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100년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 "배움은 새로운 희망“
수원제일평생학교, ‘2025 제일인데이 학습성과공유회 개최
2025-12-19 11:32:31최종 업데이트 : 2025-12-19 11:32:30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대강당 로비에 전시된 시화 작품 ,다시 살아갈 세상을 쓰다

대강당 로비에 전시된 시화 작품 ,다시 살아갈 세상을 쓰다


겨울바람이 제법 매서웠던 지난 12월 18일 오후 2시, 수원시평생학습관 2층 대강당은 바깥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뜨거운 열기와 뭉클한 감동으로 가득 찼다. 1963년 천막 아래 '밀알학원'으로 시작해 62년 동안 문해교육의 산실 역할을 해온 수원제일평생학교(교장 박영도)가 한 해의 결실을 나누는 '2025 제일인데이 - 성과공유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단순히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를 넘어, 시대의 아픔과 가난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250여 명의 늦깎이 학생들이 세상에 내놓는 당당한 '자기 고백'의 장이었다.

 

행사장 로비에는 올 한 해 동안 학습자들이 정성껏 그려온 시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60대부터 90대까지, 백발이 성성한 학습자들이 떨리는 손으로 꾹꾹 눌러쓴 문장들 사이에는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버지로 살아온 고단한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서툰 글씨체 속에 담긴 진심 어린 고백들은 그 어떤 화려한 예술 작품보다 큰 울림을 주었다.
 

행사는 난타 공연과 졸업반 학습자들의 축하 공연으로 활기차게 문을 열었다.난타 동아리 '두드림'의 북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지자 축제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축하공연을 하기위해 두드림난타 공연단이 무대로 입장하고 있다.

축하공연을 하기위해 두드림난타 공연단이 무대로 입장하고 있다.
 

이어지는 시 낭송회에서는 경기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과 수원시평생학습축제 시화전, 수원시 인권작품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소개되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허순천 (뿌리 1반): <다시 찾은 꿈> (2025년 경기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우수상)

김영춘 (소망반): <택배 보낸 날> (2025년 경기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우수상)

이정란 (줄기 1반): <공부해서 모하냐고?> (수원시평생학습축제 우수상)

전정순 학습자(행복 2반): <행복> (수원시 인권작품 공모전 최우수상)

김금자 학습자(행복 2반): <어린 시절> (수원시 인권작품 공모전 우수상)
 

시낭송을 하고 있는 행복 2반 전정순 학습자

시낭송을 하고 있는 행복 2반 전정순 학습자


이어지는 '우수 사례 공유' 시간은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들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단순히 한글을 깨우치는 기초 문해 교육을 넘어, 닌텐도 스포츠 게임을 활용한 '디지털 건강문해' 프로그램은 큰 호응을 얻었다. 대형 화면 속 캐릭터를 조종하며 배드민턴 경기를 펼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소년, 소녀의 모습이었다. 이외에도 네일아트를 배우는 '스킨케어' 수업과 시니어 대학의 미술 및 인생수업 사례 등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학습자들의 열정을 증명해 보였다.

디지털 건강문해 닌텐도 스포츠 게임을 시연하고 있는 박영도 교장과 학습자들

디지털 건강문해 닌텐도 스포츠 게임을 시연하고 있는 박영도 교장과 학습자들


꿈을 향한 열정으로 가수가 된 행복 1반 최옥녀 학습자의 감동적인 공연부터 신나는 어울림 한마당까지, 행사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2025년을 보내는 마지막 인사 영상이 상영되자, 성과공유회는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가운데 화려하게 마무리되었다.

"참되고도 진실한 마음들 모여 사랑하고 나누는 진리 배웠네." 모두가 한목소리로 교가를 부르는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수원제일평생학교의 학습자들에게 2025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현장에서 만난 한 학습자(75세)는 눈시울을 붉히며 소감을 전했다. "이전에는 버스 번호를 몰라서 늘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타야 했고, 은행에서 내 이름 석 자 쓰는 게 세상에서 제일 겁났어요. 그런데 이제는 손주들에게 문자도 보내고 사진도 찍어 보냅니다. 학교에 오는 매일매일이 제 생애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

 

특히 올해는 수원제일평생학교 역사에 기록될 경사도 있었다. 지난 8월 치러진 검정고시에서 초·중·고교 과정에 응시한 22명 전원이 합격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낸 이들의 성취는 지역 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성과공유회를 마치고 단체 기념사진촬영을 했다.

성과공유회를 마치고 단체 기념사진촬영을 했다.


수원제일평생학교는 1963년 국가재건사업의 일환으로 군인과 대학생들이 남수동에 세운 '밀알학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수원제일중학교, 수원제일야간학교를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62년 동안 6,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학교의 중심에는 '야학의 산증인' 박영도 교장이 있다. 1980년 대학생 시절 야학 교사를 시작한 그는 1995년부터 이곳에서 헌신하며 평생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현재 이곳에는 50여 명의 교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대다수는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가르침을 전하는 '재능 기부' 봉사자들이다.

 

박영도 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학습자들을 격려하며 학교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오늘 이 자리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행사가 아닙니다. 우리 250명 식구들이 1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서로 보고 격려하며 정리하는 자리입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이미 위대한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개교 100년'을 향한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수원제일평생학교는 이제 환갑을 넘긴 63년의 역사를 지나 내년 64주년을 맞이합니다. 저의 목표는 개교 100주년입니다. 그때 제 나이가 106살이 되겠지만, 여기 계신 어머니, 아버지들과 함께 그 자리에 서고 싶습니다. 건강하게 공부하며 120세 시대를 당당하게 살아갑시다."

 

학습자들에게 2025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해다. 서툰 글씨로 써 내려간 시 한 구절이 세상을 향한 위대한 외침이 되는 곳, 수원제일평생학교의 등대 불빛이 앞으로도 100년을 넘어 영원히 꺼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강영아님의 네임카드

수원제일평생학교, 박영도 교장, 수원시평생학습관, 성인문해교육, 제일인데이, 더불어 배우고 함께 나누자

연관 뉴스


추천 1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