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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관리부터 현장 적용까지, 조경교육의 깊이를 경험하다
수목원 현장에서 직접 듣고 느낀 실천 중심의 교육
2025-11-27 16:28:41최종 업데이트 : 2025-11-27 16:28:39 작성자 : 시민기자 허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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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찾아가는 민간조경관리자 교육' 홍보 포스터
2025년 11월 26일과 28일, 수원시가 진행하는 '찾아가는 민간조경관리자 교육'이 영흥수목원과 일월수목원 두 곳에서 차례로 열린다. 공동주택·주택 관리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열려 있는 무료 프로그램이었기에 관심이 컸다. 특히 조경 책임자 외에도 지역 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취지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영흥수목원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26일 일정에 참여했다. 지난해 시민조경가드너 과정을 수료하고, 올해는 가로수정원사 교육까지 받으면서 조경 분야를 꾸준히 배워 왔다. 조경은 배울수록 '안다는 것'보다 '몰랐던 것을 깨닫는 순간'이 더 많아지는 분야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이번 교육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약제 사용의 기본과 수목 관리의 실제 첫 강의는 조성칠 강사가 맡았다. 주제는 수목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요소인 농약(작물보호제) 사용이었다. 강사는 농약은 반드시 농약관리법에 따라 등록된 제품만 사용해야 하며, 수목 종류와 병해충 이름이 라벨에 명시된 제품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등록 과정에서 효과·잔류·독성에 대한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등록 외 사용은 법적으로 금지된다는 것이다.
농약제품의 포장 용기 뚜껑을 보면 살균제(분홍색), 살충제(녹색), 제초제(황색), 비선택성 제초제(빨간색), 성장조정제(청색), 기타(백색)으로 구분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약제로는 나무좀류·진달래방패벌레·미국흰불나방에 사용되는 살충제, 잎마름병·탄저병에 사용되는 살균제, 스트레스 완화 및 생육 촉진 활력제, 겨울철 알·월동 해충 방제용 살비제가 소개되었다. 특히 "살충체 스미치온만 반복 사용하는 관행"을 대표적 문제로 들며, "단일 약제 반복은 내성 증가로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작용 기작이 다른 약제를 교차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무에서는 수관 하단에만 약제가 닿는 분사 문제가 많다."며 "느티나무·메타세쿼이아처럼 큰 교목은 특히 효과가 거의 없다. 노즐 각도를 상향 조정하고 고압 장비 활용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지주목을 오래 방치하면 통기·배수가 저해되고 수관을 파고들어 고사 원인이 된다."고도 했다. 보통 식재 후 2~3년이 지나면 대부분 제거가 가능하며, 공사 중 미근(가는 뿌리)이 대량 절단되면 병균 침입 및 전도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작업 전 보호대 설치, 작업 후에는 수피 보호제나 활력제를 투입해야한다.
기후 변화 인한 월동해충 증가, 새로운 병해충 유입 위험, 전문가 부족, 아파트 입찰 구조 등 현실 문제도 언급되었지만, 나무의사 제도 정착과 도시녹지 기술 발전 등 긍정적 변화도 함께 제시되었다.
조경수 관리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기 전 잠깐의 휴식을 가지고 수업을 기다리며 수강생들이 앉아 있다
조경과 정원의 이해 두 번째 강의는 박수경 자연주의교육연구소장의 '정원'과 '조경'의 개념부터 시작했다. 정원(가든)은 집 앞·동네에서 꽃·향기·휴식이 중심이 되는 작은 자연. 조경(랜드스케이프)은 아파트·공원·도시숲 등 도시 전체를 다루는 종합 환경 설계. 정원이 '일상 속 자연을 누리는 개인 공간'이라면, 조경은 '도시·마을 전체의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설명을 명확하게 했다.
정원수 관리의 기본 개념으로 정원과 조경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 조경은 미관을 넘어 여름 기온 저감, 미세먼지 감소, 생물 서식처 제공, 산책·휴식 공간 역할 등 주민 건강과 환경에 영향을 주는 도시 인프라라는 점도 강조되었다. 또한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목·관목·유실수 종류를 잘 정리해 주어서 이해가 쉬웠다.
왜 아파트 화단에는 1년초가 적을까? 관리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년초·관목 중심의 조성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 있었다. 봄에는 병해충를 예방하고 여름에는 물주기·배수 관리를 해야 하며, 가을에는 수형 관리하여 단풍·열매의 경관 유지해주고 겨울에는 월동 관리 및 가지·나무껍질 경관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영흥수목원 현장 실습 마지막은 영흥수목원에서 진행된 현장 실습이었다. 평소 산책하던 공간이었지만 조경(수목)관리자의 눈으로 수목원을 살펴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수목원 입구 잔디마당에서 본 영흥수목원의 모습
영흥수목원은 약 1,000종의 수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지형 변화가 만들어 주는 경관 요소가 뛰어나다고 했다. 맞이마당에서 내려다보는 중앙 잔디마당, 다양한 품종을 모아놓은 전시숲, 산림을 보존한 생태숲 등 공간 구성에도 의미가 많았다.
해설사는 시크릿 가든을 둘러 보면서 실제 사례를 들려주었다. "너무 깊게 심어 뿌리가 가습 상태가 되면서 고사 직전까지 갔던 나무가 있었어요. 흙을 걷어내 뿌리분을 일부 노출시키고 관수를 조절했더니 서서히 회복했죠."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무는 심고 끝이 아니라, 심은 후 1개월 동안의 점검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현장 곳곳에서 가지치기 기준, 수피 손상 여부 확인, 토양 상태 점검 등 실무자가 어떻게 현장을 바라보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수원은 영흥수목원·일월수목원을 품고 있고, 지역 참여형 조경 모델이 우수해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라고도 했다.
영흥수목원 열대온실에서는 '꿈꾸는 말의 숲' 특별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번 민간조경관리자 교육은 '조경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약제 하나를 사용할 때도 생태적 영향, 안전성, 효과, 시기를 모두 고려해야 하며, 아파트 조경 하나를 바꿀 때도 주민 삶의 질, 생태 연결성, 미관, 유지비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받는다.
정원은 개인의 감성을 채우는 자연이지만, 조경은 도시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반 구조물이다. 그동안 조경을 '예쁜 꽃과 나무를 심는 일' 정도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조경은 환경·안전·경관·생태·삶의 질을 연결하는 종합 설계(디자인)라는 사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앞으로도 이런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해서 참여할 생각이며, 내가 사는 도시의 녹지와 조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능하다면 관리 과정을 통해 배운것을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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