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이 참 좋아 2025” – 겨울방학, 아이와 꼭 가봐야 할 경기상상캠퍼스 원화전
상상을 응원하는 문장들, 경기상상캠퍼스에서 만나는 그림책 원화전
2025-12-29 10:35:48최종 업데이트 : 2025-12-29 10:35: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상래
|
|
그림책이 참 좋아 전시 수원 권선구 서둔동 경기상상캠퍼스 디자인1978 전시실 입구. 커다란 아이의 얼굴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입을 살짝 오므린 아이가 색색의 물감을 내뿜듯 숨을 내쉬고, 그 아래로 '그림책이 참 좋아 2025'라는 전시 제목이 떠 있다. 바닥에 비친 조명과 벽면의 파스텔 톤이 어우러져, 마치 한 권의 그림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번 전시는 제목 그대로, 어린이의 삶과 꿈이 담긴 그림책이 주는 기쁨과 위로를 몸으로 경험해 보게 하는 것이 목표다. 책장을 넘기며 읽던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림책과 함께 쌓인 경험과 기억이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 남아 앞으로의 삶을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전시 전체를 관통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 대표 그림책 작가 21명의 원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볼로냐 라가치상,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 등 이미 다양한 상과 교육 현장에서 검증받은 그림책들이 작가의 손맛이 살아 있는 오리지널 드로잉과 채색 작업으로 전시된다. 아이에게는 "교과서 밖에서 만나는 그림책 주인공"이 되고, 어른에게는 오래전에 읽었던 그림책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반가운 전시다. 관람객들이 "네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단다"라는 문구가 적힌 캐릭터 벽화를 감상하고 있다. 이러한 전시의 성격은 공간 구성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전시장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문명예·윤정주·김은재·국지송 등 국내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들의 작업이 섹션별로 이어진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장면과 책 속 인물들이 실제 크기에 가까운 벽화와 원화로 펼쳐져, 책장에서 빠져나온 그림들이 전시장 전체를 차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관람객은 그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그림책이 얼마나 입체적인 예술인지를 몸으로 확인하게 된다.
"네 곁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섹션 1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작은 야쿠르트 병 모양의 캐릭터들이다. 서로 손을 잡고 줄지어 서 있는 이들이 말풍선 속에서 말 건넨다. "네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짧은 문장이지만, 어린 관람객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묵직하게 와닿는 위로다. 캐릭터 아래에는 아이들이 걸어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여백이 있어, 자연스레 벽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문장을 다시 읽게 된다. 그림이자 포토존이고, 동시에 응원의 문장이 되는 지점이다. 「그림책이 참 좋아 2025」 메인 포토존 전경. 책 읽는 곰 캐릭터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옆 벽에는 김은재 작가의 작업이 이어진다. 『수쿠를 찾습니다』, 『가나다는 맛있다』 등에서 보아온 친근한 선과 색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작가는 일상에서 엄마, 여보, 집사님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자신의 삶을 그림 속에 옮겨오며, "우리말이 곧 우리의 얼굴"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글 자모를 소재로 한 유쾌한 그림들은, 언어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라는 사실을 천천히 일깨운다.
꽃점, 좀비, 슈퍼토끼, 다양하게 펼쳐지는 장면들 전시장 가운데 공간은 문명예 작가의 '꽃점(Counting with Flowers)' 시리즈가 차분하게 채우고 있다. 푸른 배경 위에 꽃과 잎, 작은 동물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장면은, 책장을 넘길 때 잠시 멈춰 서는 여백의 시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작가 소개 글에는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넘나들며 자연과 일상을 섬세한 색감으로 기록해 온 작가"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작품 앞에 서서 한 장면씩 바라보고 있으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꽃을 세어 보고 싶어지는 조용한 힘이 느껴진다. 유튜브로도 친숙한 그림책 『슈퍼 거북』·『슈퍼 토끼』 장면을 재현한 포토존 다음 섹션에서는 윤정주 작가의 『꽁꽁꽁 좀비』 원화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얼음장 같은 냉장고 속에서 튀어나온 좀비 가족이 주인공인 이 책은, 특유의 유머와 속도감 있는 화면 구성으로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전시장에는 물살을 가르며 흘러가는 채소와 과일, 냉장고 문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이 생동감 있게 펼쳐져 있다. 음식과 쓰레기, 환경 문제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지만 그림은 결코 무겁지 않다. 유머를 통해 불편한 주제를 슬며시 꺼내는 그림책의 힘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다른 벽면에는 『슈퍼 거북』과 『슈퍼 토끼』 시리즈가 커다란 토끼 캐릭터와 함께 설치돼 있다. 말풍선 속 문장은 이렇게 적혀 있다. "네가 집 밖에서 처음 만나는 세상이 다정함과 용감함으로 가득하길." 그림책을 통해 다시 배우는 용기와 상상력 전시의 끝자락에서는 '그림책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라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된다. 분홍색 배경 위 문어 캐릭터 옆에는 이런 문장이 떠 있다. "온 마음을 담아 상상해 봐. 네 상상이 세상을 바꿀 거야." 단순한 응원 문구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것이 그림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짧은 문장과 이미지가 만나, 아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선물한다. 온 마음을 담아 상상해 봐. 네 상상이 세상을 바꿀 거야. 그림책은 더 이상 유아만을 위한 책에 머물지 않는다. 경기상상캠퍼스 전시 공간에는 아이와 함께 온 부모, 학생, 그리고 혼자 조용히 작품을 둘러보는 어른 관람객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있다. 한쪽에서는 아이가 벽면 그림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며 "이 캐릭터 이름이 뭐야?"라고 묻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모가 "이 책 우리 집에도 있지?"라며 지난 독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림책 한 권이 집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전시장이라는 공공의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장면이다.
그림책 『코딱지 할아버지』 원화가 전시된 섹션 수원 시민에게 이번 전시는 특히 의미가 크다. 가까운 동네에 자리한 경기상상캠퍼스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그림책 작가들이 빚어낸 원화 130여 점을 한 번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 인물을 실제 크기의 벽화와 원화로 접하는 경험은, 앞으로 아이들이 책을 펼칠 때 떠올릴 감정의 층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동시에, 그림책을 매개로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믿음직한 겨울 실내 나들이 코스이기도 하다.명화를 그림책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전시 섹션. 고흐·다빈치·보티첼리 작품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겨울 방학을 앞둔 지금, 아이 손을 잡고 또는 혼자 천천히 걸음을 옮겨 경기상상캠퍼스를 찾아가 보자. "그림책이 참 좋아 2025" 전시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상상력과 서로를 응원하는 말의 힘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떠올려 줄 것이다. 전시 정보 전시명: 그림책이 참 좋아 2025 기간: 2025년 9월 20일(토) ~ 2026년 3월 1일(일) 장소: 경기상상캠퍼스 디자인1978 1층 전시실 A/B 관람시간: 화~일 10:00~17: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4,000원 단,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미술 전시 관람료 지원 사업'으로 현장 결제 시 1,000원에 관람 가능 할인 기간에는 온라인 예약이 불가하고, 현장 결제만 가능하니 방문 전 참고가 필요하다. ![]()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