체크'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수원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 이용 안내]
수돗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맛이 느껴질 때, 혹은 필터 변색 등으로 수질이 의심될 때 주저 말고 신청해 보자.
- 인터넷 신청 : 물사랑누리집 (www.ilovewater.or.kr) 접속 → 회원가입 및 로그인 →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 신청 메뉴 클릭 → 신청서 작성 - 전화 신청 : 수원시 상수도사업소 맑은물생산과 (031-5191-1744) - 검사 항목 : 1차로 탁도, 잔류염소, pH, 철, 구리, 아연 등 6개 항목을 검사하며 , 부적합 시 2차로 일반세균 등을 포함한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 비용 : 전액 무료 (검사 후 수질검사 성적서 우편 발송 및 온라인 확인 가능)
수원시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수질검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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