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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을 수놓은 여섯 줄의 향연, ‘2025 송년 클래식 기타 연주회’
별빛처럼 쏟아진 앙상블의 선율, 수원시평생학습관 누구나홀에 울려 퍼지다
2025-12-23 16:28:07최종 업데이트 : 2025-12-23 16:28:05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25년 송년 클래식 기타 연주회 포스터

25년 송년 클래식 기타 연주회 포스터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짙어지는 12월 하순, 수원의 겨울밤은 유난히도 차가웠다. 하지만 12월 22일 오후 6시, 수원시평생학습관 누구나홀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바깥의 한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곳엔 마흔 명이 넘는 연주자들의 설렘과 관객들의 기대감이 뒤섞인, 세상에서 가장 온기 어린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클래식 기타 강좌를 이끌고 있는 신인근 강사의 지도 아래, 그동안 실력을 갈고 닦은 제자들이 연합하여 구성한 송년 음악회였다. 경기기타오케스트라의 연합 합주로 꾸며진 이번 무대는 단순한 발표회를 넘어, 음악으로 소통하고 위로를 나누는 지역 공동체의 축제와도 같았다.
 

연주회의 시작을 알린 것은 경기기타오케스트라 임영재 단장의 소박하고도 진심 어린 개회사였다. 그는 "크게 할 일은 없지만 번거로운 자리"라며 몸을 낮추었으나, 목소리에는 단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특히 "하나님은 우리 마음속에 계시며, 여러분과 마음으로 같이 연주할 때 진정한 완성이 이루어진다"는 신학자 칼뱅의 인용은, 오늘 이 자리가 단순한 실력 뽐내기가 아닌 마음의 나눔임을 시사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학습관 양준영 기획관의 축사는 이 무대의 의미를 더했다. "1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겠다"는 그의 말처럼, 공연장은 어느덧 학습의 장을 넘어 예술의 향유지로 변모해 있었다.

본 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본 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신인근 지휘자가 있었다. 그는 수원 지역에서만 20년 가까이 기타 강좌를 이끌어온 산증인이다. "20년 전 대학 강의를 마치고 지역으로 나와 이분들을 만났다"는 그의 회고는 뭉클함을 자아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타 줄을 함께 튕기며 나이 들어온 스승과 제자, 그들은 이미 음악적 동료를 넘어선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수원 지역에서만 20년 가까이 기타 강좌를 이끌어 온 신인근 지휘자

수원 지역에서만 20년 가까이 기타 강좌를 이끌어 온 신인근 지휘자

본격적인 무대는 Feliz 앙상블의 'Top of the World'로 문을 열었다. 카펜터즈의 경쾌한 멜로디가 기타 앙상블로 재탄생하자 객석에서는 이내 가벼운 박자가 흘러나왔다. 이어지는 3PM 앙상블의 '스페인 세레나데'는 비제 특유의 열정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전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스페인어로 '어린아이'라는 뜻을 가진 '엘 빔보(El Bimbo)'를 연주한 Armonia 앙상블의 무대는 유쾌함 그 자체였다. 마치 아이들이 뛰어노는 듯한 경쾌한 선율은 관객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이날 가장 큰 감동을 선사한 장면 중 하나는 미래의 거장을 만난 순간이었다. 안양예고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고 무대에 선 중학교 3학년 서영은 학생의 독주는 압권이었다. 소르(F. Sor)의 연습곡에 이어 연주된 망고레의 '최후의 트레몰로'.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줄을 튕기면서도 선율의 애절함을 놓치지 않는 그녀의 연주는, 왜 그녀가 전국 콩쿠르 최우수상을 받았는지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객석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은 몰입이 이어졌다.

오 거룩한 밤을 기타(김흥원), 바이올린(신보경)이 연주하고 있다.

오 거룩한 밤을 기타(김흥원), 바이올린(신보경)이 연주하고 있다.

공연 후반부는 더욱 다채로웠다. 담쟁이 앙상블이 선보인 중남미의 정열적인 왈츠 '발스 피카피카'는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오늘이 첫 데뷔 무대라는 Arpeggia 4중주의 하이든 '세레나데'는 풋풋하면서도 정갈한 화음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바이올린 신보경, 기타 김흥원 씨가 함께한 '오 거룩한 밤(Oh Holy Night)'은 이번 연주회의 백미였다. 신인근 지휘자의 딸이기도 한 심보경 선생의 바이올린 소리는 차가운 얼음을 녹이는 따스한 햇살처럼 기타의 울림 위를 부드럽게 유영했다. 두 악기의 대화는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소리로 구현해낸 듯했다.

 

마지막 순서는 40여 명의 출연진이 모두 무대에 오른 전체 합주였다. 장소가 협소해 관객들이 연주자 곁으로 다가와 앉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인근 지휘자가 이번 연주회를 위해 직접 편곡했다는 'X-Mas 메들리'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울려 퍼지자, 누구나홀은 거대한 공명통이 되었다.

40여 대의 기타가 동시에 만들어 내는 웅장한 사운드는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깊이를 선사했다.

40여 대의 기타가 동시에 만들어 내는 웅장한 사운드는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깊이를 선사했다.

신 지휘자는 "성탄의 고요한 정서와 축복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트레몰로 주법을 넣어 4성부(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편곡했다"고 설명했다. 40여 대의 기타가 동시에 만들어내는 웅장한 사운드는 오케스트라 부럽지 않은 깊이를 선사했다.

 

공연이 끝나고 누구나홀을 나서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가족의 공연을 보러 왔다는 한 시민은 "겨울밤에 듣는 클래식 기타 소리가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다"며 "연말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2025년의 끝자락,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울려 퍼진 클래식 기타 소리는 단순한 음악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었고, 함께하는 즐거움이었으며, 다가올 새해를 향한 희망의 전주곡이었다.

연주회를 보고 나오는 길,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마음만은 갓 구운 빵처럼 따끈따끈했다. 전문 연주자가 아니어도 괜찮다. 조금은 서툴고 느려도 상관없다. 20년을 함께해온 동료들과, 그리고 나를 응원해주는 이웃들과 함께 같은 음을 맞추어 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완벽한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여섯 줄의 기타가 만들어낸 작은 기적은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시민들의 가슴 속에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다가오는 2026년에도 이들의 아름다운 합주가 수원의 곳곳을 따스하게 물들이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는 12월 17일부터 2026년 1분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1월부터 3월까지 운영되는 1분기 강좌에는 11개 과정, 115개 세부 강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음악을 사랑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시민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생활문화 프로그램, 클래식 기타 강좌(시작반, 계속반 및 앙상블반)를 신청하여, 이 아름다운 동행에 합류해 보길 권해 본다.

 

문의: 수원시평생학습관(031-5191-3200)

강영아님의 네임카드

수원시평생학습관, 경기기타오케스트라. 신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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