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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섬이 된 팔달문, 끊어진 성벽의 기억을 잇다
수원시,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 홍보관 ‘팔달문, 가까이 늘 우리 곁에’ 운영
2025-11-28 14:39:24최종 업데이트 : 2025-11-28 14:39:15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수원 팔달문 시장 입구에 마련된 '팔달문, 가까이 늘 우리 곁에' 전시관 내부 전경.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 속에 팔달문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수원 팔달문 시장 입구에 마련된 '팔달문, 가까이 늘 우리 곁에' 전시관 내부 전경.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 속에 팔달문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수원 화성의 남쪽 관문이자 보물 제402호인 팔달문(八達門). 웅장한 자태를 뽐내지만, 좌우 성벽이 도로와 시장으로 인해 잘려 나간 탓에 화성의 사대문 중 유일하게 성벽이 연결되지 못한 채 도로 한복판에 고립된 섬처럼 남아 있다.

언제쯤 팔달문이 온전한 날개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장소, 바로 그 팔달문 지척에 그간의 역사와 미래의 청사진을 공유하는 특별한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수원시는 현재 팔달문 옆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상설전시관 '팔달문, 가까이 늘 우리 곁에'를 운영하며 성곽 연결 복원 사업의 당위성을 알리고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팔달문 시장 어귀에 자리 잡은 전시관 '팔달문, 가까이 늘 우리 곁에'의 외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된 모습이다

팔달문 시장 어귀에 자리 잡은 전시관 '팔달문, 가까이 늘 우리 곁에'의 외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된 모습이다


전시관은 팔달문 바로 옆,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 입구(팔달로2가)에 자리 잡고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건물이지만,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깔끔한 내부와 '팔달문, 가까이 늘 우리 곁에'라는 간판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곳은 향후 진행될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을 위해 시가 매입한 건물이다. 시는 본격적인 복원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곳을 단순히 비워두기보다, 시민들에게 팔달문의 가치를 알리는 문화 향유 공간이자 소통 창구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도시의 유휴 공간을, 역사를 잇는 가교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도시 재생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전시관 내부 벽면. '사통팔달, 변화의 중심 팔달문'을 주제로 팔달문의 변천사를 담은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 내부 벽면. '사통팔달, 변화의 중심 팔달문'을 주제로 팔달문의 변천사를 담은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 내부는 화려한 기교보다는 팔달문이 겪어온 세월의 무게를 진중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사통팔달, 변화의 중심 팔달문'이라는 주제 아래 전시된 흑백 사진들은 팔달문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수원 시민의 삶 그 자체였음을 웅변한다.

조선 시대 정조가 전국의 상인들을 불러 모았던 시기부터, 일제강점기 전차 선로 개설로 인해 옹성과 성벽이 허물어지던 아픈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또한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시장 상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근현대의 모습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과거 팔달문 앞을 지나던 버스와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과거 팔달문 앞을 지나던 버스와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1950~60년대 팔달문 주변을 가득 메운 시장 사람들의 모습과 콩나물시루 같았던 버스정류장의 옛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이는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낯선 도시의 이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로서 세대 간의 대화를 끌어낸다.

관람의 백미는 평소 접근이 불가능한 팔달문의 디테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관 한편에 마련된 미디어 공간에서는 3D 스캔 기술 등을 활용해 팔달문의 건축적 구조와 해체 보수 과정을 입체적인 영상으로 보여준다. 도로 한가운데 있어 멀리서만 바라봐야 했던 팔달문의 현판, 누각의 단청, 그리고 성문의 견고한 짜임새를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팔달문의 건축적 구조와 해체·보수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3D 미디어 전시 공간

팔달문의 건축적 구조와 해체·보수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3D 미디어 전시 공간


또한 전시된 흑백 사진 속 팔달문의 지붕 곡선과 현재 창밖으로 보이는 실제 팔달문을 번갈아 보며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는 것은 이 전시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상 포인트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실물과 전시관 내부의 기록들이 어우러져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 관람객이 팔달문의 옛 모습을 담은 그림과 사진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한 관람객이 팔달문의 옛 모습을 담은 그림과 사진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팔달문이 왜 다시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무언의 답변이다. 성벽이 끊어진 지난 100여 년의 시간 동안 팔달문은 외로이 섬처럼 버텼지만, 그 주변은 언제나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음을 전시관은 보여준다. 끊어진 성벽을 잇는 것은 단순히 돌을 쌓는 토목 공사가 아니라, 단절되었던 수원의 역사와 시민의 기억을 온전히 복원하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이 본격화하면 이 공간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팔달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 전시관을 방문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쇼핑이나 나들이로 팔달문 시장을 찾는다면, 잠시 짬을 내어 우리 곁을 지켜온 이 늙은 성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길 권한다.
강남철님의 네임카드

팔달문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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