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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가족 나들이 고민 끝! '겨울을 준비하는 숲'
하늘에서 쏟아지는 낙엽 비에 "까르르"… 숲은 거대한 자연 놀이터이자 치유의 공간
2025-11-28 13:43:12최종 업데이트 : 2025-11-28 13:43:10 작성자 : 시민기자 길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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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와 함께 낙엽 사이에 숨은 작은 들꽃을 관찰하는 아이들.
"바스락 바스락" 숲 산책과 늦가을 꽃의 똑똑한 생존 전략, 가을 향기 꽃다발 만들기 본격적인 체험은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바스락 바스락 유아숲 산책'으로 시작되었다. 잘 닦인 보도블록이 아닌, 울퉁불퉁하지만 부드러운 흙길을 걸으며 가족들은 오감을 깨웠다. 발바닥에 닿는 낙엽의 감촉을 느끼며 걷는 동안, 도심의 소음은 사라지고 숲의 소리가 귀를 채웠다. 숲길 깊숙이 들어서자, 아들이 무언가 발견한 듯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숲의 한구석을 가리켰다. "엄마! 저기 노란 꽃이 피어있어!" 낙엽 사이에 수줍게, 그러나 강인하게 피어난 노란 산국화였다.
손 가득 모은 알록달록한 단풍잎을 보여주며 즐거워하는 어린이
이에 숲 해설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친구들은 아주 똑똑한 전략가란다. 봄과 여름에는 다른 화려한 꽃들이 많아서 벌과 나비 경쟁이 치열하거든. 그래서 일부러 다른 꽃들이 다 지고 난 지금, 늦가을에 꽃을 피워서 얼마 남지 않은 곤충들을 독차지하려는 거야." 단순히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작은 꽃 속에 이토록 치열하고도 지혜로운 생존 전략이 숨어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숲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의 교과서였다. 이어 진행된 '가을 향기 꽃다발' 만들기는 숲의 낭만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커다란 참나무 잎을 고깔 모양으로 돌돌 말아 그 속에 가을 국화와 붉은 단풍, 초록 잎사귀들을 조화롭게 꽂으니 근사한 미니 꽃다발이 만들어졌다. 기자가 직접 만든 꽃다발에 코를 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진한 국화 향과 풋풋한 흙 내음이 섞여 들어와 머리를 맑게 해주었다. 아이들도 직접 만든 꽃다발을 부모님에게 수줍게 내밀며 사랑을 전했다.
노란 들국화를 들고 환하게 웃는 아이와, 꽃향기를 맡으며 자연을 느끼는 필자의 모습.
맛있는 상상력으로 구워낸 '낙엽 피자'와 세상에 하나뿐인 '낙엽 꽃다발' 숲 산책을 하며 주머니 가득 수집한 빨강, 노랑, 갈색의 자연물들은 곧 맛있는 상상력의 재료가 되었다. 널따란 하얀 천이 숲바닥에 펼쳐지자, 가족들은 그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낙엽 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색색의 낙엽을 분류해 놓은 가을 숲의 자연물 미술 작품. 아이들이 직접 모은 잎으로 완성되었다
하얀 천은 순식간에 피자 도우가 되었고, 알록달록한 낙엽들은 훌륭한 토핑으로 변신했다. 부모와 아이가 머리를 맞대고 칸칸마다 다양한 색상의 낙엽을 채워 넣으니, 어느새 먹음직스러운 숲속 피자가 완성되었다. 서로 다른 모양의 잎사귀들이 어우러져 근사한 작품이 되듯, 우리 가족의 마음도 하나로 모이는 순간이었다. 가족들은 얇은 나뭇가지를 하나씩 집어 들고, 그곳에 붉게 물든 단풍잎, 노랗게 빛나는 은행잎, 아직 초록빛을 띠는 이름 모를 잎사귀들을 차곡차곡 꽂았다. 마치 가을의 색을 꿰어 만든 보석 꼬치 같기도 하고, 겹겹이 쌓인 잎들이 풍성한 꽃송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각자 주운 단풍잎을 모아 자연물이 예쁘게 어우러진 '단풍 꽃다발'을 만든 아이들
"하늘에서 낙엽 비가 내려요!"… 숲속 가족 오락관
정적인 체험으로 감성을 채웠다면, 이번엔 몸을 움직일 차례였다. 수북한 낙엽을 모아 올리고 하늘로 던지자, 수많은 낙엽이 허공에서 춤을 추듯 흩날렸다. "와! 진짜 비가 오는 것 같아!" 낙엽 비를 맞으며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해맑은 웃음이 번졌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흩날리는 낙엽과 그 아래서 웃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숲 해설사와 함께 떨어진 낙엽을 모아 만든 '낙엽 풍선'을 하늘로 띄우며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가족과 아이들이 함께 알록달록한 패러슈트를 잡고 낙엽 풍선을 높이 띄워 올리며 협동 놀이를 하는 장면.
고사리손으로 꾸민 '숲속 장식품', 추억을 담아가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는 오늘의 추억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만들기 시간이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구(오너먼트) 안에 숲에서 주운 작은 열매와 나뭇잎을 소중히 담고, 알록달록한 스티커로 겉면을 장식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스티커를 꼼꼼히 붙이며 자신만의 '숲속 보물'을 만들었다. "이건 집에 가서 크리스마스트리에 걸어둘 거야." 7세 아들은 완성된 장식품을 햇살에 비추어 보며 뿌듯해했다. 거창한 장난감이 아니더라도, 자연물 하나와 아이의 손길만 있다면 훌륭한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자연물을 활용해 만들기 활동을 하는 아이들과 숲 해설사의 모습.
이날 체험을 마치며 참여자 박수영(42, 수원시 팔달구) 씨는 "평소 바쁘게 지내느라 아이와 온전히 눈을 맞추고 놀아줄 시간이 부족해 미안했는데, 오늘 숲에서 스마트폰 없이 흙을 만지고 낙엽을 밟으며 깊이 교감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이가 숲에서 뛰어놀며 자연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추억을 쌓은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수원시 유아숲체험원은 계절마다 변화하는 숲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가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도심 속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 춥다고 집 안에만 웅크리고 있기보다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유아숲체험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숲은 여전히 따뜻한 생명의 온기를 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정보] 광교중앙공원 유아숲체험원 이용 안내 ○위치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1302 ○주요 프로그램 : 계절별 가족 숲 체험, 유아 숲 교육 등(사전 예약 필수) ○신청 방법 : 수원시 홈페이지 통합예약시스템(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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