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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좋다!"... 35년 소리꾼 이자람, 수원 관객과 '소리판' 벌인 날
서울·용인서 찾아온 '원정 관객'부터 이웃 주민까지.... 뜨거웠던 수원의 오후
2025-12-22 15:19:44최종 업데이트 : 2025-12-21 17:59:26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린 이자람의 소리 공연 티켓.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린 이자람의 소리 공연 티켓과 팸플릿.

지난 12월 20일 오후, 수원 정조테마공연장 로비는 국악 창작자이자 소리꾼 이자람의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이날 공연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관객이 '추임새'로 하나 되는 거대한 울림의 장이었다. 공연을 기다리는 설렘부터 뜨거웠던 무대, 그리고 여운이 가득한 귀갓길까지 그 현장을 취재했다.

◆ "독일 공연 보던 그 감동을 수원에서".... 설렘 가득한 객석

공연 시작 전,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해 정돈된 수원 정조테마공연장 로비. 한 관계자가 공연 준비를 위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관람객 입장을 앞두고 깔끔하게 정돈된 정조테마공연장 로비. 관계자가 최종 점검을 위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이내 로비는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권선동에서 온 목수미 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젊은 시절 TV에서 이자람 씨가 독일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외국인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걸 보며 우리 소리의 힘을 느꼈는데, 직장 생활 탓에 기회를 놓치다 오늘 현수막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라며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공연 시간이 임박하자 로비가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팸플릿을 보며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공연 시간이 임박하자 로비가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팸플릿을 보며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수원 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원정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친구와 함께 왔다는 한은정 씨는 "전작 <노인과 바다>를 보고 이자람이라는 소리꾼에게 완전히 반했다"라며 "수원은 미술관과 박물관 등 문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나들이하기에 참 좋은 도시"라고 방문 소감을 덧붙였다.

우만동에서 온 논술 지도사 황금산 씨는 친구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황 씨는 "논술 수업 때 판소리나 고전이 나오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데, 이런 공연을 직접 접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문화생활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가까운 곳, 우리 곁에 있다는 걸 많은 분이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35년 내공의 소리꾼, 관객과 함께 '판'을 짜다

공연 시작 직전,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보랏빛 조명 아래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주시하고 있다.

공연 시작 직전,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보랏빛 조명 아래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주시하고 있다.

무대 막이 오르자 35년 차 소리꾼 이자람 내공이 폭발했다. 그는 본격적인 판소리에 앞서 목을 풀고 관객 긴장을 풀어주는 단가(短歌)인 '사철가'로 공연 문을 열었다. 인생 덧없음과 사계절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낸 첫소리에 객석 공기는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이자람은 "판소리는 소리꾼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북을 치는 고수, 그리고 관객이 함께 만드는 3박자 예술"이라며 관객 역할을 강조했다. 그가 "관객이 던지는 '추임새'야말로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 소리꾼이 판소리에 빠져들게 하는 감정의 토양"이라고 설명하자, 객석 곳곳에서 "얼쑤!", "좋다!", "잘한다!" 하는 추임새가 터져 나오며 무대와 객석 경계가 허물어졌다.

이자람의 열창에 매료된 관객들이 무대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이자람의 열창에 매료된 관객들이 무대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이날 공연은 <심청전>과 <춘향전> 주요 대목으로 채워졌다. 이자람은 스승에게 소리를 배울 때 일화와 판소리 줄거리를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소개하며 좌중을 쥐락펴락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심청전>이었다. 곽 씨 부인을 잃은 심 봉사가 갓난아기 심청을 강보에 싸 안고 동네 아낙들에게 젖동냥하러 다니는 대목에서는 애절한 슬픔이 객석을 적셨다. 이어진 시각장애인 잔치 대목에서 심 봉사가 심청과 극적으로 재회해 눈을 뜨는 순간에는 묵직한 카타르시스가 전해졌다.

열정적인 무대를 마친 이자람 소리꾼과 고수가 관객들의 기립 박수에 허리 숙여 답례하고 있다.

열정적인 무대를 마친 이자람 소리꾼과 고수가 관객들의 기립 박수에 허리 숙여 답례하고 있다.

마지막은 <춘향전>이 장식했다. 춘향 어미가 등장하고, 마침내 이도령과 춘향이 재회하는 대목이 이어지자, 관객들 몰입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자람 너름새(몸짓)와 소리, 고수 북소리, 그리고 관객들 뜨거운 추임새가 어우러져 공연장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숨 쉬었다.

◆ "아빠는 감동, 아이들은 꿈나라".... 여운 가득한 귀갓길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성국 씨(오른쪽) 가족. 긴 공연을 관람한 아이들과 부모님의 다정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성국 씨(오른쪽) 가족. 긴 공연을 관람한 아이들과 부모님의 다정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뜨거웠던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온 관객들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광교 원천동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성국 씨 가족을 만났다. 김 씨는 "판소리 공연은 처음인데 정말 재미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아이들은 익숙지 않아서인지 꿈나라를 헤매더라"며 웃음을 터뜨렸지만, "수원에 이런 문화 행사가 자주 열려 가족과 함께 오기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용인에서 친구 4명과 함께 왔다는 김진영 씨는 "역시 믿고 보는 이자람"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신을 '이자람 팬'이라 밝힌 김 씨는 "용인에 살지만, 문화 예술을 즐기러 수원에 자주 온다. 수원 문화 환경이 부러울 때가 많다"라며 웃음 섞인 칭찬을 남겼다.

공연이 끝난 후, 아름다운 조명으로 빛나는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의 야경.

공연이 끝난 후, 아름다운 조명으로 빛나는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의 야경.

35년 소리꾼의 깊이 있는 울림과 수원 시민들 뜨거운 추임새가 만난 80여 분. 이날 수원 주말 오후는 우리 소리 멋과 흥으로 가득 채워졌다.

(문의: 수원문화재단 정조테마공연장 031-290-3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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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화재단, 정조테마공연장, 이자람, 심청전, 춘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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