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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잇는 그림자, 탁본‘, 수원박물관 전시회 열려
2025-12-23 15:40:37최종 업데이트 : 2025-12-23 16:30:36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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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탁본 전시회 지난 주말 탁본 전시회를 보기 위해 수원박물관을 방문했다. 서예가인 필자에게 금석학은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기도 하다. 문화유산 답사를 다닐 때 늘 비석과 현판을 자세히 보는데 뜻하지 않게 안복을 누릴 때도 있다. 전에 경주에 있는 옥산서원에 가서 추사 김정희가 쓴 '옥산서원' 현판, 한석봉이 쓴 '구인당' 현판, 서원 밖 계곡의 바위에 새겨진 퇴계 이황이 쓴 '세심대' 등의 글씨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이번 전시회는 '경기문화연구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열린 것이다. 이 연구회는 경기대학교 사학과 학생들이 금석문과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40년을 이어 오는 동안 전국을 돌며 비석, 석탑, 현판, 종 등에 새겨진 그림과 글씨를 탁본한 것을 전시하고 있다. 수원박물관 탁본 전시회, 만안교비 전면의 만안교 글씨는 유한지가 썼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상원사 동종에 새겨진 비천상 탁본을 보니 반가웠다. 지난 9월 상원사에 갔을 때 직접 보았었다. 상원사 동종은 성덕왕 24년인 725년에 제작된 것으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이다. 종신에는 구름 위에서 무릎을 꿇고 하늘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는 네 구의 주악 비천상을 새겼다. 옆으로 돌아가니 만안교 탁본이 눈에 들어왔다. 만안교는 서울에서 수원으로 가는 길 안양천 위에 있다. 정조대왕이 만안교를 지난 것은 1795년 윤2월 수원 방문 때부터였다. 이 다리는 처음에는 나무로 다리를 놓아 왕의 행렬이 지나갈 수 있도록 했었는데 경기도 관찰사 서유방이 왕명을 받들어 1795년 음력 7월에 건설을 시작해 3개월 만에 7개의 수문을 설치하고 그 위에 화강암 판석과 장대석을 깔아 축조하였다. 만안교는 1795년 1월에 완성한 수원화성 화홍문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만안교에는 누각만 없을 뿐 7개 수문의 홍예가 똑같은 구조와 형태로 되어있다. 홍예 아래 상류 방향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물가름돌도 똑같다. 물가름 돌이란 홍예 하부의 선단석인데 물과 다리의 마찰을 최소화해 홍수 때 다리가 받는 물의 압력을 줄이기 위한 시설이다. 화홍문을 건설했던 기술자가 만안교를 건설했기 때문에 구조와 형태가 같은 것으로 보인다. 수원박물관 탁본 전시회, 충주 고구려비와 단양 신라 적성비 만안교를 완성한 후 만안교비를 세웠는데 비석 전면의 글씨는 화홍문 현판 글씨를 쓴 유한지가 썼고, 뒷면의 만안교비명은 수원화성의 팔달문, 장안문, 방화수류정, 화성행궁의 신풍루, 봉수당, 낙남헌 등의 현판 글씨를 쓴 조윤형이 썼다. 화홍문과 만안교 글씨는 유한지가 같은 시기에 예서체로 쓴 것으로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만안교 탁본 옆에는 '전쟁 속 비문'이란 주제로 '조헌 선행 유허 추모비', '윤계 선생 순절비', '충주 고구려비', '단양 신라 적성비' 탁본이 나란히 걸려있다. '충주 고구려비'는 국내에 현존하는 유일한 고구려 석비로 역사적 가치가 크지만, 마모가 심해 일부만 읽을 수 있어 안타까웠다. 그런데 최근에 첨단장비를 이용해 비석의 윗부분 제목 영역에 해당하는 곳에서 '영락(永樂) 7년'이란 글자가 판독되어 광개토대왕 7년인 397년에 이미 충주가 고구려의 영토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광개토왕 비문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수원박물관 탁본 전시회, 김정희가 쓴 선운사 백파율사비 '단양 신라 적성비'는 신라가 고구려의 영토인 적성 지역을 점령한 후 세운 비석으로 점령지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영토 확장을 도운 사람과 신라에 충성을 다하는 이에게도 포상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비교적 글씨가 선명해 당대의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고 서예사적 측면에서도 귀중한 비석이다.
맞은편에는 추사 김정희가 쓴 '선운사 백파율사비' 글씨 탁본이 있는데 글씨 중에서는 단연 압권이다. 김정희 말기의 작품으로 추사체의 원숙한 멋을 볼 수 있다. 크고 작고, 굵고 가늘고, 길고 짧고 등 한 글자 한 글자와 문장 전체의 조화가 어우러져 예술적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란 말이 있다. 글씨가 그 사람이라는 뜻인데, 추사체를 통해 김정희 선생의 예술세계를 볼 수 있다. 수원박물관 탁본 전시회,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의 팔부중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의 팔부중',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탑 사천왕',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 미륵 반가사유상', '경주 장항리 서 오층석탑 인왕' 탁본을 통해서는 종교적 세계와 섬세하고 정교한 돌의 질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시경루' 현판 탁본에서는 예서체의 고졸하면서도 질박하고 멋스러운 조형성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1부 '새겨진 기억,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 2부 '사람의 흔적, 시대를 읽는 거울', 3부 '마음의 조각, 깨달음을 새기다', 4부 '이어지는 그림자, 미래를 향한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고, 2026년 1월 11일까지 이어진다. 탁본을 보며 종교적인 세계관과 당시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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