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해설사를 위한 화성행궁 소양교육 장면
수원특례시가 화성행궁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전달하기 위한 '연구 기반 문화해설' 체계를 본격화한다.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최신 학술 연구 성과를 해설 현장에 직접 이식하는 시도를 시작한 것. 행궁을 거닐던 발걸음이 잠시 멈추고, 해설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순간, 과거 속 행궁이 한층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변화 예고다.
"해설도 연구 시대"… 11월부터 4회 연속 소양교육
수원시는 11월 26~27일, 12월 3~4일 총 4회에 걸쳐 수원문화재단에서 '수원특례시 문화해설사를 위한 화성행궁 소양교육'을 열고 있다. 교육은 유네스코독일위원회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지원으로 진행되며, 수원문화재단·수원화성박물관·수원청소년청년재단 등에서 활동하는 문화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번 교육의 특징은 "해설사를 위한 고증 연구의 직접 전달"이다. 화성행궁 고증 연구를 수행한 건축사·고고학·역사 분야 전문가들이 강단에 직접 서 최신 연구 결과를 해설사들과 공유한다.
화성행궁 신풍루 야경
첫날 강사로 나온 이선희 교수
전문가가 직접 풀어내는 '행궁의 진짜 이야기'
이번 강의에는 국내 연구진이 참여해 '화성행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11월 26일 첫 강의에서 이선희(중앙대 교수)는 화성행궁의 변화와 이중적 기능, 정조의 정치·군사·행정적 구상이 집약된 행궁의 다층적 성격을 해설했다. 이 교수는 PPT 화면을 보여주며 화성행궁의 변화를 5단계(수원 신읍 조성기, 유수부 숭격, 을묘원행과 봉수당 진찬례, 외정리소 창건, 정조 사후)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연노(건축문헌고고스튜디오 건축구조실장)는 '1794년 행궁 중심 영역의 건축적 변화, 복원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공간 배치와 구조 변화'를 최신 문헌 연구로 분석한다. 이승연(건축문헌고고스튜디오 건축고고실장)은 '화성행궁 발굴, 발굴 현장에서 확인된 공간 흔적과 실제 생활 흔적'을 소개한다. 정정남(건축문헌고고스튜디오 대표)는 '생활상 고증과 공간 재현, 행궁 내부의 실생활 모습—의식주, 공간 활용 방식 등을 복원하기 위한 구체적 고증 과정'을 다룬다. 해설사들은 강의와 함께 '스토리텔링 교재'를 바탕으로 직접 사례를 분석하고, 해설 콘텐츠에 적용하는 실습도 진행한다.
첫날 문화해설사가 배운 수업내용 목차

정조시대 화성행궁 다섯 겹의 변곡점 PPT 장면
"행궁을 이해해야 제대로 복원한다"…고증 연구의 기반
수원특례시는 화성행궁 2단계 복원 사업을 앞두고, 단순한 외형 재건에서 벗어나 '내부 생활상 복원'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맞았다. 이를 위해 2023~2024년 동안 수행된 '화성행궁 생활상 고증 및 재현 방안 연구'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연구는 건축적 변화 기록, 발굴 조사 자료, 생활상에 대한 문헌·고고학 근거, 공간 재현을 위한 실증적 근거 등을 통합적으로 정리하여 지난 7월 10일 학술 세미나를 통해 공개됐다.
또한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수원 화성행궁 스토리텔링 가이드북'이 전자책으로 게시되면서 화성행궁 복원 논의의 새 토대가 마련됐다. 해설 교육에서도 이 가이드북이 핵심 교재로 활용된다.
"해설이 달라지면 시민의 시선도 달라진다"
수원시 화성사업소는 이번 교육을 통해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한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콘텐츠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교육을 받은 해설사들은 보다 명확한 역사적 맥락과 고증 자료를 토대로 관람객에게 깊이 있는 설명을 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방문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행궁 내부 복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라고 했다.
문화해설사의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
교재 수원 화성행궁 스토리텔링 가이드 북
또한 그는 "연구–학술세미나–교육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조가 구축되면서, 그동안 전문가 중심이었던 행궁 고증 논의가 시민과 공유되는 공공적 가치로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가 해설을 바꾸고, 해설이 시민의 인식을 바꾼다
수원특례시의 이번 시도는 단순히 해설사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정조가 꿈꿨던 화성행궁의 진정한 모습—정치, 군사, 문화, 그리고 일상까지 담긴 그 시대의 숨결—을 시민과 관광객이 보다 정확히 만나도록 하는 과정이다.
오는 겨울, 화성행궁을 찾는 이들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더 깊고 살아 있는 해설"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궁을 걷는 한 걸음, 한 문장마다 역사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 펼쳐질 것이다. 관광객들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