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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에서 다시 만난 정조, 《천년효행, 그 8일》의 막이 내리기 전에
"230년 전 수원화성에서 펼쳐진 8일간의 드라마, 12월 14일 전시 종료 앞두고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로 주목
2025-11-28 10:50:12최종 업데이트 : 2025-11-28 10:50:09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십장생도 병풍>

<십장생도 병풍>


지난 9월, 가을의 초입에서 문을 열었던 수원화성박물관의 특별기획전 천년효행, 그 8일이 어느덧 두 달의 여정을 지나 폐막을 앞두고 있다. 박물관 외벽의 대형 현수막은 여전히 230년 전 그날의 장엄한 행렬을 알리고 있지만, 계절은 어느덧 겨울의 문턱에 섰다.

전시가 시작된 지 두 달, 아직 이 특별한 시간 여행에 동참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전시가 끝나는 12월 14일 전에 박물관을 찾아야 할 이유를 다시 한번 짚어보았다.

<화성원행 반차도>, 화폭에 담긴 6천 명의 숨결, 평면 회화로 만나는 장엄하다

<화성원행 반차도>, 화폭에 담긴 6천 명의 숨결, 평면 회화로 만나는 장엄한 풍경


박물관 로비와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화성원행 반차도>다. 1795년(정조 19년) 을묘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떠난 8일간의 행차는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었다. 6천여 명의 수행원과 1,400여 필의 말이 동원된 조선 최대의 국왕 행차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수록된 반차도를 바탕으로 채색된 긴 두루마리 그림을 통해 당시의 위용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전시장 중앙에 펼쳐진 대형 <십장생도 병풍>은 시각적 경험의 백미다. 해, 구름, 산, 물, 소나무, 거북 등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 소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이 병풍은,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던 정조의 효심이 화려한 색채로 승화된 작품이다.

옥인과 인통, 옥인(玉印)에 새긴 아들의 눈물, 그리고 백성을 향한 사랑이 깃들어 있다

옥인과 인통, 옥인(玉印)에 새긴 아들의 눈물, 그리고 백성을 향한 사랑이 깃들어 있다


전시는 화려한 볼거리 이면에 담긴 정조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쇼케이스 안에 정갈하게 놓인 '옥인과 인통' 앞에서 발걸음이 오래 머문다. 정조가 1795년 혜경궁 홍씨에게 존호를 올리며 바친 이 옥인에는, 남편을 잃고 힘겨운 세월을 견뎌온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애틋한 위로가 서려 있다.

정조의 효심은 가족을 넘어 백성에게로 확장되었다. 낙남헌에서 열린 노인들을 위한 잔치 <양로연> 그림과 이를 재현한 독상 차림은 감동을 더 한다. 궁중채화로 장식된 연회 상은 당시 수원이 '효'와 '애민'이 꽃피던 도시였음을 증명한다.

대형 파노라마 스크린, 멈춰진 유물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역사로 '보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전시로 보인다

대형 파노라마 스크린, 멈춰진 유물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역사로 '보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전시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보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전시다. 대형 파노라마 스크린을 통해 재현된 화성원행 행렬은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수많은 깃발이 펄럭이고 악대 소리가 울려 퍼지는 영상 속에서 관람객은 1795년의 그날, 행렬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붉은색 융으로 된 정조대왕의 갑옷과 투구 재현품은 군주로서의 위엄을 보여주며, 정교하게 제작된 팔달문 모형은 "장려(壯麗)함이 없으면 중후한 위엄도 없다"라고 했던 정조의 건축 철학을 고스란히 전한다. 

천 년에 한 번 있을 특별한 경사, 12월 14일, 천년의 효행길이 닫히기 전에 찾아 보자

"천 년에 한 번 있을 특별한 경사", 12월 14일, 천년의 효행길이 닫히기 전에 찾아 보자


전시장 서문, "천 년에 한 번 있을 특별한 경사"라는 문구가 긴 여운을 남긴다. 정조대왕은 이 행사를 통해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그 기쁨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실천했다.

이제 이 특별한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요즘, 230년 전 아들 정조가 준비했던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8일간의 기록을 만나보길 권한다. 전시는 12월 14일(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

을묘년 수원행차 23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천년효행, 그 8일》 전시 포스터

을묘년 수원행차 23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천년효행, 그 8일》 전시 포스터


을묘년 수원행차 23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천년효행, 그 8일》

○ 기간 : 2025년 9월 23일(화) ~ 12월 14일(일) 10:00~18:00(17:00까지 입장)
○ 휴무 : 매주 월요일
○ 장소 : 수원화성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 21. 매향동)
○ 요금 : 어린이·65세이상 무료, 청소년 및 군인 1,000원, 성인 2,000원, 단체(20명이상) 50% 할인
         (카카오톡 이벤트 참여로 무료입장 가능)
○ 예약 : 자유 관람
○ 해설 : 사전 문의
○ 내용 : 아들 정조가 어머니를 위해 수원에서 펼친 8일간의 효도 여행을 담은 전시
○ 대상 : 전체 관람
○ 주최 주관 : 수원화성박물관
○ 주차 : 수원화성박물관 주차장 
○ 누리집 : https://smuseum.suwon.go.kr/hs/main/view
○ 문의 : 031-5191-4212
강남철님의 네임카드

수원화성, 정조대왕, 천년효행, 화성원행 반차도, 원행을묘정리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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