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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 시로 겨울과 삶을 읽다
별마당 도서관에서 김사인 시인 강의로 따뜻한 한 해 마무리
2026-01-01 08:21:11최종 업데이트 : 2026-01-01 08:21:0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별마당 도서관에서 김사인 시인이 동서양 겨울 시 5편을 읽고 해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별마당 도서관에서 김사인 시인이 동서양 겨울 시 5편을 읽고 해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12월 31일 오후 2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맞아 동서양 겨울 시 5편을 음미하는 시간이 있었다. 김사인 시인이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에서 한해가 우리에게 베푼 축복과 겨울과 추위, 그리고 삶의 뜻에 대해 성찰하는 강의를 했다. 
  시인 김사인은 '겨울의 마음, 한해를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겨울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왜 추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겨울의 의미를 새겼다. 겨울의 동결과 정지는 죽음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깊은 감춤으로 풀었다. 뭔가를 감춘다는 것 자체가 깊이를 동반하는 말이다. 깊은 감춤의 핵심은 씨앗이다. 씨앗의 형태로 겨울이라는 혹한의 시간을 건너가는 거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겨울은 잎을 떨구고 본질로 돌아가는 시간임을 역설했다. 겨울나무는 여름의 들뜸, 땀, 욕망 등을 다 벗는다. 이는 비본질적인 것들을 다 떨군 상태다. 이렇게 해서 남게 되는 소중한 자기 자신, 정직한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된다. 겨울은 우리를 본질로 이끄는 우주의 마음 표현이다. 
강의는 시 해설에 머무르지 않고, 삶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강의는 시 해설에 머무르지 않고, 삶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시간 속에 별마당 도서관 주변은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자 천장까지 치솟은 책장 사이로 기울어가는 겨울 해가 조용히 흔들렸다. 주변 소음도 낮아지고 시인의 음성이 퍼졌다. 김사인 시인은 절대 고독이라는 제목을 달고 유종원의 한시 '강설'을 스크린에 띄었다. 

千山鳥飛絶(온 산에 나는 새들 자취 사라지고)
萬徑人踪滅 (모든 길엔 사람 발길은 끊어졌네)
孤舟簑笠翁 (외로운 배에 도롱이 쓴 늙은이 하나)
獨釣寒江雪 (눈 내리는 찬 강에 홀로 낚싯대를 드리웠네)

 
  시인은 시를 천천히 읽었다. 시를 읽고 나면 곧장 설명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잠시 침묵을 남겼다. 겨울 풍경이 관객의 마음에 머물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절대 고독 속에서만 '세상의 소리'가 아닌 '나의 소리'에 귀가 열린다. 여백은 우리에게 본질을 가르친다."라고 말했다. 시를 읽어준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침묵을 건넸다. 그 순간 청중 각자의 마음에 겨울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두 번째 시는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俳句]였다. 일본 하이쿠 역사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시인이다. 하이쿠는 일본의 고유 정형시로 짧은 것이 특징이다. 마쓰오 바쇼 시는 '겨울날의 해/말 위에 얼어붙은 그림자 하나'가 전부다. 5-7-5음절씩 이루는 기본 구조로 아주 짧은 시다. 이 시를 읽으며 겨울은 우리 삶에서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이 투명한 비움이 있어야 다음 봄에 새 볕을 맞볼 수 있다는 역설적 설명을 했다.
강의는 겨울이 주는 의미와 삶의 뜻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강의는 겨울이 주는 의미와 삶의 뜻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시는 박용래의 '겨울밤'을 가져왔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이 시는 단 4행으로 어린 시절과 고향의 기억을 복원한다. 김사인 시인은 시에서 외로움을 읽었다. 외로울수록 존재의 근원에 더 집중한다. 그 집중이 그리움이다. 그러고 보면 겨울은 차갑기만 한 계절이 아니었다. 얼어붙은 풍경 속에서도 따뜻한 기억이 있듯 추위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김사인 시인이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사인 시인이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인 박용래는 충청도가 고향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경도 시인 이용악의 겨울 시를 소개했다. 그의 시 제목은 '그리움'이다.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시인은 혼자 서울에서 외롭게 생활하다가 함경북도 무산의 처가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상상 속에 북쪽 가족을 찾아간다. 그것처럼 김사인 시인은 청중에게 북쪽 마을의 추위를 상상해 보라고 한다. 북쪽에 해발 고도까지 높은 함경도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에도 얼음처럼 하얀 김이 나온다. 바람은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몸을 찌른다. 해는 떠 있어도 온기를 나누지 않고, 짧은 시간 머물다 사라진다. 
강의 종료 후 추첨을 통해 청중에게 시집을 선물하고 사인회도 했다.

강의 종료 후 추첨을 통해 청중에게 시집을 선물하고 사인회도 했다.

  서울이 잉크도 얼어붙게 할 정도의 추위라면 고향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화자는 그것을 '복된 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곳은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으로 기억하며,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공간적 거리는 멀고, 추위도 몰아치는데 오히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강의는 시 해설에 머무르지 않고, 삶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김사인 시인은 겨울을 '가장 정직한 시간'이라고 이르며, 추운 겨울에 마음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겨울과 추위는 단지 견뎌야 할 계절이 아니라, 삶을 가다듬고 마음을 낮추게 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한 해의 끝이라는 시간성이 겹쳐지며, 청중은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순간을 만났다. 시 속의 눈과 바람, 얼어붙은 풍경은 우리가 버텨온 시간과 겹쳐지며, 자연스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별마당 도서관을 나서는 길이 추위가 매섭다. 그 차가움이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헐벗은 나무도 한 해 동안 쌓아온 욕망과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으라고 한다. 그렇게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을 안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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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추위, 별마당도서관, 김사인,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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