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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연구회, ‘기억을 잇는 그림자, 탁본’ 전시회 열다
수원박물관에서 12월 19일부터 새해 1월 11일까지 전시
2025-12-22 15:22:55최종 업데이트 : 2025-12-23 10:23:55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경기문화연구회원들이 모였다 (사진 경기문화연구회)

수원박물관  전시실앞에서 경기문화연구회원들 단체사진 (사진 경기문화연구회)

 

지난 19일 오전 기자는 수원박물관을 찾았다. 이날부터 열리는 경기문화연구회 '기억을 잇는 그림자, 탁본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다. 과연 1층 전시기획실을 꽉 채운 멋스러운 50점이 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경기문화연구회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경기문화연구회는 1985년 발족한 지 40년이 된 유구한 단체라고 해서 필자는 깜짝 놀랐다. 경기대학교 사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금석문(金石文)과 국가유산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는 학회로서 40년간 전국을 답사하며 230여 점의 탁본을 수집하였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하다.  지금도 한 달이 아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15분이 꼬박 꼬박 출석 하고 선배들이 응원과 지지를 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의외로 젊은 분들이 많은 매우 의욕적인 단체임을 알 수 있었다. 40주년 특별전은 경기문화연구회의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바라보는 의미로서 특별히 야심 차게 준비하였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탁본을 알까? 그럼, 우선 탁본이 무엇인지 간략히 알아보자. 탁본은 돌이나 금속, 나무 등에 새겨진 글자나 무늬를 종이에 그대로 떠내는 전통적인 기록 복제 방법이다. 사진조차 없던 시절 주로 비석, 금석문, 목판, 기와, 불상 명문 등 입체표면에 새겨진 내용을 평면의 종이 위에 옮기는데 사용되어 왔다.

경주 성덕대왕신종, 통일신라

용주사 동종 비천상추사 김정희 추사체 탁본

선운사 백파율사비(앞면) 


또한 탁본은 원본을 훼손하지 않고 그 형태와 글씨를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한 기술이다. 종이를 대상물 표면에 밀착시킨 뒤 먹을 묻혀 문지르면, 들어간 부분(음각)은 흰색으로 남고 튀어나온 부분(양각)은 검게 나타나 원래의 글자와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방식은 사실 사진 기술이 발달하기 전 궁중기록화와 함께 유물의 내용을 보존 연구하는 핵심 수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문화유산등의 탁본은 대략 40여 년 전부터 금지됐고 2000년대 들어 문화재보호법이 강화되면서 탁본 활동이 거의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유물에 먹을 묻혀야 되니 훼손이 갈 수밖에 없고 그래서 금지되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므로 현대인 대다수는 유물로서의 탁본을 보아야만 하는 처지에 있다.

 

김송희 위원장은 "이번 전시는 기록하며 보존하며 공유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눈으로 보기에는 희미한 비석이나 동종의 문양이 탁본을 통해 선명해지고, 화재나 소실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문화유산은 남아있는 탁본을 통해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란 인사말을 들려준다.

 

필자는 많은 작품이 진열되어 있는 전시장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이번 전시작들은 회원들 보유 작품도 있으나 남이 소장한 작품을 먼 곳까지 달려 가 빌려서 전시도 한 귀한 전시회라고 한다. 우선 추사 김정희의 글씨 탁본이 돋보인다. 서체는 단순히 글씨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문인들의 성품을 볼 수 있는 그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정희의 추사체 같은 경우에는 자유롭고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많이 정제된 글자랑은 조금 다른데 그래서 처음에는 좀 낯설 수 있지만 볼수록 뭔가 자유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만안교비 (정조가 친히 다리 이름을 짓다)

만안교비 (정조가 친히 다리 이름을 짓다) 조윤형 글씨. 화성행차시 이용은 물론 백성들의 이동에도 널리 쓰이라고 튼튼한 다리를 만든 정조의 효심과 애민정신이 드러난 만안교.회의 중 선배님의 주제발언

회의 중 선배회원의 주제와 관련한 발언을 경청하는 중 (사진: 경기문화연구회)

다음 눈에 띄는 건 안양에 있는 만안교 탁본이다. 정조가 화성행차 일행이 안양천을 건널 때 나무다리를 여러차례 건넜는데 나중에 석조다리 건설을 명하면서 만안교란 이름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만안교, 만안구청 등 지역이름이 있는 거구나 생각하니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필자가 안양에 산 적도 있는데 여태 이런 뜻과 유래를 몰랐었다 생각하니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글씨는 정조대왕 글씨는 아니고 조윤형글씨라고 한다. 

 

현재 경주국립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의 비천상 탁본은 탁월하게 아름다워 걸음조차 옮길 수가 없었다. 성덕대왕신종은 통일신라 범종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에밀레종'으로 알려져 있다. 종의 명문 양쪽에는 각각 두 구의 비천상이 새겨져 있다. 연화좌 위에 무릎을 꿇고 손잡이가 달린 향로를 받쳐 부처에게 향을 바치는 공양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비천 주위의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문양의 보상화는 종의 신성함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아이를 희생시켜 만든 종이란 설이 파다했으나 성분분석을 해보니 인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그 이야기는 낭설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 불에 타 없어진 낙산사 동종 관음상, 상원사 동종 주악 비천상, 김정희 천축고생택, 단양신라 적성비등 기념비적인 많은 탁본작품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흥덕왕릉 십이지신상 말

흥덕왕릉 십이지신상 말. 2026년 병오년은 말의 해 


오늘날 사진 3D 스캔등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탁본의 활용은 줄었지만 여전히 질감과 양각, 음각 표현 면에서는 독자적인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탁본 자체가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감상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영통동에서 부부가 오신 김인중님은 "가까워서 수원박물관을 자주 찾는다. 굉장히 귀한 전시회에 왔다는 느낌이고 이게 보기에는 금방 보지만 조사하고 만드시는 분들은 시간이 엄청 많이 걸렸을 것 같다. 이제 현장에 가서 그 작품을 다시 구경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소실되어 실물이 없어진 작품도 있으니 탁본 작품 자체로도 무척 귀한 유물로 대접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귀한 전시에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말한다.

 

과거를 담은 비석과 현판이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의 손길을 통해 미래를 향한 기록으로 태어나는 과정,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장의 종이에 남겨진 조상의 얼과 숭고한 아름다움의  흔적을 천천히 음미하시길 권유드린다. 수원박물관은 그동안 탁본작품을 보관해 주고 특별전시를 열 수 있도록 전시준비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하였다는 훈훈한 소식이다.  전시는 새해 1월 11일 까지 수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행하여진다.

 

수원박물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창룡대로 265 (월요일 휴무)

대표전화: 031: 5191-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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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경기문화연구회, 탁본 전시회, 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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